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9월 1일 정오 즈음, 일본의 사가미 만을 진앙지로 규모 7~8 사이의 지진이 세 차례 발생합니다. 점심시간이었던 만큼 일본의 각 가정과 식당들은 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진으로 인해 큰 화재가 발생하지요. 당시 목조가옥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진앙지에서 가까운 도쿄, 요코하마, 치바 현 등은 지진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를 관동대지진이라 합니다.
당시 일본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습니다. 지진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 총리였던 가토 토모사부로가 갑작스럽게 사망했거든요. 정치적 혼란과 자연재해가 겹쳐버리며 지진에 대한 대처는 충분치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0만 이상의 사망자와 10만 채 이상의 가옥이 무너져버렸지요.
당시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내부에서는 수도를 옮기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민심은 흉흉해졌고 민간인들은 정부와 이웃들을 불신하게 되지요. 일본 내무성은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주민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이게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임의의 ‘적’을 설정하여 모든 악의를 그쪽으로 돌리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진의 진짜 원인인 지구한테 화풀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다.
그래서 내무성은 일본 내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을 적으로 설정합니다. 각 경찰서에 “조선인들이 사회주의자들과 결탁하여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리지요.
이 내용은 몇몇 신문에 보도되었고 이 과정 중에 악의가 담긴 소문은 더욱 과장되어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게 됩니다. 개중에는 ‘조선인들이 지진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일본에게 저주를 퍼부었다.’는 수준의 개드립까지 존재했지요.
이런 소문은 진위여부를 가릴 새도 없이 빠르게 퍼졌고, 흥분한 일본 민간인들은 스스로 자경단을 조직, 조선인들을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불시검문을 통해 조선인임이 확인되면 가차 없이 학살한 것이지요.
자경대는 조선인을 식별해 내기 위해 아무나 하나 잡고 어려운 일본어 발음,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하면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간공장장이고...’ 같은 걸 시킵니다. 그리고 발음이 이상하면 바로 살해했지요. 이로 인해 중국인, 류큐(오키나와)인, 그리고 도쿄로 와 살고 있던 지방 출신 일본인까지 조선인으로 오인 받아 살해당합니다.
일부 조선인들은 학살을 피해서 경찰서로 도망치기도 했는데, 자경단은 경찰서까지 쳐들어와서 조선인들을 학살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경찰은 이를 방관했지요. 심하게는 치안을 유지한답시고 학살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중에도 제정신인 사람은 있어서 요코하마의 오카와 쓰네기치 서장처럼 일본 경찰이 조선인을 보호한 일도 있었습니다. 또한 소수의 사례긴 하지만 계엄군이 자경단을 공격, 해산시키고 조선인을 구출한 일도 있지요.
심지어 전직 조선주차군 사령관으로서 1910년대 악명 높은 헌병경찰 통치를 휘두른 아키야마 요시후루 육군대장은 "조선인들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유언비어에 휘둘리는 건 정신력이 나약해서 그렇다."고 말하며 무분별한 학살을 비판했습니다. 이런 제국주의자마저 반대의견을 내세울 정도로 상황이 미쳐 돌아갔던 겁니다.
점차 자경단의 만행이 공권력을 위협하고 통제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자 내무성은 조선인에 대한 소문이 유언비어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자경단을 해산시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조선인이 학살당한 뒤였습니다. 당시 임시정부는 6,616명이 학살당했다고 주장했고, 일본은 지진에 의한 희생자가 훨씬 많았다며 학살에 의한 피해자는 300명 미안이라고 발표했지요. 이때 희생당한 조선인의 수는 아직까지 명확한 수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학살에 대해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소된 자경단들은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도의적 책임이나 사과도 없었지요. 인권변호사이자 독립유공자인 후세 다츠지만이 훗날 언론을 통해 사과했을 뿐입니다.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당사자들은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얼토당토않은 유언비어는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됩니다. 때문에 학살의 단초를 제공한 일본 내무성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요.
최근 구마모토 지진의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일본 SNS에 비슷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혐한들이 과거처럼 ‘구마모토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고 있다’(이놈들은 어째서인지 한국이라 안하고 조선이라 씁니다) 같은 글을 올리고 있는 거지요.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치부하겠지만 누군가는 이걸 사실로 믿을 수도 있겠지요. 극우는 이런 식으로 탄생하는 법이고 언젠가 그 불만을 한국인들에게 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https://story.kakao.com/ch/kistory
첫댓글 이런 일 생각하면 왜놈들
몽땅 바닷속으로 잠겨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
즐거운 한주 되세요 !
즐거운 마음으로 남은 오후 시간도 행복하시길요.~~!
즐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임의의 ‘적’을 설정하여 모든 악의를 조선인들을 적으로 설정한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에서도 일본 SNS에 비슷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옛날의 재미가 생각이 나나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도? 잘못된건 다 남탓으로 돌리나봅니다.
그 벌을 다 어이 받을라고., 무서운 놈들이네요.
일본인들의 끝부분에는 인간성을상실하는 악질적근성이 자라고 있나봐요.
감사합니다. 그끝을 지켜보게 되겟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