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아침 안산대리구 와동일치의모후성당(주임 이광휘 미카엘 신부). 가뭄을 해갈하는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성당 첨탑의 흰 십자가 바로 아래 벽면의 본당 주보 ‘일치의 모후’ 성모상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굽어보고 있다.
성모상 아래 철쭉꽃 화단 위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성당 마당 건너편 천막 분향소에서는 희생된 모든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신자들이 줄지어 분향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교우들은 미사 시작 30분 전 성전에서 묵주기도 5단을 바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주님의 자비가 함께 하기를 기원했다.
부활 제2주일이며 ‘하느님의 자비 주일’인 이날 교중미사는 오전 10시 30분 이광휘 신부와 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전삼용(요셉) 신부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이광휘 신부는 미사 첫머리에 “절망과 시련, 위기와 고통 속에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느끼면서 주님의 은총을 청하자”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교중미사에 참례한 400여 명의 신자들은 세월호 침몰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의 안식을 구하며, 구조는 됐으나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모든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전삼용 신부는 강론을 통해 예수님의 인류 구원을 위한 죽음과 부활, 에밀레종에 관한 설화 등을 소개하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토마스와 같은 이른바 ‘상처받은(썩은) 사과’가 교회 안에서 이상한 큰 힘을 발휘한다”며 “이번 사고에서 희생되거나 실종된 분들의 가족들이 많이 힘드시겠지만 ‘교회 안에 머물러’ 예수님께로부터 나오는 사랑과 희망 그리고 치유의 힘을 받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와동일치의모후본당 연립지구 5구역 형제회장 이광훈(라우렌시오·58) 씨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본당공동체가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며 “희생된 자녀들이 안산 관내 장례식장에 안치되면 본당 연령회의 지휘로 사목위원회·각 단체·구역별로 빈소를 찾아 그 부모님께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연도를 바치고 있다”고 본당 분위기를 전했다.
또, 그는 “오늘 오전 7시 안산대리구장 김한철(율리아노) 신부 주례로 최○○(요한) 군의 장례미사를 봉헌했다”며 “미사 중 내내 가슴 아프게 슬펐고 요한 군에게 어른으로서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