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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05
씬1. 토사더미 (전편 마지막 장면에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고... 이때, 토사들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강모 : 아저씨..! 위험해요..!!
(황태섭이 올려다보는데 그 위로 덮치는 집채만 한 토사덩어리..!!)
강모 : 아저씨.!!
(황태섭이 순식간에 흙더미에 파묻히고 만다. 달려오는 강모, 미친 듯이 양손으로 흙을 파낸다)
강모 : 사람 살려..!! 여기 사람 죽어요..!! (마구 파내며) 아저씨.! 아저씨이..!!
씬2. 병원 복도 (그 밤)
(남숙과 정식, 정연이 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병실 앞... 의자에서 강모가 진흙투성이의 몰골로 앉아 있다)
남숙 : (놀라서 허둥지둥) 어이구, 이게 대체 뭔 일이래? 여보.. 정식 아빠..!!
강모 : ... (얼른 일어서는데)
(남숙과 정식이 병실 안으로 급히 들어간다. 정연, 강모와 시선 한번 마주치고는 안으로 들어가고...
강모, 병실 쪽을 물끄러미 보는데...)
씬3. 병실 안
(의식을 잃고 있던 황태섭이 천천히 눈을 뜬다. 남숙과 정연, 정식, 주영국과 문성중, 여비서가 있고...
그들 사이에서 강모가 고개를 비쭉 내미는데..)
남숙 : 여보, 정신이 들어요?
영국 : 황사장..!
성중, 여비서 : (동시에) 사장님..!
태섭 : (흐릿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여기... 어디야?
영국 : 자네 기억 안나? (강모를 앞에 내세우며) 얘 아니었으면, 자네 흙더미에 깔려서 죽을 뻔 했어.
태섭 : (강모 쪽은 보지도 않고) 토사는? 토사는 다 어떻게 됐어?
좌중 : ... (침울)
태섭 : (버럭) 우리 토사..! (하다가 가슴이 아픈 듯) 다 어떻게 됐냐구?
남숙 : 여보, 의사 선생님이, 당신 안정을 취해야 된다구...
태섭 : (성중의 멱살을 잡고) 얼마나 남았어? 다 쓸려 내려간 거야? 하나두 안남구?
성중 : 죄송합니다, 사장님..!
태섭 : (벌떡 몸을 일으키며) 야, 이 새끼들아..!!
남숙 : (몸을 던져 막으며) 여보..!
영국, 성중 : (온몸으로 막는다)
태섭 : (마구 뿌리치며) 다 건져 내.! 쓸려 내려간 거, 다시 다 퍼내란 말야..!
남숙 : 여보..! (끌어안으며) 정식 아부지.., 제발 진정해, 응?
(사람들이 태섭을 끌어안고 말린다. 어수선한 그 모습 속에서 강모가 돌아서서 나간다.
말없이 보고만 있던 정연이 강모 쪽을 돌아다보는데..)
씬4. 대륙건설 건물 전경 (낮)
(‘대륙건설’ 입간판이 붙어 있는 큼지막한 건물이다. 그 위로..)
홍기표 : (E) 뭐? 황태섭이 쓰러져?
씬5. 대륙건설 사장실
(명패에 ‘대륙건설 대표, 홍기표’ 이름 석 자가 박혀 있다.
서울지도가 펼쳐져 있고.. 공유수면 개발 예정지들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들이 쳐져 있다. 김비서가 와 있고...)
김비서 : 예, 비축해 있던 토사도 몽땅 빗물에 쓸려 내려갔답니다.
기표 : 제법 잘 버틴다 했더니... (김비서에게) 만보건설, 돈 줄 틀어막고 끌어다 쓴 사채, 어음 몽땅 사들여.
김비서 : 알겠습니다, 사장님.
기표 : (차가운 표정으로) 얼마 남지 않았어. (지도를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이 강남땅을 기반으로, 우리 대륙건설이
업계 최고로 우뚝 설 날이..!
씬6. 병실 안
(황태섭이 환자복차림에 링겔을 꽂은 채로... 문성중이 있고...)
태섭 : 대출이 안 된다니?
성중 : 이제까지 호의적이었던 은행이며 사채 큰 손들까지 저희 쪽 하고는 거래를 안 하겠답니다.
태섭 : 대체 그 놈들이 왜?
성중 : 저도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태섭 : 이두 저두 안 되면, 당장 집이며 사무실, 다 내놓고.. 회사 명의로 사들인 강남 땅 다 팔아 치워.
어떡하든, 반포지구 공유수면, 다 메꿔야 돼. 그것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야.
(이때, 주영국이 급히 들어서며)
영국 : 밖에, 대륙건설 홍사장이 와있네.
태섭 : 뭐? 홍사장? (잠시 생각하다가) 잠깐.. 잠깐만 기다리라고 해. (벌떡 일어서더니 링켈을 확 잡아 뺀다. 환자복을 벗으며)
내 옷.. 얼른 내 옷 꺼내 놔.
씬7. 동, 병실 밖
(등을 보이며 서 있는 홍기표. 그 옆에 김비서가 있고... 주영국이 나오며...)
영국 : 들어오시랍니다.
홍기표 : ... (표정 없이 돌아보는데)
씬8. 동, 병실 안
(어느새 옷을 다 갈아입은 황태섭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얼른 훔치며...
이때, 주영국과 함께 홍기표들이 들어서고...)
태섭 : (애써 병색을 감추며) 바쁘신 분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기표 : 황사장님이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도무지 일손이 잡혀야 말이죠.
태섭 : 쓰러지다니요? 어떤 놈이 내가 쓰러졌다고...! (어지럽다, 숨 고르고) 비바람에... 모래 좀 뒤집어썼을 뿐입니다.
기표 : 경미하다니 천만다행입니다. 헌데, 이번 재해로 토사를 잃은 데가 여럿 있나 봅니다. 만보건설은 괜찮습니까?
태섭 : 손해는 좀 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기표 : (잠시 보다가)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 동안, 토사를 확보하느라 우리 건설사들 끼리 얼마나 피 터지게 싸웠습니까?
태섭 : 대륙건설처럼 큰 회사가 뭐가 어려우셨겠습니까? 우리같이 영세한 건설사만 힘들었지...
기표 : 우리, 다 같은 판에서 먹고사는 동지가 아닙니까? 어려운 일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손을 내미세요.
내,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태섭 : 저도 뭔가 도와드릴 일 있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그만한 능력은 있는 사람입니다.
기표 : ... 그럼 건강 잘 챙기세요.
태섭 : 멀리 안 나갑니다.
(홍기표와 김비서가 나가고 나면 황태섭이 그들 쪽을 노려본다)
태섭 : 뱃속에 황구렁이가 들어 앉아 있는 놈이야.
성중 : 오늘 아침에도, 홍사장이 반포지구 현장을 둘러보고 갔습니다.
태섭 : 뭐?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주는 거야?
씬9. 종로 거리, 서점 앞
강모 : 구두닦으... 양말도 팔아요. 구두 닦으... 양말도 팔아요...
(구두통과 양말 보따리를 들쳐 멘 강모가 지나간다.
서점 가판대에 모여 있는 중학생들이 참고서를 고르는 중이다. 교복 차림에 교모를 쓴 채...
강모, 발길을 멈추고 물끄러미 그들을 보는데..).
씬10. 동, 서점 안 / 서점 밖
(서점 안에서 책을 고르던 정연이 진열장 밖의 강모를 본다.
서점 밖... 가판대에서 1학년 참고서를 집어 드는 강모... 주머니에 돈을 꺼내 잠시 망설이곤, 다시 제자리에 놓는데...
이때, 주인, 냅다 달려 나와 강모의 귀를 잡으며...)
주인 : 너, 이놈, 딱 걸렸어. 얼마 전부터 책이 없어졌는데 네 놈이지?
강모 : (아파서) 아...! 사장님, 저 아니에요.
주인 : 잡아떼도 소용없어, 이 눔아. 경찰서로 가자. 너 같은 도둑놈은 혼 좀 나봐야 돼.
강모 : (사장을 확 밀치며) 아이.. 진짜 저 아니라니까... 학교두 안다니는데, 이런 거 나한테 줘도 못 써요.
주인 : 도둑놈이 이걸루 공부하겠냐? 팔아먹지?
(이때, 서점안의 정연과 강모가 시선이 마주친다. 강모, 잠시 표정이 굳어지다가...)
강모 : (돌변한다) 경찰서 가요.
주인 : ...?
강모 : (노려보며) 가서 나, 죄 없으면 오늘 사장님 때문에 공 친거 다 받아 낼 거예요.
주인 : ...! (주춤하고)
강모 : 뭐하세요. 경찰서 가게 빨리 앞장서세요.
주인 : 이 놈 맹랑한 거 보게... 아니면 말지... 가, 임마... (들어가는)
(강모, 정연 쪽을 힐끔 보고는 화가 나서 간다.
안에서 나오는 정연... 강모가 보던 참고서를 집어 드는데...)
씬11. 구두 천막
(강모가 구두를 닦는데... 정연이 불쑥 참고서를 내밀며...)
정연 : 가져.
강모 : .... (뭔가 보다가, 표정 굳어지고)
정연 : 가지고 싶어 했잖아. 자.
강모 : (무시하듯, 구두 닦으며) 너 부잣집 딸인 거 티 내냐? 그 책값이면 우리 천막 애들 일주일은 배불리 먹어.
정연 : 니가 울 아버지 구해 줬잖아. 그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강모 : 필요 없어..! 나 돈 버는 거 말고, 공부 같은 거 생각할 여유 없거든?
정연 : 그래? 고아에다가, 구두닦이에다가, 툭하면 싸움질까지... 너 돈 벌기 전에 깡패부터 될 거야.
강모 : ...! (확 노려본다)
정연 : 난 틀린 말 안 해. 내기 할래? 너 깡패 되나, 안되나?
강모 : 근데, 이 기집애가...
아이 : (E) 강모야..!!
(강모가 돌아보면, 구두닦이 아이 한명이 급하게 뛰어오고...)
아이 : 빨리 가 봐. 싸움 났어.
강모 : ..!!
아이 : 넝마 놈들이 몰려와서 자릿세 내노라구...
강모 : ... (냅다 뛰어 간다)
아이 : 같이 가..! (따라가면)
정연 : ...! (놀라서)
씬12. 어느 공터
(강모가 뛰어온다. 박소태와 구두닦이 아이들이 넝마들과 엉켜 싸우고 있고.. 강모, 잠시 살피는데 아이가 쫓아와서)
아이 : (넝마대장 가리키며) 저기, 저 놈이 넝마 대장이야.
(강모, 냅다 뛰어들며 넝마대장의 배를 힘껏 머리로 들이 받는다. 뒤로 나동그라지는 넝마대장...
강모, 그 위에 올라타더니 업치락뒤치락... 강모가 넝마대장 밑에 깔리며 맞다가 맞은편에 있던 정연과 눈이 마주친다.
정연, 화가 난 듯, 노려보다가 들고 있던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뒤돌아 가는데...
강모, 그대로 넝마 대장 얼굴을 이마로 들이받는다.
넝마대장이 얼굴을 감싸고 주춤하는 사이에 뒤집어 올라타더니 주먹을 퍼붓는데...)
씬13. 동, 공터 (시간경과)
(어느덧 싸움이 끝나있다. 넝마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구두닦이 아이들만..
강모, 얼굴에 상처가 나 있고... 박소태가 강모에게 다가온다)
소태 : 수고했다... 배고프지? 우리 뭐, 먹으러 가자.
강모 : ... (침울하게)
소태 : 이러구 나면 한 달은 조용해 져. 우리가 양말까지 팔아서 재미 좀 본다니깐 넝마 놈들이 배 아파서 그래.
강모 : 먼저 가.
소태 : 얼른 와라. (좌중에게) 오늘 내가 군만두 쏠게.
아이들 : (와 하며 좋아한다)
(박소태와 아이들이 다 가고 나면 강모, 쓰레기통에 버려진 참고서를 꺼내든다.
옷소매로 먼지들을 쓱쓱 닦아내며 물끄러미 보는데.. 왠지 서글퍼진다)
씬14. 미팔군 정문
(미군 헌병들의 경계가 삼엄하다. 마이클이 서류가방을 들고 부대 안으로 들어선다. 헌병들이 경례를 부치고...
일각에서 몸을 숨기고 마이클을 보는 눈빛, 고재춘이다.)
씬15. 준장실
(탁자 위에 군화가 놓여있고... 세탁물을 가져온 성모가 있다.
마이클이 들어서면 햄튼이 눈짓으로 군화를 가리킨다. 마이클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BG Hampton : How did it go? (어떻게 됐나?)
CPT Michael : It was a failure. They didn’t show up. (실패 했습니다. 놈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BG Hampton : There’s a spy among us. That’s the only explanation for everything that’s been happening.
(내부에 스파이가 있는 게 분명 해. 그러지 않고선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설명할 수가 없어.)
성모 : ... (군화를 본다, 눈빛)
씬16. 참모실
(부관1이 도청하고 있다. 조필연이 번역된 메모용지를 보고 있고..)
부관 1 : 햄튼이 내부 스파이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필연 : ... (이때, 고재춘 들어오며...)
재춘 : 마이클이 돌아 왔습니다.
필연 : ... (용지를 내려놓고, 생각)
재춘 : 햄튼이 데려 온 아이라고 해서 의심 했었는데... 그 아이 말대로 우릴 함정에 빠뜨리려던 계획이었습니다.
필연 : 당장 도청, 중단하고 도청기 회수 해.
부관1 : 예?
필연 : 어차피, 햄튼이나 나나 서로의 패는 이미 다 까발려졌어. 이제부턴 진검승부야.
재춘, 부관1 : .. (보면)
필연 : 우리한테 제보했던 그 친구, 데려 와.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부관1 : 알겠습니다. (나간다)
필연 : ... (생각하는 눈빛)
씬17. 미팔군 내, 샤워실
(그리 크지 않은 소박한 샤워장이다. 뿌연 김이 서린 실내... 조필연이 혼자 샤워를 하고 있다.
이때, 옷을 벗은 채 들어서는 성모... 잠시 노려보더니 조필연 옆에서 샤워기 물을 틀고는 머리를 적신다.
조필연,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얼굴로 샤워하며...)
필연 : 햄튼의 작전이 거짓이란 건 어떻게 알았나?
성모 : 간단한 영어는 알아들을 수 있어요.
필연 : ... (샤워기를 끈다. 성모를 보면)
성모 : 준장님과 마이클대위는 제가 영어를 모르는 줄 압니다.
필연 : 기억을 잃어 버렸다고 들었는데, 꽤 고등 교육을 받은 모양이군... 이름도 기억하니?
성모 : ... (샤워기를 끈다)
필연 : 니 이름말이다.
성모 : 모릅니다.
필연 : 알고 싶지 않나?
성모 : ...
필연 : 어딘가에 부모님과 가족이 있을 텐데... 지금 쯤 널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겠나?
성모 : 저도... 찾고 싶습니다.
필연 : 우린 지금 베트남전에 관한 기밀문서를 찾고 있어. 그 문서가 있는 곳만 알아내...
네 가족은, 내가 책임지고 찾아 줄 테니까...
성모 : 알겠습니다.
필연 : (거울에 서린 김을 닦아내고는 자신의 얼굴을 본다) 오한이 드는 게.. 감기에 걸릴 것 같군.
씬18. 의무실 안
(조필연이 팔뚝을 내놓고 군의관에게 맥박을 재고 있다)
필연 : 자네, 전역이 얼마 안 남았지?
군의관 : 여름에 나갑니다.
필연 : 그럼 의사 선생님이 되는 건가?
군의관 : 예.
필연 : 출세가 보장된 미래구만... 자네 아버님이, 육이오 전쟁 때 동료들을 구하고 전사하셨다지?
군의관 : ...? (본다) 그걸 어떻게..?
필연 : 훌륭하신 분이야. 자네 부친 같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게 아니겠나?
군의관 : .. (맥박기 빼내며) 체온, 맥박 다 정상입니다. (가려는데)
필연 : (팔뚝을 잡는다) 자네도, 자네 아버님처럼 국가를 위해서 할 일이 있네.
군의관 : ..!
필연 : 난 아주 중대한 임무를 띠고 이곳에 파견됐어. 자네가 날 좀 도와줘야 되겠어.
군의관 : 제, 제가 어떻게..?
필연 : 햄튼이 데려온 그 아이.. 그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서 보고해.
군의관 : ...!! (놀란다)
필연 : 제대해서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려면... 내가 준 임무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해. 알아듣겠나?
군의관 : ... (놀란 채)
필연 : ... (보는데, 눈빛)
씬19. 준장실
(성모가 와 있다. 햄튼과 마이클이 있고... 햄튼이 손바닥만 한 녹음기를 건넨다. 성모, 녹음기를 집어 들고...)
씬20. 세탁소 안
(성모가 손에 녹음기를 들고 물끄러미 생각중이다. 그 위로..)
BG Hampton : (E) All you need to do is to record Cho's order to steal the document. Once we have that,
we can arrest him immediately. (조필연이 기밀문서를 뺏어 오라는 명령만 녹음해 오면 돼.
그것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조필연을 잡아들일 수가 있다.)
(성모, 생각에 잠긴 채... 이때, 군의관이 군복을 들고 들어선다.
성모, 얼른 녹음기를 상의 호주머니에 넣는데 군의관이 눈치를 채고..)
성모 : 오셨어요, 군의관님?
군의관 : 어.. (옷을 내밀며) 이거.. 껌이 좀 눌러 붙었거든?
성모 : ... (옷을 펼쳐보며) 미제 껌은 질겨서 잘 안 빠지던데..
(군의관, 성모의 호주머니를 주시하듯 본다. 그 호주머니...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하고 녹음기 전선이 늘어져 나와 있다)
씬21. 참모실
(생각에 잠겨 있는 조필연... 고재춘이 곁에 있고...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조필연, 수화기를 드는데...)
군의관 : (F, 떨리는 음성) 저, 접니다..
필연 : 말해... (잠시 듣고만 있다가, 눈빛을 번뜩인다) 수고했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재춘 : (표정 살피며) 무슨 일이십니까?
필연 : 그 놈이 녹음기를 가지고 있다.
재춘 : 예?
필연 : 내 예상이 맞았어. 그 놈은 햄튼의 이중 첩자야.
재춘 : 이젠 어떡해야 합니까?
필연 : 놈을 불러서, 기밀서류가 어딨는지 자백을 받아내야지.
재춘 : 알겠습니다.
필연 : 햄튼 준장... 이 조필연이 고작 그런 수작에 넘어 갈 줄 알다니... 베트남전 작전 참모로 날린 명성이 아깝구만...
씬22. 세탁소 안
(성모가 군복에 휘발 액체를 뿌려가며 늘러 붙은 껌을 떼고 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는 책갈피에서 가족사진을 꺼내본다)
성모 : ... (물끄러미 보다가) 조금만 기다려 줘. 아버지 원수부터 갚고... 그런 다음에 너희들 찾으러 갈테니깐...
(눈가가 촉촉해지는데)
씬23. 만보건설 사무실 안
(강모가 황태섭 옆에서 열심히 구두를 닦고 있다.
황태섭이 핏대를 올려가며 어디론가 전화중이고... 주영국과 문성중이 전화기 앞에 모여들어 있다. 여비서가 한쪽에서...)
태섭 : (수화기 들고) 저랑 하루 이틀 거래한 사이도 아니잖습니까?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제가 지금 그리고 가겠습니다...
은행장님..? 여보세요? 은행장님..! (수화기를 쾅, 내려놓고) 대체 왜들 이러는 거야? 하나같이 만보건설 망하게 하려고
작당들을 했나?
(이때, 전화벨이 또 울린다)
태섭 : (수화기 들고) 네, 황태섭입니다. (사이) 지금요? 알겠습니다. (수화기 내려놓으며) 차 시동 좀 걸어 둬.
영국 : 어디 가는데?
태섭 : 시청에서, 긴급 건설주 회의 소집이야. 뭐가 있어야, 회의에 가서 주둥아릴 놀리든 말든 하지, 에잇..
(강모에게 버럭) 야, 구두 줘..!
강모 : (얼른 구두를 앞에 놓고는) 저, 사장님 양말에 구멍 났는데요?
태섭 : 뭐? (들여다보고는) 아직두 양말 한 짝 제대루 못 만드나.. 뭐가 이렇게 약해 빠졌어?
강모 : (양말을 꺼내들고는) 새 양말 여깄어요.
태섭 : (낚아채며) 이리 줘, 차안에서 갈아 신게.
강모 : 백 원인데요?
태섭 : 마..! 너 구두 망친 게 얼만데... (무시하고 나가버린다)
강모 : 제가 사장님 구해 드렸잖아요.
영국, 성중 : (따라 나가면)
강모 : 사장님..! 양말 값은 주셔야 돼요.
씬24. 만보건설 건물 일각
(자동차가 진창에 빠져서 헛바퀴가 돌고 있다. 운전석에 주영국이 있고, 옆자리에 황태섭이 앉아 있다.
문성중과 여비서가 뒤에서 차를 밀어보지만...)
태섭 : 왜 또 자동차까지 속을 썩이구 지랄이야?
(강모가 황태섭이 있는 쪽 차창에 달라붙어서..)
강모 : 사장님, 양말 값 안 받으면 하루 일당, 공쳐요.
태섭 : 너, 저리 안가? (차에서 내리고) 야, 택시 잡아.
강모 : 이거, 바퀴 빼내면 양말 값 주실 거예요?
태섭 : 뭐? 너 지금 나하구 장난 하냐?
강모 : 자동차 빼 줄테니깐 돈 주셔야 되요?
(강모가 주변에 있던 연탄재를 바퀴 주변과 진창에 부셔 넣기 시작한다.
황태섭들, 뭔가 싶어서 보는데... 어느새, 연탄재로 메워진 진창... 바퀴가 돌더니 거뜬하게 빠져나간다)
강모 : 어때요, 금방 나오죠? 얼른 돈 주세요.
태섭 : (무시하고, 영국에게) 안가구, 뭐해?
(차가 붕, 출발해버린다)
강모 : 어? 아저씨..! 사장님..!!
성중 : (멀어지는 차 쪽을 무겁게 보는데)
여비서 : (성중에게) 이러다가 진짜 우리 만보건설 망하는 거 아니에요?
성중 : (한숨 한번 내쉬고는 들어간다)
강모 : 누나... 매립지만 메우면 누나네 회사 안 망해요?
여비서 : 왜? 니가 메워주구 양말 값 받으려구? (들어간다)
강모 : ... (잠시 생각)
씬25. 어느 찻집
(전통찻집 분위기의 조용한 공간이다. 한명석과 홍기표가 마주 앉아 있고.. 홍기표가 조용히 지적도 한 장을 건넨다)
기표 : 이번에 저희 쪽에서 매입한 말죽거리 일대의 지적도입니다.
명석 : ... (보면)
기표 : 서울시 도시국장님이시니까 옥석은 충분히 가리실줄 압니다.
그 중 가장 노른자위 땅.. 박화상이란 가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명석 : (눈빛이 빛난다)
기표 : 이 지적도... 한국장님이 갖고 계시죠.
명석 : .. (잠시 보다가) 난 이번 매립공사,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홍사장님처럼 능력 있는 분이 도와주셔야 하고요.
기표 : 감사합니다. 한국장님...
명석 : (시계 보며) 회의시간 다 됐습니다. (일어서서 나가면)
기표 : ... (의미심장한 미소)
씬26. 시청, 회의실
(정면에 ‘남서울 공유수면 매립지 건설주 정기회의’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한명석을 중심으로 이십 여명의 건설사 사장들이 회의석상에 모여 있고...
황태섭과 홍기표가 서로 마주 앉은 채, 잠시 눈싸움을 벌이며...)
명석 : 이번 매립지 공사에 어려움이 아주 많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우리 서울시 도시국에선,
공사 완공능력이 없는 건설사들을 퇴출시키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좌중 : ... (웅성거린다)
명석 : 탈락된 건설사가 소유하고 있던 매립지는 우리가 임의대로 선정한 다른 건설사에게 그 공사권이 넘어갈 겁니다.
태섭 : ... (긴장하며)
기표 : ... (태섭 쪽을 보며 여유만만하게)
명석 : 오늘 여기 안 나오신 건설주 두 분은 이미 포기의사를 밝히셨습니다.
그 두 곳 업체를 포함해서 이번에 탈락이 결정된 건설사는 총 네 곳 입니다. (좌중을 둘러보다가) 신천지 건설...!
사장1 : ..!
명석 : 공사가 중지된 압구정지구를 대륙건설로 넘기겠습니다. 이의 없으시죠?
사장1 : ... (고개를 떨구면)
기표 : (미소)...
명석 : 마지막 한곳은... 만보건설입니다.
태섭 : ..!! (놀란다)
명석 : 반포지구 매립공사도 앞으로 대륙건설이 맡아서 하게 될 겁니다.
태섭 : (벌떡 일어선다) 난 수긍할 수 없습니다...!
기표 : ... (느긋하게)
태섭 : 지금 태안에서 토사 올라오는 중입니다. 그것만 당도하면, 그깟 매립지 메우는 건 일두 아닙니다.
헌데, 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 만보건설이 공사능력이 없다는 겁니까?
명석 : 틀림없이 토사를 확보하셨습니까?
태섭 : 쫌만 기다려보면 알거 아닙니까?
기표 : 태안쪽 상황은 내가 더 잘 압니다. 토사가 있을 리가 없어요.
태섭 : 이것 봐, 홍사장..! 내가 당장 할 수 있다는데, 왜 당신이 가타부타 말이 많아?
기표 : (한명석에게) 당장이라도 전화 한통이면 알아볼 수 있습니다.
태섭 : 해 봐..! 어따 전화 할 건데? 서해안 용왕님한테 할까?
명석 : 고정들 하십시오. (태섭을 본다) 삼일 드리겠습니다. 삼일 안에 반포지구를 메울 만큼 토사 확보하시고,
공사 재개 하십시오. 삼일 후에도 진척이 없다면, 이번 결정대로 강제 집행 하겠습니다.
태섭 : (노려보며) 예... 하겠습니다. 내가, 뼈를 묻어서라도, 매립지 다 채워 보이겠습니다. (이를 갈 듯이 홍기표를 노려본다)
씬27. 동, 회의실 안
(회의가 다 끝나고 건설주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홍기표가 가방에 서류를 챙기는데 태섭이 그 앞에 나서며)
태섭 : 당신 정말 이럴 거야?
기표 : 난 지금 공정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태섭 : 공정거래는, 무슨 개뼉다구 같은 공정거래야? 당신이 사전에 관공서 드나들면서 침 발라 놓은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기표 : (침착하다) 황사장님... 이번 공유수면 매립사업, 이 나라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사업입니다.
황사장님처럼 사리사욕만 밝히다가 국가의 대업을 망치기라도 하면 그 죄를 다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태섭 : 뭐? 너, 이 자식..!! (멱살을 잡고 주먹을 치켜든다)
기표 : 내가 법을 하나라도 어긴 게 있으면 치세요.
태섭 : ... (차마 치지 못한 채)
기표 : (멱살 잡은 손을 조용히 끌어내린다) 상도가 뭔지 아십니까? 공익을 위해서 자신을 버릴 줄도 아는 거...
그게 바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상도덕 입니다. (나간다)
태섭 : ... (잠시 있다가) 당신, 상대 잘못 골랐어..!
기표 : ... (본다)
태섭 : 명심해.. 내 바짓가랑이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할 날이 곧 올 거야.
기표 : 그 전에.. 토사나 구해 두시죠. (나가고 나면)
(아무도 없는 빈 회의실... 태섭,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데...)
씬28. 동, 시청건물 앞 / 승용차 안
(홍기표가 나오면 김비서가 뒷좌석 차 문을 열어준다. 홍기표가 차에 타면 김비서가 운전석에 오르고...)
기표 : 만보건설에서 빌려 쓴 사채 차용증, 다 걷어 들였지.
김비서 : 예, 사장님.
기표 : 어음은?
김비서 : 분부하신대로, 우리 다 수중에 있습니다.
기표 : 지금 당장 사채 걷어 들이고, 어음 돌려.
김비서 : 알겠습니다, 사장님. (시동 건다)
씬29. 구두천막
(드럼통에 불이 지펴져 있다. 소태가 정연이 준 참고서를 찢어서 불 속에 넣고 있다.
강모가 구두 통을 메고 들어서며...)
강모 : 야, 만보건설 사장님 들어갔냐?
소태 : 거기 망해서 초상집이라던데... 외상 준 거 있냐?
강모 : ..! (그제야 책을 보고 뺏으며)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소태 : 쓸모도 없는 거 뭐하게... 야, 야, 불 꺼진다, 얼른 여기 넣어. (손을 뻗으려는데)
강모 : 건드리지 마..!
소태 : ...?
강모 : 내 책, 건드리는 놈 있으면 나한테 죽는다구 다른 애들한테도 말해.
소태 : 새끼.. 그 책, 걔가 준거냐? 만보건설 사장 딸?
강모 : .. (책을 한쪽에 챙겨 넣는데)
소태 : 죽은 울 엄마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구 살아야 한다구 했어. 부잣집 애들이, 우리 같은 애들 사람 취급이나 하는 줄 아냐?
강모 : ...
(이때, 여비서가 소주가 든 봉지를 들고 다가온다. 강모, 여비서를 보더니 얼른 그 앞에 다가가고...)
강모 : 누나.. 사장님 오셨어요?
여비서 : 어휴, 오자마자 술부터 찾으시네. 문 닫기 전에 우체국 갔다 와야 하는데...
씬30. 사무실 안
(텅 빈 사무실에서 황태섭이 혼자 이마를 괴고 앉아 있다.
문이 열리며 강모가 소주 봉지를 들고 들어선다. 강모, 조용히 다가와 소주를 내놓는데..
황태섭, 강모는 본채 만 채 소주병을 들고 이빨로 병뚜껑을 딴다. 벌컥벌컥 마시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강모 :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태섭 : ... (그제야 강모를 본다)
강모 : 한강에 있는 그 매립지 말예요... 그거 메울 방법이 있어요.
태섭 : 뭔 소리야?
강모 : 사장님, 지금 모래가 없어서 공사 못하신다면서요.
태섭 : (답답해서) 그걸 뭘로 메우냐구, 인마..!
강모 : 연탄재요.
태섭 : 뭐?
강모 : 밖에 나가면 골목마다 연탄재 버릴 데가 없어서 골치잖아요. 그걸루 메우면 돼요.
태섭 : 연탄재로.. 매립지 공사를 한다구?
강모 : 예. 연탄재가 얼마나 좋은데요. 아까두 보셨잖아요. 연탄재 뿌리니깐 차바퀴, 금방 빠져나가는 거...
태섭 : 나가 임마..!!
강모 : (화들짝 놀란다)
태섭 : 사람들이 집 짓구 살 데에다가 쓰레기로 메꾸자구? 네놈이 지금 초상집 앞에서 혓바닥을 낼름거리냐?
강모 : 전 그냥, 사장님 도와드리구 싶어서...
태섭 : (때릴 듯이 손바닥을 치켜들고) 얼른 안 꺼져?
(강모, 피하듯이 얼른 밖으로 나간다.
태섭, 화가 나서 다시 병을 들고 마시려는데 강모가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강모 : 양말 값은 언제 줘요?
태섭 : 너, 이 자식..!! (병을 집어 던질 듯이)
(강모, 얼른 문을 닫고 나간다. 태섭, 속이 상한 듯 병째 나발 부는데)
씬31. 황태섭 집 거실
(남숙이 문을 열어주자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양복차림의 사내들... 정연과 정식이 있고...)
남숙 : 누구세요?
남자1 : (좌중에게) 집행 해.
(사내들이 집안 곳곳에 차압딱지를 붙이기 시작한다. 정연과 정식, 놀라서..)
남숙 : 이봐요? 당신들 누구냐니깐?
남자1 : 법원에서 나왔습니다. 앞으로 이집을 포함한 모든 물건은 저희가 압류하게 됩니다.
남숙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압류라니?
정식 : (울먹) 엄마...
남숙 : (털썩 주저앉으며) 어이구, 정식 아부지.. 이게 무슨 날벼락이래?
(이때, 사내 한명이 이층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정연이 계단 앞을 막으며...)
정연 : 여긴 내 방이에요. 올라가지 말아요..!
사내 : 비켜라.
정연 : 아저씨들 뭔데?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요.! 안 나가면 경찰 부를 거야..!!
사내 : ... 비키라니깐. (손으로 밀치려는데)
(정연, 사내의 손을 이빨로 물어뜯는다. 사내, 악 소리를 내며 정연을 힘껏 밀치는데.. 정연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씬32. 만보건설 사무실 안
(황태섭이 빈 소주병을 들고 물끄러미... 여비서가 눈치를 살피며 퇴근도 못하고..
이때, 주영국이 급히 들어서며)
영국 : 황사장, 큰일 났어? 은행에서 어음이 돌아오고 있어..!!
태섭 : 무슨 말이야? 어음이 돌아오다니?
영국 : 지금 은행에서 오는 길이야. 난리가 났다니깐..!
태섭 : ... (놀란 채)
(이때, 전화벨 소리... 여비서가 전화를 받고는)
여비서 : 사장님, 사모님이세요.
태섭 : (수화기를 든다, 놀라서) 무슨 일이야? (버럭) 울지만 말고 말을 좀 해 봐..!! (듣고는 놀라며) 뭐? 차압? (힘이 쭈욱 빠진다)
알았어... 글쎄, 알았다니깐..!! (수화기 쾅, 내려놓는다. 신경질적으로 넥타이 잡아 끌르며) 문이사 어디 갔어?
여비서 : 현장에 가셨어요.
태섭 : 현장에는 왜?
여비서 : 인부들이.. 밀린 임금 내노라며 데모를 한다구..
(태섭, 뒷목을 잡는다,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애써 침착하게)
씬33. 미팔군 전경 (밤)
(초병들의 삼엄한 경계)
씬34. 미팔군, 세탁소 안
(성모가 고재춘의 이름이 적인 군복을 집어 든다. 호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고 보는데...)
재춘 : (E) 오늘 밤에 지원단 창고로 와라.
(성모, 지프 라이터를 들고 메모지를 불태워 버린다. 녹음기를 꺼내드는 성모... 뭔가 결연한 눈빛으로..)
씬35. 의무실 (그 밤)
(서랍을 뒤지는 초조한 손길... 군의관이 양주 한 병을 꺼내든다. 벌컥벌컥 마시는데...
숨을 헐떡거리며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씬36. 창고 안
(어둠침침한 그곳에 성모가 들어선다. 성모,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살피는데 백열 갓등이 켜진다.
조필연이 탁자 앞에 앉아있고... 고재춘과 부관 1이 성모의 양쪽 옆에 다가와 선다.
성모, 뭔가 심상치 않지만 태연하게...)
필연 : 기밀문서가 있는 곳은 알아냈나?
성모 : ... 예.
필연 : 알아냈다고?
성모 : 알아냈습니다.
필연 : (입가에 엷은 미소) 그렇겠지... (눈짓하면)
(양쪽에서 고재춘과 부관1이 성모의 양 팔을 잡는다. 먼지 수북한 테이블에 얼굴을 짓눌리는 성모..)
성모 : 왜, 왜 이러십니까?
필연 : 몸수색 해.
(고재춘이 성모의 상체를 더듬더니 호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낸다. 그 녹음기가 성모의 눈앞에 놓여지고... 성모, 놀라는데..)
필연 : 햄튼이 명령하더냐? 이 녹음기로, 기밀문서를 빼돌리라는 내 육성명령을 담아오라고?
성모 : ...!! 저, 전... 햄튼 편이 아닙니다.
필연 : 햄튼이 나라를 배신하는 조건으로 뭘 주겠다고 했나? 미국에 데리고 가서 호의호식을 시켜주겠다고 했나?
성모 : 저를 못 믿는 겁니까?
필연 : 닥쳐... 난, 네 놈 같은 눈빛을 잘 알아... 돈 때문에 국가와 민족 따윈 헌신짝처럼 버릴 놈들이지...
성모 : ...!! (노려본다)
필연 : 이 부대 안에서.. 너 같은 놈 하나 죽여서 하수구에 처박아 버린들 아무 문제도 될 것 없다.
(권총을 꺼내더니 소음기를 부착한다)
성모 : ...!! (놀라는데)
필연 :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기밀문서가 어디 있는 지를 대는 것뿐이야...
성모 : ... (노려본다)
필연 : (성모 손가락에 총구를 가져다 끼며) 셋을 셀 동안 말하지 않는다면.. 눈앞에서 손가락 한 개씩 없어질 것이다.
열손가락 다 없어지고 나면... 그 다음엔 네놈 목구멍이야.
성모 : ..!! 녹음기를 주십시오. (몸을 일으키는데)
재춘, 부관1 : ..!! (찍어 누른다)
필연 : 하나... 둘... 셋..! (총을 쏘려는 순간)
성모 : (다급하게) 버튼을 눌러보십시오..!
필연 : ..?
성모 : 어서... 그 녹음기 버튼을 눌러보세요.
(조필연이 뭔가 이상한 듯, 녹음기 버튼을 누른다. 이때 흘러나오는 햄튼의 목소리...)
BG Hampton : (F, 영어) Did you keep the document in a safe place? (기밀문서는 잘 보관해 두었겠지? )
CPT Michael : (F) Don’t worry, sir. They would never suspect that we have it in the sensitive documents storage of the
War Library.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밀문서가 다른 곳도 아니고 전쟁 도서관 문서보관실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겁니다.)
BG Hampton : (F) As the Korean proverb says, “The light never reaches the foot of the candle.” Keep there for a few days
until we move it to the states. (한국 속담에 등장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 며칠만 그곳에 보관해 두면 돼.
곧 미국으로 보내질 거니까.)
(녹음 테입이 멈춘다. 조필연이 놀란 채 성모를 보는데.. 성모, 짓눌린 채...)
필연 : 풀어줘...
(고재춘과 부관1이 풀어주면 성모, 몸을 일으키더니 조필연을 노려본다)
필연 : 미안하단 말은 하지 않겠다.
성모 : ....
필연 : 하지만, 이번 일로 넌, 내 신임을 얻었어. 약속하마.. 다시는 널 의심 하지 않겠다.
성모 : ...
필연 : (고재춘, 부관1에게) 도서관에서 기밀문서를 빼 올 방안을 찾아 봐. 이번엔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안 돼..!
재춘, 부관1 : 알겠습니다.
(조필연이 성모를 보며 악마처럼 씨익 웃는다. 성모, 그 모습을 노려보며...)
씬37. 준장실 앞 복도
(어둠 컴컴한 복도... 성모가 그림자를 늘어뜨리며 기진맥진 한 채 걸어온다. 마치 죽음의 터널을 지나온 것처럼 무겁게...)
씬38. 준장실
(BG Hampton and CPT Michael look anxious. The door opens and Sung Mo comes in.
BG Hampton and CPT Michael spring to their feet and look at Sung Mo.
Sung Mo plunks down on the ground as he relaxes.
CPT Michael approaches and checks on Sung Mo. He rolls up SungMo’strouserleg.
There is a recorder taped on Sung Mo’s ankle. CPT Michael removes the recorder from Sung Mo’s ankle.)
(햄튼과 마이클이 초조하게.. 이때 문이 열리며 성모가 들어선다. 햄튼과 마이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성모를 보는데..!
성모, 모든 긴장이 풀리듯 털썩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마이클이 급히 다가가 성모를 살피고는 바지를 걷어 올린다.
성모의 발목 부근에 테이프로 둘둘 말아 붙인 녹음기 한 대가 붙어 있고... 마이클이 급하게 그 녹음기를 떼어내는데...)
- 시간경과 -
(Sung Mo is in his seat. MAJ Cho’s voice can be heard from the recorder. BG Hampton and CPT Michel listen seriously.)
(정신을 차린 성모가 앉아 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조필연의 목소리... 햄튼과 마이클이 심각하게 듣고 있고...)
필연 : (E) 도서관에서 기밀문서를 빼 올 방안을 찾아 봐. 이번엔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안 돼.
(CPT Michael pushes the stop button)(마이클이 버튼을 눌러 정지시킨다)
BG Hampton : (성모를 본다, 한국말) 수고했다.
성모 : 이제부턴 어떻게 되는 겁니까?
BG Hampton : Cho, Phil Yeon will send his men to steal the document, but what we have there is not the Vietnam
document that they want. (곧 조필연이 부하들을 시켜서 기밀문서를 훔치러 올 거다.
그 문서는 저들이 원하는 베트남 문서가 아니야.)
성모 : 그럼..?
BG Hampton : It is a classified blueprint of an American fighter plane. Now that we have this recording,
we can charge him for espionage. (우리 미군의 전투기 비밀 설계도야. 이 녹음 내용이 있으니...
조필연에겐 일급 간첩죄가 적용될 거다.)
성모 : ... (눈빛)
씬39. 의무실 안 (그 밤)
(군의관이 취기어린 모습으로 빈 양주병을 손에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이때, 노크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고... 성모가 세탁물을 들고 들어선다.
군의관이 노려보듯 성모를 보다가...)
군의관 : (격앙) 너 그러다가 죽어, 임마. 너 같은 놈 죽는다구, 햄튼이 눈 하나 깜짝 할 거 같아? 그거 그냥 개죽음이야.
나이도 어린놈이 왜 그러구 살어, 멍청하게?
성모 : 형...
군의관 : (본다)
성모 : 저, 처음 여기 올 때부터, 군의관님, 친형처럼 생각했어요.
군의관 : ... (울컥해서) 나 무섭다.
성모 : .. (본다)
군의관 :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햄튼이구 조필연이구 다 무서워.. 근데... 제일 무서운 건 바로 너야.
성모 : ...
군의관 : 너 기억 상실증 아니지? 처음부터 의도적이었던 거냐?
성모 : ...
군의관 : 이름이 뭐야?
성모 : 이성모예요.
군의관 : 성모야.. 대체 무슨 사연이냐? 무슨 사연이길래 어린놈이...
성모 : 죄송해요. 형.. 지금은 말씀 못 드려요. 나중에.. 나중에 제 속에 있는 것들... 다 얘기할 게요.
군의관 : 어쩌다 너란 놈한테 정을 붙인 건지...
성모 : 미안해요. 형.
군의관 : 난 정말... 여기가 너무 너무 싫다. 지긋지긋해... 당장이라두 뛰쳐 나가구 싶어..!
성모 : 저두, 여기 싫어요. 형 전역할 때... 그때 저하구 같이 나가요.
군의관 : 싫어, 임마.
성모 : (주머니에서 메모지 꺼내며) 아까 군복에 들어있던 거... 고마웠어요.
(성모가 메모지를 놓고 나간다.
군의관, 그 메모지를 본다. ‘조필연이 널 의심하고 있다’)
씬40. 성모의 꿈
- 1부에서 대포집 앞...
(한잔 걸친 황태섭과 대수가 공부하고 돌아오던 성모와 만난 상황...)
태섭 : 대수, 니 큰 아들이라고...?
대수 : 성모야, 서울에서 사업한다는 아버지 친구다.
성모 : 안녕하세요. (보는데)
태섭 : 대수 자식이면 내 자식이나 진배없지... (주머니에서 돈 꺼내서 성모 손에 쥐어 주며) 자, 이거 용돈 써.
- 폐광 앞
(아버지와 어떤 사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앞에 조필연이 총을 겨누고 있고...
아버지가 총에 맞아 쓰러지자... 옆을 보는 사내... 황태섭이다.)
씬41. 세탁소 안 (현실)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던 성모가 잠에서 벌떡 깨어난다. 숨을 헐떡거리며 식은땀을 흘린 채... 잠시 생각하다가 뭔가 생각 난 듯)
성모 : 아버지 친구...!
씬42. 황태섭 집 앞 (그 밤)
(술이 거나하게 취한 황태섭이 비틀거리고 다가온다. 집으로 들어서려는데 대문에 차압딱지가 붙어 있고...
황태섭,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는데 집안에서 남숙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숙 : (E) (울며) 아이고 내 팔자야... 이 나이에 서방 잘못 만나서 거지되게 생겼네, 거지 되게 생겼어..!
(황태섭, 한숨 푹 쉬고는 뒤 돌아서 간다)
씬43. 동, 집 안 거실
(남숙이 머리를 싸맨 채 소주를 마시고 있다. 정연과 정식이 있고...)
남숙 : (취기 어린) 이 인간 들어오기만 해 봐... (소주 한잔 마시고) 이 집, 이 재산 다 어떻게 모은 건데...
보석이며 밍크며... 미리 연락만 해줬어도 이렇게 당하진 않지. 어이구, 웬수같은 인간...
정연 : (차갑게) 지금 그딴 게 문제예요?
(남숙, 벌떡 일어나 정연 뺨을 후려친다)
남숙 : 재수 없는 것..! 당장 이집에서 나가..!!
정연 : ... (노려보며)
남숙 : 점쟁이 말이 딱 맞아... 너 같이 집안에 재수 없는 게 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고 하더니...
정성껏 키워놨더니 하는 짓거리라는 게 도둑질에 다 가출에다...
정연 : 누굴 정성껏 키워요?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요?
남숙 : 뭐?
정연 : 한 순간이라도 날 친딸로 생각하신 적 있냐구요..!!
남숙 : ... 너, 나가... 당장 니 엄마한테 가..! 가라구, 가..!!
정연 : 나도 당장 나가고 싶어요. 그치만 나 절대 안 나가.
남숙 : 뭐?
정연 : 나 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면서요? 망하는 거 보구 나갈 거예요.
(정연, 이층 방으로 올라간다)
남숙 : 저, 저 독한 것... 아이구, 머리야..! (비틀대며 주저 앉는다)
정식 : (울상) 엄마..!!
씬44. 정연 방
(들어서는 정연... 잠시 생각하다가 가방을 들고 짐을 챙기려는데...
책이며 옷이며 지갑, 돼지 저금통까지 온통 빨간 딱지가 붙어 있다. 털썩 주저앉는데 눈물이 흐르고...
정연, 꾹 참아보지만 울음이 새어나온다)
정연 : 엄마... 어딨는 거야... 나 좀 데려 가... 엄마... (우는데)
씬45. 만보건설 앞 (다음날 아침)
(정연이 입구 쪽 건물 벽에 기대 땅을 발로 툭툭 차고 있다.
구두 통을 메고 오던 강모, 정연을 보더니 못 본 척 외면하며 지나간다. 두어 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오는 강모...)
강모 : 아까부터 사무실에 안 들어가고 뭐하냐?
정연 : 가...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
강모 : 너 울었냐?
정연 : 상관 말고 가라구.
강모 : ... 밥은 먹었어?
정연 : (휙 째려보며) 내가 너냐? 밥 굶고 다니게?
강모 :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왜 화를 내?
정연 : 니가 왜 내 걱정을 해? 우리가 친구라도 되니?
강모 : 친구 아냐? 너도 내 걱정 했잖아. 참고서도 주구...
정연 : 착각 하지 마. 부모도 없이 구두 닦는 게 불쌍해서 준거니까.
(정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강모, 기분 나쁜 듯이 가는데..)
씬46. 만보건설 사무실
(황태섭이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다. 빈 소주병들이 책상위에 즐비하고...
정연이 들어선다. 잠시 황태섭을 보는데 속상하고...)
태섭 : (잠꼬대) 미, 미안하네.. 미안해, 대수.. 내가... 내가 잘못했어... 대수야... 대수야..!
(황태섭이 팔을 허우적대면 소주병이 바닥에 떨어지고... 황태섭, 놀라서 잠에서 깨면 정연이 보고 있다)
태섭 : 너... 오늘 학교 안갔냐?
정연 : (쌀쌀맞게) 저 엄마한테 보내 주세요.
태섭 : (한숨) 또 그 소리냐? (소주병 한 개 들고 마시려는데 빈병이다)
정연 : 일주일 뒤에 집 비워야 된다는 소리 못 들으셨어요? 입 하나라도 덜면 좋잖아요.
태섭 : 이깟 걸루 안 망해. 내 식구들 밥 안 굶겨...
정연 : 차라리 망했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나 키울 능력 안 되면.. 엄마한테 보내줄 거잖아요.
태섭 : (꾹 참고) 니가 무슨 말을 하든지 안 돼.
정연 : 아버지..!
태섭 : 춥다, 얼른 집에 들어 가.
(태섭이 난로가로 간다. 뚜껑을 열어보면 불이 꺼진 채 허옇게 탄 연탄재들..
태섭, 연탄집게로 연탄재를 꺼내는데 툭하고 연탄재 조각이 바닥에 떨어진다.
태섭,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연탄재 가루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입자를 느껴본다.
정연, 의아한 듯이 그 모습을 보는데..
태섭, 주변을 둘러보다가 보자기 한 개를 집어 들고는 연탄재를 꺼내서 싸기 시작한다)
정연 :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태섭, 대꾸 없이 연탄재를 싼 보자기를 들고 급히 나가는데..)
씬47. 건물 밖, 구두천막 앞
(황태섭이 연탄재가 든 보자기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문성중이 급히 다가온다)
성중 : 사장님..! 어서 피하세요. 부도 소식을 듣고 하청업자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태섭 : ..!! (보면)
(일각에서 하청업체 사장 십여 명이 몰려오고 있다. 그중 한명이 황태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청 : 황사장, 저깄다.
(사람들이 태섭을 잡으려고 달려온다. 태섭, 깜짝 놀라서 냅다 반대쪽으로 도망치는데...
사람들이, 황사장, 거기 안서..!! 우리 돈 내 놔..!! 저 놈 잡아라..!! 소리치며 쫓아가고...
강모, 급히 천막 안에서 뛰어나오며 그 광경을 보는데...
이때, 건물에서 나오던 정연이 도망치던 태섭과 시선 마주친다)
정연 : (놀라서) 아... 아버지..?
태섭 : ..! (힐끔 보고는 도망치는데)
씬48. 다른 거리
(연탄재를 품에 안고 죽어라고 도망치는 황태섭... 그 뒤를 쫓는 하청업자들...
태섭, 그제야 품에 있는 연탄재를 발견하고는...)
태섭 : 미친놈. 이건 왜 들구 뛰는 거야?
(태섭, 연탄재 보자기를 냅다 버리고는 도망치는데... 정연과 강모가 뒤쫓아 오다가 멈춘다. 정연, 걱정스럽게...
이때, 강모가 황태섭이 버린 보자기 안에 연탄재가 깨져 있는 것을 보는데..)
씬49. 만보건설 앞
(하청업자들이 몰려와 있고 문성중이 입구 쪽을 가로막고 있다. 강모와 정연이 뒤쪽에서 그들의 몸싸움을 지켜보고 있고...)
성중 : (막으며) 우리 아직 부도 아니에요. 그러니깐, 그만 돌아가세요.
하청1 : 이 바닥에 소문이 파다한데 어서 거짓말이야?
성중 : 우리 사장님, 여러분들 돈, 안 뗘먹어요. 그러니깐....
하청2 : 비키라니깐..!! (밀어젖히면)
(문성중이 밀려나면 하청업자들이 우르르 사무실로 몰려 들어간다. 문성중이 급히 따라 들어가는데...
이때, 뒤에 남은 하청업자가 만보건설 입간판을 떼어내더니 내동댕이친다.
이때, 다가오던 정연과 강모... 정연,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는데..)
씬50. 정연 회상 (과거)
(황태섭이 만보건설 입간판을 걸고 있다. 남숙과 정식, 정연, 주영국과 문성중, 여비서들이 지켜보고 있고...)
태섭 : (감격스럽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 황태섭이, 만보건설을 우리나라 제일의 건설사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일동 : ... (박수 치고)
(황태섭,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흐뭇한 표정으로 간판을 어루만진다.
정연, 그런 태섭을 무표정하게 보는데..)
씬51. 만보건설 앞 (현실)
(하청업자가 입간판을 마구 발로 밟고 있다. 정연, 달려들더니 입간판을 감싸 안는다)
정연 : 아, 안돼요..!!
하청3 : 너, 뭐야? 너 황태섭 딸이냐?
정연 : 울 아부지가 무슨 잘못을 했다구 이래요?
하청3 : 니 아부지 땜에 우리 다 거지될 판이야..!! 저리 안 비켜? (밀치고 밟으려는데)
정연 : (악착같이 달려들며 감싸고) 안돼요..! 못 비켜요..!!
하청3 : (멱살 잡아 올리며) 이 기집애가 증말..!!
(이때, 강모가 달려와서 하청업자의 사타구니 쪽을 머리로 들이 박는다.
하청이 어이쿠, 비명을 지르며 급소를 움켜쥐고 쓰러지고.. 강모, 입간판을 들더니 정연의 손을 잡고 뛴다)
하청3 : 너, 거기 안서..? (쫓아가려다가 급소가 아파서 주저앉는데)
씬52. 어느 골목
(정연의 손을 잡고 도망치는 강모... 몸을 숨기고 살피는데 아무도 없다.
그제야 안도를 하면서 보면 정연의 손을 잡고 있다. 정연이 쌀쌀맞게 손을 뿌리친다)
강모 : (괜히 무안해져서) 이럴 땐 고맙다고 하는 거 아니냐?
정연 : 도와달라고 한 적 없거든? (가려는데)
강모 : 이거 안 가져 가? (간판 내놓으면)
정연 : ... (보다가, 받으려는데)
강모 : (다시 당긴다) 고맙다고 해.
정연 : ... (본다)
강모 : 얼른..?
정연 : ... (눈물 고이며) 부잣집 딸이라고 잘난 척 하더니 꼴좋지? 비웃고 싶으면 비웃어.. 실컷 비웃으라구..!
강모 : 친구가 힘든데 비웃는 놈도 있냐?
정연 : 친구? 누가 내 친군데?
강모 : ... 알아, 니가 나같이 구두닦이, 친구로 생각 안한다는 거... 그치만... 그딴 거 이젠 상관 안 해.
정연 : ... (본다, 내심 놀라서)
씬53. 지질연구소 전경
(조그만 규모의 단독 건물.. 입구에 ‘한국지질 토양 연구소’ 입간판이 보이고)
소장 : (E) 이게 뭡니까?
씬54. 동, 소장실 안
(탁자위에 연탄재 한 장이 놓여 있다. 50대의 남자 소장과 황태섭이 마주앉아 있고...)
태섭 : 보시다시피, 연탄잽니다.
소장 : 이걸, 건설 현장에 사용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태섭 : 쓰겠단 게 아니라, 사용이 가능한 건지 한번 알아봐 달란 말씀입니다.
소장 : ... (물끄러미 본다)
태섭 : 지금, 건설에 쓰이는 토사가 부족해서 전국이 아주 난립니다. 연탄재를 쓸 수만 있다면, 그 문제도 해결되고,
쓰레기 매립도 줄일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막대한 이익이 되겠습니까?
소장 : 흥미로운 제안이군요. 하지만, 연탄재가 과연 모래와 자갈을 대체할 수가 있을런지...
태섭 : 그러니깐 제가 이렇게 연구소를 찾아 온 것이 아닙니까.
소장 : 좋습니다, 우리가 한번 그 실효성을 밝혀 보겠습니다.
태섭 : (밝아지며) 고맙습니다, 소장님...! 헌데, 결과가 언제쯤 나오겠습니까?
소장 : 글쎄요.. 아무리 빨라도 오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만..
태섭 : 오일요? 그것보다 빨리는 안 됩니까?
소장 : 오일 이상은 걸릴 겁니다.
태섭 : ... 아무튼, 결과가 나오는 데로 저한테 연락 주십시오.
씬55. 만보건설, 사무실 안
(탁자며 의자들이 둘러엎어져 있고 캐비넷이 쓰러져 있다. 난장판이 된 사무실 안... 주영국과 문성중, 여비서가 침울하게...)
영국 : 드런 새끼들.. 나만 있었어두, 이런 꼴은 안 당하는 건데...
(이때,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정연과 강모가 들어선다. 정연, 사무실 안을 보고는 놀라는데...)
영국 : 정연아? 니 아빠 지금 어딨어?
정연 : ... 모르겠어요.
영국 : 대체 어딜 갔길래 하루 종일 연락두 없이...
여비서 : 잘못되신 거 아니겠죠? 며칠 전에두 팔도건설 사장님, 회사 부도내구 자살하셨다는데...
정연 : ..!! (놀라서 본다)
강모 : .. (정연을 보는데)
영국 : 야, 야..! 어디서 입방정을 떨구 그래... (정연 쪽으로 눈짓하며)
정연 : ... (침울하게)
강모 : .. (슬쩍 정연의 눈치를 살피고)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여비서가 받으려는데 정연이 급하게 먼저 수화기를 집어 들고)
정연 : (마음 급하게) 여보세요? (하다가) 아버지...
씬56. 골목, 공중전화부스
(황태섭이 주변을 살피며 전화중이다)
태섭 : (수화기 들고) 정연아.. 너, 내 말 잘 들어... 지금 집에 가서 내 인감 도장하구, 매립지 계약서 들구 나와.
아부지 찾는 놈들이 미행할 지도 모르니깐 아무한테두 얘기하지 말구, 알았지?
씬57. 사무실 안
(다들 정연을 주목하는데...)
정연 : (수화기 들고, 주변을 힐끔 보며) 예...
태섭 : (F) 니 엄마 한테두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 이따 밤에 보자. (통화가 끊기면)
정연 : 아, 아부지...? (하다가)
영국 : 뭐래? 황사장 지금 어딨데?
정연 : ... (걱정스럽게)
씬58. 종점, 차부 (밤)
(운행이 끝나서 어둡고 인적이 없다. 강모가 정연을 데리고 차부 마당 쪽으로 들어선다)
정연 : (주변을 둘러보고) 아버지... 아버지..?
태섭 : (E) 여기다...
정연 : ..? (보면)
(황태섭이 버스 뒤에서 나온다. 정연이 다가가고... 강모는 뒤에서 보기만...)
태섭 : (강모를 보고) 쟨 뭐냐?
정연 : 길 몰라서 데려왔어요.
태섭 : ... (의심스럽게 강모를 보면)
정연 : 쟨 걱정 안해두 돼요.
태섭 : ... 도장하구 계약서는?
정연 : (건넨다)
태섭 : (받고) 당분간 집에 못 들어가니까 엄마한테 그렇게 전해. 참, 너 혹시 돈 좀 가진 거 있냐?
정연 : 내일 아침에 가져 올게요.
태섭 : 아냐, 그냥 놔둬라. 괜히 나 만났다가 저 놈들 눈에라도 뜨이면...
정연 : .. (측은하게)
태섭 : 통금 싸이렌 불기 전에, 얼른 들어 가. (돌아서서 가려는데)
정연 : 아버지...
태섭 : ...? (보면)
정연 : ... (울음 참으며) 죽지 마..
태섭 : ...
정연 : 자살 같은 거 하지 말라구요.
태섭 : ... (눈물 고인다)
정연 : (울음 터뜨리며) 잘못 했어요, 아빠... 다신 속 안 썩일 게요. 엄마두 안 찾구 새엄마하고 정식이하고도 잘 지낼게.
죽지 마 아빠... 아빠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태섭 : (다가가, 안는다) 나 안 죽어, 임마... 내가 내 딸 남겨두구 왜 죽어?
정연이 너, 이담에 커서 시집가고 손주 새끼 나는 거 다 보구 죽어야지... 지금 왜 죽어.
정연 : ... (우는데)
태섭 : 아버지, 곧 돌아올 거다. (어깨 다독이며) 괜찮아, 임마.
(태섭, 뒷모습을 보이며 쓸쓸하게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정연, 부르려다가 차마 못 부르고... 일각, 강모가 그 모습을 보는데..)
씬59. 그 일각
(터덕터덕 걸어 나오는 정연..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그 뒤쪽에서 정연을 따라오는 강모, 마음 무겁게...)
씬60. 서울 시청 전경 (낮)
기표 : (E) 황태섭이 사라진 지 벌써 이틀쨉니다.
씬61. 도시국장실
(명패에 ‘서울시 도시국장 한명석’이 새겨져 있고.. 홍기표가 와 있다)
기표 : 이대로 두 손 두발 다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질 않습니까?
명석 : (서류를 훑어보며) 인감도장과 계약서가 없어졌으니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어요.
기표 : 그럼? 저더러 한 생전 이러구 있으란 말씀이십니까?
명석 : (본다) 이틀만 더 기다려 봅시다. 그때까지 안 나타나면, 지명수배라도 해서 잡아들여야죠.
기표 : ...! (답답하다)
씬62. 다리 밑, 천막 안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깡 보리밥이 들어있고...
강모는 보이지 않고 구두닦이 아이들 몇 명이서 얼굴에 밥풀까지 붙인 채 경쟁하듯 퍼먹고 있다.
총각김치를 손으로 집어서 입에 넣으며... 이때, 박소태가 들어서서)
소태 : 야..! 하루 종일 밥만 처먹을 거야? 얼른 나와서 일 안해?
(아이들, 눈치들을 보더니 숟가락들을 던져 놓고 우르르 나간다. 박소태도 따라 나가고...)
씬63. 천막 밖
(천막 옆에서 거지꼴이 다 된 황태섭이 힘없이 기대 앉아 있다. 춥고 배고픈 듯 몸을 덜덜 떨며...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자 얼른 신문지로 얼굴을 덮으며 숨기는데...)
소태 : (나오다가) 아침부터 웬 거지야? (힐끔 보고 지나치는데)
(아이들이 다 지나가면... 태섭,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더니 천막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는데...)
씬64. 동, 천막 안
(들어서는 황태섭... 뭔가 먹을 게 없나 뒤지는데 양은 냄비에 밥이 남아 있다. 맨손으로 미친 듯이 퍼먹는 황태섭...
이때, 뭔가 인기척을 느끼고 입가에 밥풀을 잔뜩 묻힌 채 돌아보는데 강모가 서 있는다.
황태섭, 화들짝 놀라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데... 황태섭을 보는 강모의 굳어진 표정에서...)
첫댓글 성모의 이중첩자 활약... 대단하면서도 너무 웃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