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환관 조고에게서 배우는 교훈
이숙영 방송인 |
오래전 서안에 여행을 갔을 때 본 진시황의 웅장한 무덤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방궁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요즘 읽고 있는 만화로 된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서, 진나라의 흥망성쇠가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진시황은 사실 왕족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던 상인 여불위와 그의 측실이었던 무희의 씨앗이었다.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있던 진나라 왕자 자초를 왕으로 만들어 이익을 보려 했던 여불위가 자초에게 접근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중 자초가 여불위의 첩실인 줄도 모르고 연회장에서 춤을 추던 무희를 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여불위의 자식을 잉태하고 있었고 그 아이가 훗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었다.
색을 몹시도 밝혔던 진시황의 어머니는 진나라 승상이 된 여불위를 계속해서 침소로 불러들였고, 이에 불안을 느낀 여불위는 자신의 식객 중에 정력이 세기로 유명한 노애를 그녀에게 붙여주었고 태후는 노애와의 사이에 왕의 이복동생을 두 명이나 몰래 생산하게 된다.
세력이 커진 태후의 정부 노애는 반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사지를 찢기는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정치 일선에서 쫓겨난 여불위는 자신의 말로를 예감하고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진시황은 두 명의 이복동생을 죽이고 기원전 221년에 천하통일을 이루게 된다. 신선이 되고 싶었던 그는 사방에서 불로초를 구하려 했고, 흉노족에 대항해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한다. 진시황은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전횡을 저지르다 지방 사찰 중에 숨을 거두고 만다.
환관이었던 조고는 황제에게 직언했다가 지방으로 쫓겨난 장남 부소에게 제사를 맡기라는 시황제의 유서를 없애고 동생 호해를 꼭두각시 왕으로 추대해 놓고서는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어리석은 호해를 술과 여자와 향락에 빠지게 한 후, 자신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관리는 여지없이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펴 나갔다.
이 부분에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어느 날 조고가 궁에 사슴을 끌고 가 말이라고 우기자, 신하들은 수긍하는 쪽과 그러지 않는 쪽으로 나뉘게 된다. 조고는 자신의 말에 반대해 끝까지 사슴이라고 얘기한 신하들을 후에 모조리 죽여버리고 만다. 나중에는 호해 왕까지 죽이고 스스로 최고 권력자가 되려고 했지만 결국 간신 조고는 장남 부소의 아들 자영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왜 이렇게 역사 얘기를 길게 하느냐 하면, 나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 특히 반대하는 쪽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도량이 필요하다. 우리는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장병들도 군에서나 사회에 나가 조직생활을 할 때 자기 비위만을 맞추는 간신 조고 같은 인물의 말만 듣고, 대다수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낭패 보기 십상일 것이다.
소통은 항상 넓게 듣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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