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혜의 충무로 사람들] '구마적' 이원종
탄탄한 연기로 안방서도 성공
얼마 전 이원종의 둘째 딸 돌잔치에 다녀왔다. “아빠를 닮아 덩치가 크고 씩씩하군…”이라는 내 말에 그는 ‘딱 떡두꺼비’라고 말하며 특유의 커다란 목소리로 웃었다.
남자들의 퇴근시간을 앞당기고 있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구마적으로 이원종은
데뷔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연시대의 선두주자가 된 그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네발가락’ ‘남자 태어나다’등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실력과 매너를 겸비한 좋은 배우라는 평이 나있어,
시나리오를 그에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 TV의 힘은 대단한 것인지라, ‘야인시대’에 출연하면서
비로소 일반인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릴만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느 날 택시를 타고 10시쯤 귀가하는데 택시기사가 ‘야인시대’를 라디오로 들으면서 구마적의 카리스마를 침을 튀며 설명하는걸 들은 적도
있다.
실제 이원종의 모습과 많이 닮은 역을 제대로 맡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적역인게 분명한가 보다. 100㎏을 훨씬 웃도는 거구였는데 구마적 덕분인지 살이 많이 빠져 있어 언뜻 날카로워 보이기까지 한 그는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자기 표현을 하는 남자다.
‘달마야 놀자’ 촬영 때는 가끔 고기집에 가서 소주를 먹다가 진짜 스님으로 오해한 사람들에게 눈총을 많이 받기도 했다.
‘달숙이’라고 놀렸던 딸이 돌을 맞은걸 보니 그는 겨우 1년 사이에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셈이다.
여럿이 함께 ‘빛나는 조연’같은 인터뷰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더니 요즘엔 스포츠지에서 ‘스타스토리’까지 연재하고 단독 인터뷰가
줄을 서고 있단다.
영화 ‘남자 태어나다’도 그가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그랬듯이 그 역시 오랜 기간을 연극무대에서 활약했고, 그때 쌓인 탄탄한 연기력으로 조급함이나 서두름 없이
천천히 영화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구나 활동무대를 브라운관으로 옮겨 확실한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그의 드라마 장악능력에 기분이 좋아진다.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과의 친분으로 ‘라이터를 켜라’에 우정 출연했는데, 짧지만 자기 역할을 정확히
하고 사라졌다.
그의 대인관계는 돌잔치에서 확인됐다. “조촐하게 하려 했다”는 그의
등 뒤로 김수로 강성진 홍경인 홍록기 유재석 이휘재 등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과 수많은 연예인들이 서 있었다.
갈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배우로, 선 굵은 외모 만큼이나 폭 넓은 변신으로 우리 앞에 설 ‘영화 속의’ 그를 만나고 싶다.
그를 구마적으로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배우 이원종의 존재로 다시 열광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화컬럼니스트 amsajah@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