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꼬마가 장난감 비행기를 가지고 노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검은 상복차림의 어른들이 천천히 춤을 추면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어요.
여기서 무대 중앙에 놓인 벤치는 그저 방관자 역할밖에 하지 않지만, 마치 무대를 바라보는 제 자신 같더군요.
그 뒤로도 여러 사람들이 오가면서 몇차례 벤치가 이동하긴 하지만, 늘 같은 곳에서 스쳐지나가는 등장인물들의 안식처, 비밀공간, 혹은 침대!로도 쓰입니다.
사람들이 그곳에 앉거나 눕거나 기대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며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죠.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보는 동안 저는 제가 마지막으로 벤치에 앉은 게 언제였더라? 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때 제 모습이 어땠는지.
어떤 상태였는지...
뭘 하고 있었는지.
벤치는 잠깐 머물다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위한 짧은 쉼터지만, 힘들땐 더할나위없는 위안이죠.
그리고 머무는 사람이 그 위에서 어떤 횡포를 부려도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무생물이니까 당연...)
어떤 등장인물은 벤치를 떠나기 전에 사랑스럽다는 듯이 살짝 쓰다듬기조차 하더군요.
전 벤치처럼 모든 것을 포용할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사라들에게 잠시라도 편안함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그런 생각을 했어요. ^^
오늘부터 입추가 시작했네요.
앞으로 시원해지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늘어날까요?(지금은 더워서 엄두도 못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