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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산과 수학(數學)
지나간 인생길로 회귀(回歸)할 수 있다면야
한번 가면 올 수 없는 저승산 길목에서
팔자형(八字形) 뫼비우스 띠 내 발목을 감노매
* 열락(悅樂)은 짧고, 정한(情恨)은 길다!
* 팔자는 사주(四柱-생년월일)의 간지(干支) 여덟 글자.
* 팔자매듭은 밧줄의 하중(荷重)과 충격을 분산시키는 가장 안전한 매듭법임을 기억하라!
* 뫼비우스의 띠; 위상수학적(位相數學的)인 곡면(曲面)으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圖形). 1858년 독일인 뫼비우스에 의하여 발견된 법칙으로, 종이의 끝을 테이프로 붙인 후 만든 뫼비우스의 띠에, 개미가 표면을 따라 이동한다면 경계를 넘지 않고도, 원래 위치의 반대면에 도달하게 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韻 제 3-61(51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62. 유운포궐(遊雲捕鱖)
-구름에 놀면서 쏘가리를 잡다
꽃구름 밟은 신선 족심(足心) 찌른 등지느러미
침잠한 얼룩반점 하늘 속을 자맥질해
암초(暗礁)에 숨은 쏘가리 불작살로 찍어내
* 와유산수(臥遊山水)의 묘미! 방 안에 누워 구름과 놀며, 산하의 바위들과 숨바꼭질 한다!
* 신유재반천(身遊在半天) 평보섭운연(平步躡雲煙) 불용구선학(不用求仙學) 심한일저년(心閒日抵年); 몸은 하늘에 놀아/ 구름과 안개를 사뿐 걷네/ 굳이 선학을 구하지 않아도/ 마음 한가로워 하루가 일 년 인양!(필자 역)-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의 시 ‘유산(遊山)’-사단법인 한국산악회 사무실 액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0면.
63. 진실난망(眞實難望)
-위선(僞善)으로 가득찬 배
돈 명예 다 싫다며 부질없이 다리품 판
구두선(口頭禪) 읊는 땡추 심장 한 근 석둑 썰어
도립한 물음표에 달아 진실무게 달아봐
* 등산은 무상(無償)의 행위! 순수 알피니즘은 돈과 명예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겉으로는 않는 체, 속으로는 은근히 바라는 이중인격자의 모습?
* 물음표를 거꾸로! 옛날 푸줏간에서 무게를 달 때 고기에 끼우는 쇠갈고리(¿).
* 구두선; 실행함이 없이 입으로만 늘 지껄여대는 말.
* 한강포럼 2004년 송년시조 3수 특집.
* 등반이념(알피니즘, Alpinism)은 2019. 12.11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1면.
64. 신중한 삶
올 때는 폭풍처럼 갈 때는 티끌처럼
청산으로 나타나고 유수같이 흘러가라
심연의 살얼음 밟듯 조심스런 걸음을
* 심연박빙(深淵薄氷); 깊은 못을 들여다보고, 또는 엷은 얼음을 밟을 때와 같이, ‘두려워하여 행동을 삼감’을 이르는 말. 여리박빙(如履薄氷)과 비슷.
* 내여풍우(來如風雨) 거사미진(去似微塵);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는 비바람처럼 급히 나타났다가, 티끌처럼 소리 없이 사라진다는 뜻(增廣賢文).
* 한강포럼 2004년 송년시조 특집.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3-64(51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65. 취물유시(取物有時)
가질 것 있다면야 그 때를 먼저 보라
욕심만 앞세우면 성급함도 뒤따를 터
억지로 비틀어 딴 참외 무슨 단맛 있으리
* 뭐든지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일을 추진하라!
* 과숙체락(瓜熟蒂落); 오이(참외)가 익으면, 꼭지는 자연히 떨어진다(채근담).
* 물건이란 무릇 임자가 따로 있는 법(物各有主-소동파의 적벽부).
* 한강포럼 2004년 송년시조 특집.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韻 3-65(51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66. 끝없이 자라는 번뇌
-암봉을 덮은 칡
불세존(佛世尊) 골주름이 부채로 펼친 능선
법으로도 털 수 없는 팔만 사천 번뇌가
두상에 뿌리를 내려 칡넝쿨로 자라네
* 잘라도 또 자라는 머리칼 같은 번뇌, 또한 그 수(평균 약 10만 개)만큼 많은 번뇌, 거기에 스스로 옥죄일 까닭이 있을까? 걱정 마라! 푸는 방법(진리)도 그 수만큼 있는 법이니까..
* 암봉에 칡넝쿨이 덮여있으면 바위(실체)는 보이지 않고, 둥그런 칡숲만 보일게다. 사람도 번뇌에 휘둘리면, 스스로 본성을 잃어 딴 사람으로 보이는 것처럼..
* 부채에도 팔덕(八德)이 있음을 찬상(讚賞)한 조상의 풍류가 왠지 그립다! 팔덕선(八德扇), 팔용선(八用扇), 팔효선(八效扇)의 의미는, 비올 때 갓을 가려 젖지 않게 해주니 그것이 일덕(一德)이요, 귀찮게 달려드는 파리, 모기를 쫓아주니 이덕(二德)이며, 요긴할 때 땅에 깔고 앉으니 삼덕(三德)이고, 따갑게 비치는 햇볕을 가리어 사덕(四德)이요, 이것저것 일을 시킬 때 가리켜주니 오덕(五德)이고, 먼 데 사람 불러들일 때 십상이니 육덕(六德)이며, 빚쟁이를 만났을 때 얼굴을 가려주니 칠덕(七德)이요, 남녀가 내외할 때 가려주니 그것이 팔덕(八德)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2면.
67. 산 그리고 인생
높음을 기리면서 맑음을 생각하고
무거움을 배우면서 예스러움 벗하다
참을성 본받은 후는 청학(靑鶴)처럼 날고파
* 일일견산(一日見山) 모기고(慕其高) 애기려(愛其麗) 학기중(學其重) 우기구(友其舊) 방기인(倣其忍)-매일 매일 산을 보며, 그 높음을 기리고, 그 맑음을 사랑하여, 그 무거움을 배운다. 또한 그 변하지 않음을 벗 삼고, 그 참을성을 본받는다.(매월당 김시습)
* 조용히 있을 때나 움직일 때도 산처럼 하라!(靜動如山).
* 《詩山》 한국산악문학동인지 게재.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3-67번(51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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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añas y vida
Celebrando las alturas y pensando en la claridad
Aprende la pesadez y deshazte de lo anticuado.
Después de imitar la paciencia, quiero volar como una grulla azul
* 2024. 2. 8 서반어 번역기.
암벽등반 3제(68~70)
68. 거미줄에 목숨을 걸고
슬립 한 번 먹으면 자일 출렁 늘어져
가슴을 쓸어내면 끊어지다 다시 팽팽
명줄을 당겼다 놓은 저 미완(未完)의 거미줄
* 슬립(slip 영); 미끄러져 떨어짐(등반용어).
* 《시산》 제45호 2004년 겨울호.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3면.
69. 침니 오르기
젖무덤 더듬대다 무심결에 박치기한
하켄에 간들거린 두 자짜리 나의 탯줄
검댕이 가득한 굴뚝 전생의 업(業) 떤다네
* 침니(chymney 영); 암벽 중 세로 방향의 굴뚝모양으로 생긴 사이에 몸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넓이를 가진 바위 틈(등반용어).
* 하켄(Haken 독); 바위의 갈라진 틈에 박아 넣는 꺽쇠 또는 쇠붙이의 못이나 징. 등반자가 자기 확보용의 지점, 또는 로프(자일)를 통과시킨 카라비너를 여기에 연결하여 추락을 방지할 목적으로 씀.
* 탯줄; 안전띠(하네스-harness 영)에 부착하여 카라비너 등 등반용구를 사용하기 위한 필수의 ‘매듭 끈’으로, 지름 최소 5mm 이상, 길이 60cm 전후로 장단조절이 가능하다. 속어(俗語)임.
* '젖무덤'이란 침니를 오를 때 잠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바위 벽면의 돌출부를 ‘여자의 유방’으로 암유했다. 생각과 달리 잘 잡히지 않는다. 필자가 등반시어(登攀詩語)로 도입했다.
* 《시산》 제45호 2004년 겨울호.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4면.
70. 피멍 든 빙벽
바일에 찍힌 빙편(氷片) 벚꽃인양 흩날릴 제
짜릿한 손맛 희열(喜悅) 방사(房事)보다 진하다만
크람폰 이빨자국에 피멍이 든 실핏줄
* 바일(beil 독); 정학한 용어는 아이스바일(Eisbeil)이다. 주로 빙벽등반 시 얼음을 찍는데 쓰는 용구로 끝날 부분이 해머 모양이다. 흔히 아이스피켈(Eispickel 독)과 혼용된다.
* 크람폰(crampons 영 불); 영어권 혹은 프랑스어권에서 호칭하는 아이젠(Eisen 독)을 말함. 12발 짜리 특수 장비로 빙벽용이다.
* 《시산》 제45호 2004년 겨울호.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4면.
71. 등고선 소묘(素描)
계곡과 계곡 사이 굼실댄 주곡선(主曲線)은
옥분이 막사분에 달라붙은 머리털 몇 올
돋보기 쓰지 않고도 집어낼 수 있다면
* 계곡선(計曲線); 고도 0m에서 시작하여 매 다섯 번째마다 굵은 선으로 그려진 줄을 말하며, 중간 중간 아라비아숫자로 표시되어 쉽게 고도를 알 수 있어, 지표등고선(地標等高線)이라 부른다. 선의 굵기는 0.15mm로 실선(實線) 표시하며, 실제 간격은 100m이다.
* 주곡선(主曲線); 계곡선과 계곡선 사이의 5등분한 4개의 선으로, 계곡선보다 가는 줄로 그려져 있으며, 가장 많이 쓰이는 등고선이다. 기복(起伏) 표현의 중심이 된다 하여, 중간등고선(中間等高線)이라 부른다. 선의 굵기는 0.05mm로 실선 표시하고, 실제 간격은 20m이다.
* 지도의 등고선을 보면 지형, 고저, 경사도 등을 알 수 있어 볼수록 재미있다. 전문산악인은 산의 생김새를 금방 알아차린다.
* 옥분이; 조선 태종 이방원이 왕자시절 산골처녀와의 첫사랑 주인공인 ‘아미’(가평 아미사지 전설). 또는, 서양선교사 와의 소설 같은 종교적 사랑이야기에 등장하는, 조선 제일의 행복한 소녀.
* 사분; 비누의 경상도 방언.
* 《시산》 제45호 2004년 겨울호.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5면.
72. 방귀 땜에 망신살
가인과 첫선보다 갑자기 방귀 붕붕
얼굴은 벌게지고 산이 대뜸 무안 주며
청빈(淸貧)이 내 양식이나 꽁보리밥 왠지 싫어
* 보리밥 먹고 산에 오면 소화가 잘 돼서 그런지 몰라도 방귀를 자주 뀐다. 남자들은 일부러 괄약근에 힘을 주어 “뻥”소리가 나도록 세게 뀌는데, 노련한 여류는 살며시 뀌고는 냄새가 나면 남자들에게 몽땅 뒤집어씌운다. 순진한 처녀야 얼굴에 표가 나지만.. 산을 처음 대할 때는 선을 보듯 경건히 하라!
* 가난은 불편할 뿐이지, 죄는 아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우면 본의 아니게 주위에 피해를 준다.
* 《시산》 제51호 2006년 여름호 5수.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6면.
73. 바위로 염주 만들기
삼매경 빠져보려 암릉길 훑어보다
멀구슬 올망졸망 발 아래로 떨어지니
금실로 줄줄이 꿰어 멋진 염주 만들까
* 《서울문학》 기고 2004년 6월.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16면.
74. 우산나물
희수(喜壽)를 건너 뛰어 단숨에 팔십(八十) 먹다
펴지면 못 먹는 풀 산(傘) 자 닮은 저 단아(端雅)함
먼 훗날 벽송(碧松)이 되면 여적(餘滴)까지 맺힐까
* 우산나물; 국화과로 전국 산지의 숲속에서 자라는 키 50~120cm 의 다년초로 큰 무리를 이룬다. 초봄 싹이 돋으면 우산이 접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5~7cm 정도 때 부드러워 날 것 혹은 살짝 데쳐먹으면 담백하다. ‘우산취’라고도 하며 잎이 펴져 세지면 먹지 못한다. 어릴 때 잎 모양이 한자 우산 산(傘)자를 빼닮았다. 산수(傘壽)는 나이 팔십(八+十)을 뜻하며, 산자를 전서(篆書)나 예서(隸書)로 쓰면 꼭 소나무 같다.
* 여적; 붓 끝에 남은 먹물. 무슨 일이 끝나고 난 다음의 남은 이야기.
* 필자의 희망은 희수(77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혹 운이 좋아 80살까지 살다 죽은 후는, 늘 푸른 한 그루의 소나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餘滴).
* 《마포문학》 제2호 2005년 시조 5수.
* 졸저 『一枝春』 한국 하이쿠 여름 2-168(57면) ‘우산나물아’ 참조. 2021. 7. 20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韻 3-74(51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75. 교묘한 가짜들
똥인지 된장인지 빛깔보고 모를세라
똥이 된장 행세하니 진짜배기 어이 할꼬
코 대어 맡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구린내
*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자, 자기 혼자만 선량한 군자인 체 행세하는 뻔뻔스런 인간들. 정치인, 기업인, 예술인, 종교인 등 각계각층에 널려있는 진짜 같은 가짜무리를, 이제 우리가 가려내야 할 때가 왔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517면.
76. 하산(下山)
오르면 내려갈 걸 뭣 땜에 오르는가
등강(登降)은 산의 철리(哲理) 인생길도 같을 진저
내려섬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일 뿐
* 등산과 시에 대한 격언; 1) 길이 끝나는 곳에 등산은 시작되고, 언어가 단절될 때 시(詩)는 출발한다.
2) 등반은 인간의 고도지향성 추구와, 끝없는 호기심 충족을 위한 창조적인 도전과 모험이다.
* 흔히 인생을 비유하는 세 가지 취미로 등산, 바둑, 야구를 꼽는다.
* 한국산악문학 《詩山》 기고.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3-76(51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77. 잡초 이슬
야산도 달리 보면 저리도 미려한 걸
명산만 찾던 님아 별이 총총 빛난 산록
잡초에 알알이 맺힌 사리 따러 나오라
* 높은 지위와 명예만을 추구하지 말라! 명화초(名花草)는 잡초가 있어야 돋보이는 법!
* 우리 자신이 스스로 소중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보자! 민초는 역사의 주체!
* 여류 시조작가 이영도(1916~1976)의 시조에서 일부 차운.
* 해동문학 2005년도 사화집 원고 5수 중.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제3-77(51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78. 처녀막을 뚫고
아침녘 오솔길은 신비한 출혈(出血)의 길
주렴(珠簾) 친 거미줄에 얼굴 먼저 닿으면
꽃잠을 자다가 말고 처녀막을 뚫는 것
* 거미줄은 등산할 때 참으로 성가시다. 선두로 나설 경우 실 마냥 가로 한 줄만 쳐진 것은 눈에 잘 띄지도 않을 뿐더러, 눈에 먼저 닿게 되면 얼굴이 찌푸려지고 눈 주위로 손이 자주 가 기분이 상한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지만, 반면에 아침햇살이 비친 이슬 묻은 영롱한 거미줄을 생짜 지팡이로 걷어낼 때는,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와 닿는다.
* 《시산》 제 50호 2006년 봄호.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519면.
79. 언행여산(言行如山)
물총새 날아오른 호반 앞 너럭바위
만근(萬斤)이 가라앉은 고요한 부동심(不動心)에
공연히 심술을 부려 물찰찰이 뜨는 놈
* 사내는 모름지기 말과 행동을 태산처럼 무겁게 하라! 장부일언중천금(丈夫一言重千金)!
* 군자는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519면.
80. 설봉(雪峰)
앙상한 가지 위로 따오기 춤을 추듯
어느새 그친 눈발 허깨비를 보았을까
번뇌 싹 자른 머리에 산수국(山水菊)이 폈고녀
* 한국산악문학동인 《시산》 게재.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운 제3-80번(52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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