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는 ‘노세일(no sale)’ 원칙을 내세우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들 브랜드들이 이름만 들어도 꿈을 꾸게 해주는 명품이라고 해서 모두 팔려 나가는 것은 아니다. 고급명품이기에 그만큼 재고품 처리가 간단하지만은 않다.
▶ 소각 처분되는 명품들
에르메스는 팔고 남는 재고품을 할인 판매하느니 소각해버리는 대표적인 명품브랜드로 꼽는다. 경제전문주간지 샬랑쥬 9월 5일자에 의하면, 에르메스는 파리 북쪽근교 생투엥(Saint-Ouen) 오물소각장에서 재고품을 극비리에 처분한다. 의류, 구두, 스카프 등 팔지 못한 제품들이 트럭에 실려 오물처리장에 도착하는 이른 새벽, 에르메스 매장 책임자들 중에 무작위로 선정된 10여명이 출두하여 제품들이 잿더미로 사라지는 장면을 참관한다. 이들은 어느 재고품도 뒤로 남겨놓지 않고 모두 소각 처분되었음을 확인하며, 이 자리에는 행정집행관(Hussier) 한 명도 참관하여 출고 장부에서 파기된 제품들을 공증한다.
에르메스는 이러한 재고품 소각처리 장면이 바깥세상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철통같이 관리하는데, 명품들이 출고될 당시 포장박스 그대로 더러운 오물들에 뒤섞여 화덕 속에서 불태워지는 장면은 그 누구에게나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프랑스 명품브랜드들도 극비리에 재고품들을 소각 처분하고 있다고 경제전문주간지가 밝혔다. 단 유행을 타지 않는 켈리 가방과 루이비통 가방은 소각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러한 재고품 소각처리는 상표이미지와 가치를 생명처럼 여기는 명품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제스쳐이다. 우리 도자기장인들이 자신의 눈 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작품들을 가차없이 깨트리는 장인정신과도 일맥상통되는 명품브랜드들의 고도 마케팅전략이라 볼 수 있다.
▶ VIP고객들을 위한 은밀한 할인판매
고급 명품브랜드가 재고품을 소각 처분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궁극적인 구제방법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일단 재고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간판매량을 전산시스템을 통해 체크하며 이에 따라 제작물량을 품목별로 조절한다. 이어서 엄선된 단골고객들에게 특설할인매장을 제공하는데 제품을 화장터로 보내기 이전 재고를 대량으로 처분하는 중요한 과정이 되고 있다.
루이비통의 경우 지난 6월 21일 파리근교도시 말라코프의 한 허술한 창고에서 50% 세일판매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샬랑쥬가 전했다. 세일정보를 가장 먼저 입수할 수 있었던 고객은 다름 아닌 루이비통 직원들, 이들이 전날에 상당한 분량의 제품을 일반인들보다 먼저 구입했다는 귀띔이다.
말라코프의 서민임대아파트들이 들어선 거리와 초라한 창고건물은 루이비통이라는 명품브랜드가 선사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이러한 외관과는 달리 루이비통 임시매장 창고의 문턱은 예외로 높아 엄선된 VIP고객들만이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업체의 바겐세일과는 성격이 달라 ‘노 세일’ 원칙을 내세우는 명품브랜드가 이미지 관리차원에서 손색없이 재고처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샤넬은 파리근교 샹티이(Chantilly) 근처로 추정되는 비밀 창고에 2년을 묵혀둔 재고품 의류와 액세서리들을 매년 11월에 파리 에스파스 샹페레 전시관에서 VIP단골고객들을 상대로 10% 내지 20%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제아무리 재고품이라 하더라도 명품할인매장의 문턱은 일반서민들에게는 높다. 아예 세일정보마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에르메스도 매년 3일 정도 파리 팔레데콩그레(Palais des Congrés) 전시관에서 의류, 넥타이, 신발류, 냅킨 등 재고품을 40% 내지 6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치른다. 이 반짝 세일기간 동안 재고품 75% 가량이 처분된다고 에르메스 관계자가 밝혔다. 에르메스의 재고품 할인이벤트도 대대적으로 홍보되지는 않지만, 피가로지에 짧은 1단 광고가 나가는 경우도 있으며 입소문에 귀가 밝은 일반소비자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명품 할인전문업체들도 고급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재고품을 격조 높게 처리하는데 한몫 담당한다. 프랑스에서는 시마(Simah)라는 가족형 회사가 20년 전부터 명품 재고품들을 처리하고 있는데, 1년에 1천만 유로의 사업실적을 올리면서도 마케팅 전략상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시마 측은 오물소각장으로 보내지는 명품 재고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하여 사들이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 골치 아픈 재고품관리
명품브랜드들에게 가장 치욕적이며 두려운 일은 일단 할인되어 팔려나간 재고품들이 다음날 프랑스 최대 인터넷벼룩시장 르봉코엥(Leboncoin)이나 eBay에 다시 등장하는 경우라고 한다. 명품 할인매장 창고에 초대된 VIP 단골고객들이 재고품을 구입하여 인터넷 벼룩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중간 유통마진을 챙기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명품브랜드들은 이런 불미스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각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품수량에 한계를 두며, 에르메스는 인터넷 벼룩시장에서의 불법판매를 감시하는 특별 부서를 설치해 두고 있다. 작년 6월 한 에르메스 매장의 간부가 60% 할인된 재고명품 구두들을 구입한 뒤 충분한 이득을 남기고 다시 팔려고 인터넷 벼룩시장에 올려놓았다가 에르메스 사이버감시망에 걸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차피 소비자 입장에서도 명품을 선호하는 것은 고품질에 앞서 브랜드 이미지에 매혹된 때문이다. 명품 할인매장 창고가 아니더라도 일반 재래시장이나 벼룩시장을 구경하다 운이 좋으면 중고명품 가방이나 의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찬스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장터에서 상표가 잘려 나간 의류들만을 취급하는 노점을 발견할 경우, 길거리 상품이라 해서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도 한 요령이다. 일부 명품의류 기업체들은 브랜드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아예 상표를 싹둑 잘라버리고 재고품을 헐값으로 팔기도 한다. 차라리 짝퉁 명품보다는 상표 없는 진짜 명품이 소비자들의 내적 자존심을 더 우아하게 치켜세워 주리라 여겨진다.
한위클리/이병옥
첫댓글 아까버ㅠ
저걸 만든 사람들은 마음이 더 아프겠지요
크~~~~ 명품가방~~~~~ 내 맘속에 있는 명품가방은 어디서 소각해야 싸아악 없어지나유~~~~ 좀 알켜줘유~~~~
지니님께선 세상의 명품이란 명품은 다 가지신 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