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돌이 될 때/ 유현주
갓 지어 따뜻하게 올려드린 하얀 밥을
어머닌 돌을 씹듯 입 안에 굴리신다
부서진 맷돌 사이로 에도는 가는 목숨
산비탈 자갈밭을 저렇게 일궜던가
손바닥 피나도록 고르던 돌멩이가
자식들 밥상에 올라 살과 피가 되었거늘
쌀을 갈아 죽을 쒀도 모래가 되고 말아
한 생의 끄트머리 위로만 서걱대고
진실로 바위와 같던 당신이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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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연가/ 유현주
하늘을 천착하는 굳건한 소나무여
당신의 어름으로 오늘도 오르는데
등허리
힘에 부치어
맥 빠지니 가을이네
한 계절 쉬었다가 손 다시 뻗거들랑
흔들림 멈추시고 끌어당겨 주소서
운명의 뿌리로부터
시작된 이 인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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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고아들/ 유현주
고향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받아 들고
우리는 마주 앉아 육개장을 먹고 있네
슬픔은 잠시였을 뿐 만남이 기쁜 자리
뉘엿뉘엿 하다가 일몰이 된 고향 하늘
이제는 꼼짝없이 물려받게 되었다고
소주병 기울이면서 씁쓸하게 마주 보네
대 이은 가난에도 조실부모 없던 동네
오십 줄 고아들은 빈 잔을 채워주며
마지막 둘러쳐 있던 울타리를 걷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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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유현주 시집/ 밥이 돌이 될 때/ 책만드는집/ 2023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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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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