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열전을 읽었습니다. 민음사/김원중 옮김, 2007년 1판이네요.
본기/세가 패스하고 열전부터 봤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이 진입장벽이 낮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익후 등장인물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군요.
솔직히 2권 중 1권만 읽고 2권은 미뤘습니다. 1권만 봐도 춘추전국시대와 진을 거쳐 한나라에 진입하네요.
다루는 인물들도 경, 상, 대부를 지나 협사까지 점점 폭이 넓어지구요.
읽다가 뽑아낸 몇 가지 키워드로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1. 최고의 정사
역사의 내용이 아니라 역사 자체(기술의 틀,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점들이 있습니다.
기전체, 편년체 라고 하죠. 본기 - '제'급 인물, (세가 - 제후국 '왕'급 인물,) 열전 - 기타 등의 구성을 기전체라 한답니다.
시간순(사건 중심)/인물 중심의 차이 일까요.
기억력이 그닥 좋지 않은 독자의 입장에서 연대와 지역 등등 읽으면서 시종일관 헷갈립니다.
대신 기전체는 인물 중심으로 재미!가 있고, 역사 서술자의 평가가 강하게 가미됩니다.
사건의 기록이 아닌 인물에대한 평가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한 편 마다 후미에 '태사공 왈'이라고 저자의 평가를 달고 있습니다.
사료의 수집 및 기술에서도 서술자의 평가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느껴지구요.
평가의 기준이 다양한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인, 충, 덕, 의, 예, 기, 공적, 협 등등등
우리가 생각할 때 전통적인 유가의 가치기준만을 가지고 평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2. 합종연횡
춘추 전국시대를 관통하는 외교적 관계이겠죠. 이는 국력의 순위?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춘추 전국시대를 통털어 절대강자는 '초'라고 합니다.
거기에 전국시대에 접어 들며 '진'이 떠오릅니다.
남쪽의 초와 연합하는 길이 합종이고 서쪽의 진과 연합하는 길이 연횡입니다.
초/진을 축으로 연합하는 다른 갈래는 환공과 태공망이 일구어낸 동쪽의 '제'와
중국의 중심지 '삼진 - 한, 위, 조'그리고 나머지 소국들입니다.
3. 상앙의 변법
'진'이 강자로 떠오르게 되는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법가의 사상에 따라 법을 세우고 국가를 개혁하죠.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규정한다'는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에 대한 대척점의 사례라 할까요.
(깊이 들어가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4. 옛 것
유교, 특히 공자를 접하면 (특히 '예'를 논할 때) 옛 것이 아름다운 것의 기준이 됩니다.
보/혁의 관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생각했습니다.
옛 것을 버린 통일'진' - 대표적으로 분서갱유 사건 -의 패망에 대한 평가가 인상깊었습니다.
5. 사회구조의 변화 - 중앙 집권화의 성패
물론 하부구조의 성장을 이 책을 통해 유추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구조의 중앙집권화 정도를 되짚어 보는 정도는 의미있을 듯 합니다.
하/은(상)의 고대국가의 정치체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이 책을 봐도 정보부족!)
춘추전국 시대엔 주(제국) - 제후국(왕국)의 '봉건제'입니다.
전국시대엔 제국으로서 주는 유명무실해지고 후대에 아예 패망해버리죠.
춘추전국을 통일한 진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인 '군현제'를 실시합니다.
하지만 통일을 일구어낸 강력한 힘을 지닌 시황제의 사망 이후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급격히 상실하며 이는 실패하고 맙니다.
진의 패망과정과 한의 건국과정에서 초/한의 경쟁은 절대적 힘을 가진 단일 세력간의
경쟁이라기 보다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집단들의 연합간 경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초기 개국 공신들을 공적에 따라 제후국의 왕과 봉국의 후로 봉합니다.
나머지 직할지에 대해 군현을 설치하는 봉건+군현의 형태를 '군국제'라고 한답니다.
국가가 안정되는 과정에 유씨를 제외한 이성의 왕에 대한 축출이 이루어집니다.
유명한 '토사구팽'이죠.
이후 동성의 왕들의 힘이 강력해지면 반란/토벌이 반복되고 이후 점점 직할의 비중이 커지게됩니다.
중앙집권화 - 중앙의 통치력이 지방에 강력하게 미칠 만큼 중앙 힘의 강화되는 - 과정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상 허접한 후기 마칩니다.
첫댓글 허접하다니요.. 무슨 그런 겸손한 말씀을... 저도 올해들어 고전이 눈에 들어오네요.. 저는 요즘 손자병법 보고 있습니다..ㅎㅎ 읽을 시간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새로운 계절에는 또 옛것이 눈에 들어오나 봅니다.
너무나 멋진 서평입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