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읽는 즐거움을 주는
『강아지의 변신』
박금숙 동시집. 안예리 그림. 푸른책들
시를 즐겁게 향유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시의 난해성이라고 한다. 시적 은유와 독자 사유 사이에 괴리감이 크면 자유로운 감상이 어렵다. 시인의 시가 내 서사가 되기에 방해가 된다. 동시도 마찬가지다. 주 독자가 어린이라는 생각에 간혹 말놀이에서 멈추는 동시를 보게 되는데, 시적 형상화에 대한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동시는 시적형상화 외에도 대상 독자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강아지의 변신은 두 가지를 겸비해서 즐거운 동시 읽기에 초대한다.
강아지의 변신에는 43편의 동시를 담고 있으며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마다 개성 있는 어린이를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체험과 상상력으로 빚어진 동시들은 동심 세계로 기꺼이 안내한다. 지하철, 강아지, 말미잘, 별동별 등이 발랄하고 경쾌한 어린이 모습으로 살아나서 웃게 하고 신명나게 걷고 달리게 한다.
오이도에서 출발하는/ 당고개행 /지하철 4호선// 큼큼/무슨 냄새가 난다.// 첫 손님으로 누구를 태웠을까?/새우를 태웠나?/조개랑 굴을 태웠나?//흠흠/갯비린내 난다.//지하철은/손님을 다 내려놓고/기관사 아저씨 잠시 쉬는 사이/후다닥 바다까지 달려갔다 왔나 봐// (지하철 4호선)
지하철 4호선을 읽으면 즐거운 상상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친구와 놀려고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지하철은 근처에 있는 바다를 보러 달려갔다가 온다. 그래서 지하철 4호선은 바다 내음이 난다. 갈매기가 날고 파도 소리도 날 것 같다.
여기는 밤하늘 경비대! // 어젯밤/ 별똥별이/ 하늘에서 탈출했다, 오버.//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어/탈출했다는 말도 있는데//확실한 이유는 모른다, 오버.// 여기는 바다 경비대!// 오늘 오후 세 시/바위 밑에서/성게랑 말미잘이랑/딱지치기하는 별똥별을 찾았다, 오버.//
반짝이는 빛도 없고/ 빨간 옷으로 위장한 채/불가사리라고 우기지만/별똥별이 틀림없는 것 같다.// 밤하늘 경비대!/ 지금 빨리 내려와 확인 바란다. 오버.//(별똥별을 찾아라)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탈출하는 벌똥별이리니! 별똥별은 왜 똥별이냐며 바다로 내려와서 즐겁게 놀면서 자신은 불가사리라고 우긴다. 자유를 만끽하는 별똥별의 동심이 웃음 짓게 한다. 집과 학교, 학원에서 벗어나 들판을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그려진다.
박금숙 동시인은 산과 들, 바다를 벗했던 유년시절이 시상의 바탕이 되어 어른이 된 지금도 동심을 잃지 않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을 상상에 날개를 달고 신 나게 날게 한다. 그래서 동시 읽는 즐거움을 선물로 준다.
/함영연(동화작가.문학박사)
첫댓글 의미를 담은 글 고맙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