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마르쉐 견학문] 염국희
여농 회원님들과 아침 일찍 만나 용산행 기차를 타고 함께 떠나는
견학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치 소풍을 가는 기분이었고 들떠 있었다.
그렇게 우리 18명은 서울 인사동 코트로 향했다.
마르쉐 쿠폰이나 현금을 이용해 음료와 먹을 것을 구매해서 먹었는데, 이 곳에서 무언가를 사서 먹으려면 그릇 용기가 필요했다. 돈을 더 주면 그릇을 대여해주기도 하지만, 공지를 해주었으면 도시락용기를 들고 올 수 있었을텐데, 미리 알지 못 해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챙겨오리라!
점심을 먹은 후에 ‘마르쉐 친구들’의 스텝으로부터 마르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상에 남았던 점 몇 가지를 적어본다.
밖에서는 나 혼자 제로 웨이스트 신경쓰고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곳에 오면 비주류가 주류가 될 수 있고 그것에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점.
농산물을 직접 생산한 농부가 출점 가능하게 한 점.
농산물 뿐만 아니라 유제품이나 버섯 등 출점하게 하여 한 번에 장을 볼 수 있게 한 점.
정기적으로 꼭 하는 약속을 지키는 점.
현수막을 만들지 않고 배포용 전단도 만들지 않으며 칠판 배너를 만들어 재사용하는 점.
마르쉐 친구들 스텝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아직 다 구경하지 못 한 시장을 보았는데 홍성에서 온 농부님도 계셨다. 여행가방 가득 수확물을 담아 기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호박이 전부 팔려 마음 편한 얼굴을 하고 계셨고 다음 출점도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텅텅 빈 여행가방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기뻤다.
서울 마르쉐는 소량 다품종을 키우는 농부들이 많아서인지 마트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채소나 허브를 가져와서 팔고 있었다. 아마도 유기농이나 자연농으로 하고 있으니 한 종류를 대량으로 키우는 분들은 드물 것이다. 특히 자연농은 더욱이 그럴 수 없는 것이기에 조금은 작아도 조금은 휘어져도 서로 이해하며 판매하고 구매하는 모습이었다.
1차 농산물 이외에도 가공식품이나 수제품등이 있었고, 대부분 유기농 또는 자연재배여서 그런건지 제 값 받고 팔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 주위에 유기농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힘들게 키워내도 과연 제 값을 받고 있는가 생각 될 때가 있다. 공산품이 아닌 농산물을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고 조금 작다고 해서 파치로 헐값에 판매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고 응당 그에 해당하는 값으로 보답 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특히 제로 웨이스트나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도 관심있게 보았는데, 개인 용기를 사용하는 것도 물론 그렇지만 구매한 채소를 이 곳에서 손질하여 가져갈 수 있게 부스를 마련한 것을 인상깊게 보았다.
나중에 홍성에서 장터가 열릴 때 이런 부스를 마련하면 좋겠다 생각되었다.
작업대와 칼, 도마, 음식물 처리함을 준비해 둔 모습
우리 눈으로 보기에 이제 안정되어 성공한 것 같은 마르쉐에도 몇 가지 한계는 있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과 공간을 빌리는 것의 한계, 즉석제조의 법적인 문제 등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정기적,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마르쉐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5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이만큼 일구어 내고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마르쉐는 월 4회 매주 열린다고 하는데 홍동에서 월1회라도 정기적으로 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소량 다품종으로 여러 가지 채소를 키우고 있는데 내 주위에는 채소나 허브, 꽃을 키우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홍성에 돌아가면 친구들을 모아 마르쉐를 도모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있는 나를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