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한우’란 이름의 식당에서는 정말 횡성한우만 파는 걸까? 횡성한우보다 더 맛있는 고기는 없을까? 고기를 좋아하는 이들 대부분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난이라 할 수 있는 구제역으로 시름이 깊을 때 한우 고기의 가치를 되새김질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횡성한우는 정말 맛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횡성한우만 맛있는 게 아니라 A++(A 투플러스, 투뿔이라고도 한다) 등급의 한우 고기가 (한국인의 입맛에) 맛있게 느껴지며 이를 제대로 구워먹을 때 특히 맛이 좋다. 개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횡성한우는 다른 A++ 쇠고기들과 차원이 다르게 느껴질 만큼 맛이 특별하다.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쫀득거림과 아삭거리는 맛이 난다. 고기를 처음 씹었을 때 ‘엇, 이게 무슨 맛이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횡성한우 A++이다. 그런 감탄이 나오지 않으면 이름만 횡성한우이거나 A++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횡성한우 A++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횡성축협 로고(빨간색의 횡성한우 글자를 직인처럼 도안해 만든 표시)가 붙은 고기를 구하거나 횡성축협 직매장으로 가야 한다. 거기에서도 A++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횡성IC 입구의 횡성한우프라자란 직매장 식당이 일단 A++를 많이 취급하는 식당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A+, A 혹은 1등급이란 표시의 고기들을 취급한다.
육질, 육향, 육미의 삼박자가 갖춰져야 최고급
우리 입맛을 자극하는 고기의 맛은 무엇을 말하는가. 세 가지 조화가 잘 어우러진 맛이다. 첫째, 부드러운 질감(육질, 사람마다 원하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둘째, 고소한 향(육향). 셋째, 달착지근한 혀의 감촉(육미)이다. 이 세 가지는 숙성 기간, 지방도(흔히 말하는 마블링 수준), 그리고 생육 환경(지역, 사료, 물)이 만들어낸다.
부드러운 질감은 고기의 숙성 기간에 의해 결정된다. 제 아무리 횡성한우 A++이라도 갓 도축한 고기를 바로 구워먹는다면 질기고 비린 맛을 감수해야 한다. 간혹 ‘어제 잡은 소, 산지직송’이란 팻말을 걸어놓은 식당들이 있는데 그런 곳은 가면 안 된다. 우리나라 도축 시스템상 어제 잡은 소를 산지에서 직송할 수도 없고 그것이 사실이라도 맛이 부드러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 7일에서 길게는 20일까지 숙성시켜야 부드러운 맛이 나온다. 참고로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는 10~14일, 나이 든 분들이 주로 찾는 백화점은 20일 정도의 숙성 기간을 갖는다. 고소한 향은 마블링이 결정한다. A++ 등급은 마블링이 ‘많이, 고르게’ 분포됐다는 의미다. 동물의 지방도는 지역의 날씨가 좌우한다는 게 통설이다. 여기에 횡성이란 지역의 강점이 등장한다. 강원도 산간지역의 추위가 동물의 마블링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횡성, 대관령, 홍천 등의 고기가 유명한 이유다. 무조건 춥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밤낮의 기온 차가 크면 클수록 근육의 수축이 많이 일어나 지방질이 고르게 분포되고 육질도 쫀쫀해진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소라도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좋은 맛의 고기가 안 나온다. 맑은 물과 좋은 사료를 적당하게 ‘잘’ 먹으며 ‘기분 좋게’ 자란 소가 명품이 된다. ‘잘’ 먹고 ‘기분 좋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은 누가 만드는가. 바로 목부들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주는 조직이 축협이나 영농조합법인들이다. 안성마춤한우, 홍천늘푸름한우, 정읍단풍미인한우, 양평개군한우 등이 대표적으로 선진적 관리를 하는 조직이다.
맛있다는 생각으로, 강한 숯불에서 한 번만 뒤집을 것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먹는 방법이 잘못되면 맛있을 수가 없다. 맛있게 먹기 위한 기준은 간단하다. 일단 (고기든 식당이든) 잘 골라야 한다. 마블링과 고기 색깔을 잘 살펴야 한다. 눈처럼 하얀 마블링이 꽃잎처럼 아름답게 흩어진 것을 찾는다. 붉은 색깔은 너무 어둡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나타나야 한다. 강한 숯불에 굽는 게 가장 좋다. 조금씩 짧게 굽는다. 한 번만 뒤집는다. 살짝 익힌다(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많은 양념을 곁들이지 않는다. 물론 좋은 사람과 부드러운 분위기는 기본이고 약간의 반주는 맛을 돋운다. 마지막으로 맛있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먹어야 정말 맛있다.
임동준은…
식품유통전문지 <THE BUYER> 편집국장이다. 한국식품오픈포럼, 한국푸드시스템연구회, 농협산지유통혁신운동 등을 추진하며 농수축산물의 품질 향상과 유통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FAO(유엔식량기구) 한국협회의 ‘식품과 농수산’, ‘늘푸른신문’ 등의 유통 칼럼을 통해 ‘먹을거리 문화’의 변화 양상을 유니크하게 제시, 식품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