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찬 싱글들로부터 "차라리 옛날처럼 부모님이
정해주는 대로 시집,장가 가는 편이 낫겠다"는 푸념을 자주 듣습니다.
가문의 결합에서 두 개인의 만남으로 결혼의 의미가 변하면서 무제한(?) 연애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나, 정작 '나의 반쪽'을 고르는 일은 더 까다로워졌다는 얘기지요.
스스로 인생을 선택해 나가는 것은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지만, 사실 이미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편이 더 쉬운 법이죠. 또, 선택의 자유는 결과에 대한 기대를 부풀어오르게
만들어 왠만한 사람은 눈에 차지 않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남들은 하나 만나기도 어렵다는 인생의 반려자를
식후 디저트 고르듯 쉽게 바꿔치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세계에서 가장 결혼을 많이 한 남성'은
침례교 목사 출신의 미국인 글린 스코티 울프(Glynn Scotty Wolfe).
88세에 심장병으로 사망하기까지 무려 29번 결혼, 28번 이혼했습니다.
소녀와 포즈를 취한 목사 시절의 글린 스코티 울프(1908~1997)
항상 자신보다 22세~37세 정도 나이가 어린 젊은 여성들과 결혼했던(비결이 궁금하네요) 글린은 인터뷰에서
"결혼은 인생에서 죽음 다음으로 신나는 모험, 매번 흥미진진하다" 라고 말했는데요.
결혼 기간은 짧게는 19일, 길게는 7년까지 유지되었으며, 이 '연쇄 결혼 습관'으로
무려 19명의 자녀, 40명의 손자, 19명의 증손자를 두었다고 합니다.
글린이 14번째 아내에게서 얻은 아들인 존 글린 울프(John Glenn Wolfe)는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까다로웠으며, 마음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바로 이혼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존의 말에 따르면, 글린은 심지어 아내가 침대에서
해바라기씨를 먹지 못하게 했다고 이혼을 결심하기도 했다는데요.
글린은 이혼을 하면 전부인과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없어져서, 존은 수많은 계모와
낯모르는 의붓형제들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소식도 모르고 지냈다고 하네요.
이렇게 화려한(?) 가족 구성과 결혼 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1997년 88세로 요양원에서 숨졌을 때, 글린은 혼자였습니다.
사망 뒤 장례식을 해야하는데, 29명의 아내 중 누구도 시신을 거두러 오지 않아 시 당국이
묻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29번째 아내였던 린다는 인디아나 앤더슨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비행기삯이 없어 글린이 있는 플로리다까지 올 수 없었다고 합니다.
글린의 마지막 아내, 린다 울프(68세)가
과거 자신의 남편'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포즈를 취했다.
재미있는 점은 바로 이 마지막 아내 린다인데요.
1996년 글린과 결혼할 당시, 그녀는 이미 22번의 이혼 경력이 있었습니다.
글린과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결혼을 많이 한 여성'으로 기록된 린다는 16살에
처음 결혼하기 시작해 범죄자, 전도사, 음악가, 바텐더, 노숙자, 전기공, 동성연애자 등
다양한 남성들을 거치면서 성(last name)이 쉴새없이 바뀌었다네요.
말 그대로 '선수끼리' 만난 셈인데요. 서로에게 또 한 번의 결혼 기록과 언론에
오르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받았습니다. 기록 갱신을 위한 결혼이었다보니,
딱 1주일만 함께 살고 린다는 자신이 살던 인디애나로 돌아와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혼 1주년을 10일 앞두고 글린이 사망하자, 린다는 또 다시 싱글이 되었지요.
이후 12년간 '미망인' 신분을 유지하나 싶더니, 68세인 그녀는 올해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남편이 없어 너무 외로웠다"며 24번째 결혼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