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교 되었다가 다시 본교 된 초등학교, 그 비결
교육언론창 윤두현입력 2024. 1. 11. 18:39
[저출생 해일④] 교장공모제로 일관성 있는 교육... 늘려야할 판에 경기교육청은 오히려 축소
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과 거리가 먼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뿐만 아니다. 나름 수도권인 경기 여주시, 이천시, 안성시 등에서도 도심과 떨어진 읍·면 지역의 학교는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언론창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의 신입생 모집 관련 현장 목소리를 싣는다. 이 글은 마지막 글이다. <기자말>
[교육언론창 윤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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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산초 학생들이 학교 인근 텃논에서 벼를 심으며 살아있는 생태교육을 받고 있다. © |
ⓒ 충남 거산초 홈페이지 |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위치한 거산초는 학생 수 감소의 '고통'을 일찌감치 겪었다.
지난 2000년 학생이 39명까지 줄면서 인근 송남초의 분교가 되었다. 하지만 2018년 120명까지 학생이 늘어 다시 본교로 격상된 드문 사례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는 현재 80여 명으로 줄었지만, 지금도 학부모들이 자비로 통학버스를 운영할 만큼 지역에서 인기있는 학교로 소문난 곳이다.
학교는 분교가 된 이후 지역 여건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 생태환경교육 ▲어린이문학교육 ▲문화예술교육 중심의 소규모학교 특성화로 학교의 살길을 모색하였다.
학생들은 학교의 텃밭과 텃논에서 직접 과일과 벼를 재배하면서 교육과정을 연계한 살아있는 환경 교육을 배웠다. 학부모는 직접 '생태지원단'을 꾸려 교사를 도왔다.
10년 전부터는 문학 작품 작가를 직접 초청하여 교과서에 나오는 발췌문이 아니라, 책 한 권 전체를 두고 공부했다. 작가 탐구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또 배운 작품은 학생들이 직접 연극으로 공연하였다.
방과 후 학교는 영어 등은 제외하고 문화예술교육 중심으로 꾸렸다. 한 명의 학생이 바이올린 등 한 개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마을 행사 때는 아이들이 직접 연주회를 여는 등 마을주민과 함께했다.
거산초 임대봉 교장은 "소규모 학교도 특성화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라며 "구성원들이 합의할 경우 공동의 교육을 실천할 수 있고, 학부모 협조를 받기도 좋다. 또 학생을 한 명 한 명 모두 알 수 있으니까 개별적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교장공모제 큰 도움... 4년 동안 일관성있는 교육"
그는 학교의 특성화에 "교장공모제가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장공모제는 교장이 되기 위해 공모계획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에 책무성을 가질 수 있다. 또 승진 교장과 달리 4년 동안 일관성 있는 교육 과정을 이어 나갈 수 있어 소규모학교에 적합한 제도"라고 말했다.
경기 여주시 천남초 김동희 교장은 "큰 학교가 아닌 소규모 학교의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자녀를 소규모 학교로 보내려는 학부모의 수요는 항상 있다"라며 "작은 학교를 살리려는 철학과 비전을 가진 교장을 학교 공동체가 직접 뽑을 수 있는 교장공모제는 저출생으로 늘어나는 소규모 학교를 위해서라도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농어촌 지역 학교의 소규모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장공모제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오히려 교장공모제 학교를 크게 축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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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교장공모제 교장 만족도 조사에서 내부형 공모제의 자격 미소지 교장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
ⓒ 강민정 의원실 자료 재편집 |
지난 11월 경기도교육청은 2024년 3월 1일 자 임용 교장공모제 지정교 명단을 발표하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초빙형 3개교, 내부형 16개교, 개방형 2개교 등 모두 21개교를 교장공모제 지정학교로 선정하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23년 47개교에서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이마저 내부형 공모제에서 평교사가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B형은 2개교뿐이다. 나머지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만이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A형으로 울타리를 쳤다. 사전에 배포한 교장공모제 시행 계획에는 내부형 공모제 중에서 내부형 B형은 50%까지 가능한 것으로 밝혔지만, 막상 16개교 중 2개교만 내부형 B형으로 선정하였다.
"여건에 따라 특성화 교육 펼칠 환경 조성해줘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정부교 정책실장은 "자율을 통해, 특성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교육청이 저출생 등 사회의 흐름과 전혀 다른 반자율의 길로 가고 있다"라며 "특히 평교사의 교장 공모는 창의적인 교육과정 발굴, 민주적 학교 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성 등 학교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교육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라고 비판하였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성추심 연구위원도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의 경우 25개 교육지원청의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성남, 부천, 용인 등 원도심 지역이 아닌 여주, 안성, 이천 등 농촌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특성화 교육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학교 자율성을 강조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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