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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출산한 가을 아이는 저 만치 느림보 걸음으로 아장 아장 걸어오다 막새바람 한 점의 유혹으로 꼬득여 철지난 조무락계곡으로 날 데려 간다. 여름내내 붐비었을 조무락골, 새들이 쉴새없이 지저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오늘은 가는 여름이 아쉬워 사력을 다해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8월 들어 잦은 비로 불어난 계곡수 소리만 우렁차고 새들의 지저귐은 없다.! 사실 석룡산은 조망만을 바라고 오른다면 꽝이다. . . . 그럼 뭐하러..? 야생화와 맑은 계곡의 물소리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석룡산이 있어서다. 그 계곡에 들어서니 보라빛의 배초향이 먼저 반겨준다. 여름꽃이 화려한 원색이라면 가을꽃은 왠지 청초하면서도 짙은 색깔이다. 짚신나물도 지금 보니 왠지 더 짙어 보인다. 이시기 습한 곳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물봉선화 노란 물봉선화 조무락골에서는 물봉선화 3총사를 모두 만날 수 있다. 헌데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봉선화 보기가 쉽지 않다. 김재진의 시어 속에는 "물방울 같은 네 손톱에 물들기 위해 해마다 봉선화를 내 가슴에 심으리" 라고 했듯이 가슴에 새겨둔 고향집 울밑의 봉선화만 그립다. 닭의 장풀 콩과의 한해살이 덩굴풀 새콩 얘들도 종류가 많아 헷갈리기 쉽상이다. 내가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민인 듯한 나이 지긋한 분이 묻는다. 그게 무슨 꽃인지 아느냐고..? . . 이거 좀깻잎나무 아닙니까.. 아닐세 비숫하지만 '풀거북꼬리' 라네..~ 이렇게 똑 같으면 나는 어찌 하라고...! 가시가 촘촘히 박혔으니 가시여귀가 맞을터... 정녕엉겅퀴 엉겅퀴에도 종류가 많으니 오늘 조무락골에서 야생화를 담고 있지만 야생화에 문외한도 아닌 그렇다고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도 아닌 어정쩡한 내 자신이 조금은 어설퍼 지는 것은 아닌지...! 정녕 가을은 오고 있음인가부다.! 벌개미취가 활짝 피었으니.. 나팔꽃의 색상이 참으로 진하다.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는 수까치깨 까치깨는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지 않고 줄기에 잔털이 밀생한다.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계곡은 오지답게 맑고 청정하며 바닥까지 투영되어 말 그대로 특일급수 그냥 손으로 떠서 마셔도 될것 같으다.! 여름이 절정일때 붐비었을 가건물 옆으로 석룡산 오르는 길이 있지만 나는 직진이다.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 '선괴불주머니' 왜 아니겠어... 얘도 이름을 알수가 없다.! 가을이 오는 이 시기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마리 자세히 보면 작은 꽃송이에 옹기 종기 많은 꽃이 피어 있는 '멸가치' 그나 저나 정신 없는 나그네여 모자 찾아 가시구려.~ 느린 셔속이 아닌 짧게 끊어서 역동적인 물방울의 표현이다. 투구꽃과 비슷한 흰진범도 한 장 담아보고... 놀며 쉬며 걷다 보니 복호동폭포에 이른다. 몇일전에 진짜 폭포 대승폭포를 보고 왔으니 니가 내 눈에 차기나 하겠어.. 이쯤에서 준비해온 만찬을 펼쳐 놓고 쉬어 간다. 평소 잘 담지도 않는 못 생긴 얼굴도 셀카로 담아보고.~ 짙푸르던 나무이파리는 브레이크 파열된 바퀴처럼 구르는 세월 앞에 어쩔 수 없음인가 색깔이 퇴색 되어 연해진다...! 옆엔 저렇게 물소리 요란하게 계곡수가 흘러가는 곳 여름 성수기엔 이런 명당자리엔 자리 다툼이 치열하겠지만 오늘은 내가 전세... 한 잔의 맑은 곡주는 나를 센치하게 만들고 시라도 한 수 읊었으면 좋겠는데 재주가 메주라...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계곡엔 눈빛승마가 하얗게 눈웃음 치고... 꽃이 아주 작은 탑꽃이 맞을터..~ 오리방풀인데 산박하와 헷갈린다. 고들빼기도 예쁜 꽃을 피웠다. 며느리밥풀꽃을 보면 꽃이름을 얻게된 전설이 슬퍼서 마음이 짠해진다.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으로 시집온 며느리가 시아버지 제사밥이 뜸이 잘 들었나 밥풀 몇알을 맛보다 시어머니에게 들켜서 죽도록 맞고 쫒겨난후 갈 곳 없는 며느리는 기진해서 죽게 된다. 뒤늦게 묻어준 무덤가에서 피어난 꽃이 밥풀 두 알을 물고 있는 듯한 며느리밥풀꽃이라 한다.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등을 보면 이땅 며느리들의 서글펐던 인생살이가 훤히 보인다. 이제 부터 계곡을 버리고 경사도 있는 등로를 오른다. 연해진 햇살이 숲을 파고 드는데 머지 않아 저 단풍잎이 오색 찬란하게 물들어 가겠지.. 이질풀과 한없이 헷깔리는 세잎쥐손이가 지천이다. 너도 몰라... 이름을..~? 배고푼 건 참아도 궁굼한 건 못 참는 성격이지만 오늘은 너의 이름을 몰라도 그냥 넘어 가련다. 그래야 인간적인거 아니겠어...ㅎㅎ~~ 사실은 저 금강초롱을 보려고 화악산을 가려고 했는데 다녀온 분들에 의하면 금년엔 금강초롱이 흉작이란다. 해서 조금 뒤로 미루고 이곳으로 왔다. 비록 몇개체 보지 못했지만 꽃중의 꽃 금강초롱을 환대한다. 8월에 비가 많이 와서인지 꽃 색깔이 연하다. 조금 더 있으면 설악이나 화악산 그리고 오대산과 명지산에 피는 금강초롱의 색상이 짙어지리라 생각한다. 조망처에 온다. 건너편 화악산 북봉의 군부대가 시야에 확연히 들어온다. 여름 내내 입었던 반바지가 적응이 되어선지 산을 오르면서는 긴바지가 부담스러워 또 다시 갈아입게 된다. 이 곳에 한참을 머물다 딴짖 않고 부지런히 하산을 한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 삶의 전쟁터에서 이전투구처럼 위선이 가득찬 가면무도회일지도 모른다. 이런때일수록 마음에서 우러른 여우있고 겸손이 묻어나는 따뜻한 미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떠나고 싶을때 훌쩍 떠나 보는 것도 암담하고 팍팍한 삶에 활력이 될지도 모른다. 나를 스치는 모든 인연 고운 빛깔로 찾아올 이 가을 모두가 행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석룡산에서 남한강- |
첫댓글 멋지네요. ㅎㅎ
잘 감상 하고 갑니다.
우와~~ 야생화 도감을 보는 것 같습니다.
빛이 든 금강초롱과 보케는 꿈꾸는 듯 합니다.
조무락골의 시린 계곡물에 야생화는 더 곱게 피는 것 같네요.
남한강님의 즐거운 멘트와 함께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멋진 사진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