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사는 동생이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영상으로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는데 마구 심장이 뛰었습니다. 얼마나 좋을까? 첫눈이 내리는 곳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가을이 손을 흔들면서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잘 가요, 아름다운 가을아!
첫눈이 내렸는데 어떤 이벤트를 하지? 어제 마트에 가면서 도로에 세워놓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보았습니다. 해마다 12월 첫날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데 올해는 첫눈 오는 날 만들기로 합니다. 창고에서 소나무와 장식할 소품을 꺼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20년 넘게 사용한 트리는 삭아서 버리고 작년에 새로 샀습니다. 나무와 소품을 <다이소>에서 작은아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쇼핑한 기억이 납니다.
소나무가 플라스틱 재질이라서 반듯하게 서 있는 게 불안합니다. 삼각대 받침이 있지만 살짝만 건드려도 휘청거려서 꾀를 썼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항아리에 소나무를 넣어서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 항아리 안에 넣었습니다. 소나무가 반듯하게 서 있도록 신문지로 고정하는 겁니다. 그러면 한 달간은 거뜬하게 소나무처럼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연말연시에 거실을 환하게 밝혀주는 가족 같은 다정한 친구입니다.
동그란 등을 색깔 별로 달았습니다. 종도 달고 양말도 식구 수만큼 달아놓았습니다. 별도 달고 루돌프 사슴이 썰매를 끌고 가는 인형도 달았습니다. 양말 속에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서 넣으면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가 다녀갑니다. 작년에 적어놓은 쪽지 편지가 있어서 가슴이 찡했습니다. 올해는 어떤 선물을 적어놓을지 벌써 두근거립니다.
어려서는 색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진짜 소나무에 장식한 기억이 납니다. 색종이를 잘라서 동그랗게 고리를 만들어서 연결합니다. 길게, 꼬리에 꼬리를 연결한 사슬 모양의 색종이 목걸이를 산에서 구해 온 소나무에 장식했습니다. 솜으로 눈을 만들어서 얹고 반짝이는 문방구에서 사서 소나무에 빙빙 돌아가면서 둘렀습니다. 예쁜 양말을 걸어놓고 소원을 적어서 넣으면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로 꼭 주셨습니다.
산타가 있다니 없다는 것으로 친구끼리 옥신각신하면서 카드를 만들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면서 성탄절을 기다렸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인 탓에 연말에는 부대가 늘 비상이었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하실 때입니다. 성탄절 선물을 아직 준비 못 한 아버지는 국군장병들에게 보내온 위문품을 우리 머리맡에 놓아주셨습니다. 그때는 과자 종합 선물 세트로 위문품이 왔습니다.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우리 형제들은 산타가 무엇을 주셨을까? 기대하면서 풀었습니다. 박스 위에 큰 글씨로 ‘국군장병 아저씨께’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연말에는 늘 비상근무로 바쁘셨는데 그해에는 유난히 시간을 낼 수 없이 바쁘셨답니다. 급한 김에 위문품으로 온 것을 우리에게 선물로 대신했는데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는 ‘국군장병 아저씨께’는 미처 생각을 못 하시고 우리 형제들은 ‘산타가 올해는 아버지였구나!’ 하면서 크게 실망하지 않고 푸짐한 과자 종합 세트를 하나씩 안고 성탄절을 보낸 기억이 납니다. 성탄절이면 생각나는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30년 넘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듭니다. 아이들에게 산타가 되어줍니다. 감사의 마음입니다. 산타에게 쪽지 편지를 써서 양말에 넣습니다. 어려서는 장난감이었는데 자라면서 동화책도 있었고 게임기도 있었고 롤러스케이트도 있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캡슐에 각자 좋아하는 물건을 넣어서 30년 뒤에 다시 열어보자고 했는데 아직 캡슐을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새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진으로 보냈습니다. 산타에게 받고 싶은 것 적어서 보내라 했더니 ‘생각해 봐야지’합니다.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산타가 되는 따스한 연말연시를 보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