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에서 급부상한 ‘인기 짱’의 한국 연예인이다. 최근 이들이 주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크게 인기를 끈 결과다.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디브이디 가게는 예외없이 유리벽에 <엽기적인 그녀>의 포스터를 가장 크게 내걸고 있다. 지금 가장 잘 팔린다는 얘기다. 지난 18일 이 거리에서 만난 왕씬(18)은 “재미있어 7~8차례 봤다”며 “특히 차태현은 여자에게 충실하고 성실한 느낌이어서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중국에서 한국 대중연예인들의 인기도는 문화 장르의 유행 추이와 발을 맞춰 간다. 한류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1999년 이후 대체로 ‘가수→탤런트→영화배우’의 흐름을 보인다. 99년 문화관광부와 한국음반협회가 만든 비매품 음반 <한류> 1집에는 안재욱·김현정·엄정화·베이비복스 등이 등장했다. 이 음반은 한류라는 용어를 대중화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에 앞서 그룹 엔알지가 공연을 통해 중국시장을 두드렸고 에쵸티가 청소년 음악팬들을 열광시켰다. 에쵸티의 인기는 그룹 해체에도 불구하고 강타와 제이티엘로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스타로는 <별은 내가슴에>가 히트하면서 안재욱이 노래와 연기 양쪽 모두 뛰어난 만능 엔터테이너로 확고한 자리를 굳혔다. 지난 22일에는 그의 한국내 콘서트를 보기 위해 수십명의 원정관람단이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 이어 김희선·김남주·장동건·원빈·송승헌·송혜교 등이 인기몰이를 했다. 김희선의 경우 “김희선 얼굴대로 해달라”며 젊은 여성들이 성형외과를 찾는 사례가 최근 관영 <신화통신>에 보도됐을 정도다. 요즘에는 남녀 쌍두마차격인 안재욱과 김희선의 인기를 뚫고 <가을동화>의 여주인공 송혜교가 우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영화는 2000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기 시작해 노래·드라마보다 출발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디브이디를 발판 삼아 급속 확산됐고 이제 차태현·전지현·이영애 등은 가수나 탤런트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