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미국의 일리노이주에 살고 있던 돈 딕슨(Don Dickson)이라는 사람이 농장 곳곳에 불룩하게 솟은 이상한 흙더미들을 파헤치다가 중요한 고고학적 유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딕슨마운드(Dickson Mounds)라고 불리는 이 유적지에서 수백 구의 수렵 채집인 유골이 발굴된 것입니다.
고생물병리학자들은 비교적 보존 상태가 좋은 이 유골들을 통해 그 사회의 생명표를 작성할 수가 있었습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약 1,000년 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26세였고, 유아 사망률과 아동 사망률은 30퍼센트를 조금 넘었으며, 구성원의 14퍼센트만이 50세 너머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딕슨마운드에는 수렵 채집사회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변화의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기원후 1150년경 이 지역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던 생활방식을 버리고 농경지를 조성하여 옥수수를 재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농경으로 생활방식을 전환하면서 그들의 유골에는 만성적인 영양 부족과 철분 결핍에 따른 뼈의 기형, 지속적인 중노동으로 인한 퇴행성 척추 질환 등의 흔적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수렵 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이전보다 7년이나 하락했고 아동 사망률은 50퍼센트를 넘었으며 인구의 5퍼센트만이 50세까지 살아남을 수가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초기에 영국민들의 삶이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처럼 농경 생활의 채택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파멸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렵 채집에서 농업으로의 역사적 전환은 영양 섭취 감소, 감염성 질병의 증가, 고된 육체노동으로 인한 사망률 급증 등의 결과를 가져와 세계 전역에서 기대수명의 후퇴를 가져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생산방식으로 처음 등장한 농업은 1800년대 초 북잉글랜드에서 처음 등장한 공장만큼이나 인류에게는 재앙이었습니다.
인류는 수렵 채집에서 탈피하여 농경 사회를 선택했지만 그 때문에 수명이 늘기는커녕 줄어들었고 30세 전후의 기대수명이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17세기의 런던을 방문했다면 인구 40만 명의 엄청난 도시 규모와 새로운 문물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겁니다.
하지만 화려한 도시 외관과는 달리 런던 시민들의 평균 수명이 30대 초반이라는 걸 알고는 무척 실망했을 겁니다. 수렵 채집사회를 살던 구석기인들의 수명이 17세기 런던 시민들에 비해 결코 짧은 게 아니었으니까요.
산업화 시대의 여명기에도 농업혁명의 초기와 같이 기대수명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건강을 위한 투쟁과 개혁으로 19세기 후반부터 30세 전후였던 기대수명의 천장을 뚫고 ‘위대한 탈출’을 시작했습니다.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은 1913년이 되어서야 34세로 올라갔고 2011년에는 무려 2배 이상 늘어나 70세를 넘어섰습니다. 요즘 태어나는 아기들의 기대수명은 이제 80세를 훌쩍 뛰어넘어 과거 세대보다 무려 50년 이상을 더 살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세기의 획기적인 의학 발전, 공중위생 시설의 보급, 향상된 생활 수준 등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평균 2만 일(약 55년) 가량을 더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진보에서 기대수명의 증가보다 놀라운 성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 세기 만에 기대수명을 두 배로 늘렸고 인간에게 가장 가슴 아픈 슬픔, 즉 유아와 아동의 사망률을 10분의 1 이하로 줄였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였다면 살아서 성년을 맞이할 수 없었거나 자녀를 둘 수 없었을 무수한 사람들이 2만 일을 소중한 선물로 받게 된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30세 전후로 죽음을 맞았다면 분명히 지금보다는 훨씬 미성숙한 인간으로 삶을 마감했을 겁니다. 그러나 선조들과 비교했을 때 공부하고 성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 우리는 분명 과거 세대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2만 일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더 어른스러운 인간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지금우리가 2만일을 더살고있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하루가
선물인데도 깜빡 깜빡 잊고 살때가
많은 허물 많은 인간입니다.
2만 일의 선물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아니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