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바뀌는 항암요법...치료부터 해 크기 줄이고, 수술로 쏙 제거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3.06.01. 04:24업데이트 2023.06.01. 09:38
50대 초반 여성 최모씨는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가슴에 2.5㎝ 크기 유방암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로 유방 전체를 떼어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부랴부랴 대학병원 유방외과 교수를 찾았다. 그런데 외과 교수는 항암치료부터 하자고 했다. 수술이 급해서 왔는데…, 최씨는 당황했다. 결국 환자는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자 암 덩어리가 1㎝로 줄었고, 그때서야 이뤄진 수술로 유방은 살리고 암만 제거할 수 있었다.
암 치료 순서가 바뀌고 있다. 통상 암 수술을 먼저 하고, 수술 후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항암치료를 했지만, 요즘에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는 상태라도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수술을 나중에 하는 것이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항암치료를 먼저 하면 암이 줄어서, 애초 유방 전체를 잘라내야 할 상태였지만 나중에는 암만 제거하는 수술로 끝날 수 있다”며 “수술이 급해서 달려온 환자들을 설득해서 항암치료 받게 하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유방암 환자의 25% 정도는 선행(先行) 항암치료 후 수술을 받는다.
60대 후반 남성 이모씨는 왼쪽 폐 상단에 3㎝ 크기 암이 발견됐다. 암은 주변 림프절로도 퍼져 있었다. 수술로 제거가 간신히 가능한 상태였지만, 의료진은 수술을 하지 않았고, 먼저 항암치료부터 했다. 6월 후 폐암과 전이된 림프절 크기가 줄었고, 수술로 폐암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폐암에 대해 이 같은 선행 항암치료를 가장 많이 하는 삼성서울병원 김홍관 폐식도암센터장은 “수술 전 영상검사에서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소견이 없었는데, 수술 후 전이가 나타나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선행 항암치료를 하면 미세하게 숨어 있던 전이를 미리 차단할 수 있고 수술 범위도 간결해진다”고 말했다. 수술을 먼저 할 경우는 간혹 수술 후 부담으로 예정된 항암치료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선행 항암치료는 이런 가능성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항암제 효과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암 치료 전략을 미리 짜임새 있게 구성할 수 있다.
방사선치료도 암 수술 전에 먼저 하기도 한다. 이우용(대장항문외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항문 가까이에 생긴 직장암의 경우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해서 크기를 줄인 후 수술로 암을 제거하면 항문을 살릴 수도 있다”며 “항암치료를 일부 한 후 수술하고 나서 다시 항암치료를 마저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예 처음부터 항암치료를 끝까지 하고 수술을 맨 마지막에 하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행 항암치료는 췌장암, 담관암, 진행성 위암 등 암 치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선행 항암치료를 하면, 암이 있는 곳에 유착이 생겨 나중에 수술이 까다로워 질 수 있고, 항암치료로 체력이 떨어져 수술이 제때 못 이뤄질 수 있다. 드물게는 치료 기간 중 암이 악화되어 수술 자체를 못 받게 될 수도 있다.
조성기(62)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헤모힘` - 2016.11.8.조선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3336
허대석(63)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 - 2018.1.19.중앙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5174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