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브리어 야웨(יהוה)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드러냄"?
히브리어 성경에는 약 8천여개의 단어가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중에 유독 몇몇 단어를 뽑아내서 이상한 해석을 시도합니다. 소위 파자(破字) 해석법입니다. 그런 해석가들은 한결같이 히브리어에 무지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토라'(תּוֹרָה)와 '야웨'(יהוה)입니다. 이 두 단어에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이미 들어가 있다는 해석입니다.
여기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하나님의 이름인 '야웨'(יהוה)라는 단어의 파자 해석법을 살펴보려 합니다. 참고로, 하나님의 이름인 이 단어의 정확한 발음은 거의 확실히 '야웨'인데, 그러나 여전히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이런 방식의 파자 해석법의 특징은 히브리어 철자의 자음 하나하나에 한문처럼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서 그 전체 단어를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자음은 상형문자를 토대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더 이상 상형문자가 아닌 영어 알파벳과 같은 알파벳이며, 따라서 히브리어 문자는 상형문자나 한문과 같은 표의문자가 아닌 발음을 표기하는 표음문자입니다.
소리를 표기하는 우리 한글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브리어에 무지한 사람들이 히브리어의 각 철자의 원래의 상형문자의 뜻을 가져와 소리를 표기한 히브리어 단어들을 해체, 즉 파자해서 전혀 엉뚱한 해석을 하는 것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앞서 말한대로, ‘토라’(תּוֹרָה)와 ‘야웨’(יהוה)입니다.
하나님의 이름 야웨(יהוה)
이 단어는 네 개의 자음으로 구성되어 있어있는데, 이 단어로 첨부된 그림과 같은 파자 해석법 풀이를 합니다.
일단 히브리어 알파벳도 분명 이집트 상형문자나 고대 가나안 일대의 상형문자에서 유래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22개 알파벳 각각의 상형 문자의 원래의 의미는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습니다.
이것은 이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인 조철수 박사의 "메소포타미아와 히브리 신화"를 보면 매우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네 개의 문자가 지닌 원래의 의미도 서로 다른 기원들이 주장됩니다.
1. 첫 자음 ‘요드’(י)는 ‘손,’ 또는 ‘팔’의 상형문자거나, 이집트 기원설에서는 ‘섬’(island)에서 비롯된 문자입니다.
2. 두번째와 네번째 자음 ‘헤’(ה)는 원래 ‘두 손을 든 사람,’ 또는 ‘창이 있는 갈대로 만든 집’을 상형화한 문자일 수 있습니다.
3. 세번째 자음 ‘바브’(ו)는 ‘곤봉’이나 ‘갈고리’에서 기원한 문자일 수 있습니다. 조철수는 갈고리가 아닌 "곤봉"설을 더 지지합니다.
이같이 이들 문자들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고 서로 갈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신비한 파자 해석법을 시도하는 사이비들은 이 문자들에 각각 ‘손,’ ‘보라,’ ‘못’의 뜻을 부여하면서 이것을 “손을 보라! 못을 보라”로 풀이합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이것은 히브리어 문자를 상형문자로 풀이하는 무지한 발상에서 비롯되었으며, 또한 그 문자의 원래의 의미도 앞서 말한 대로, 정확하지 않은데 자의적으로 뜻을 가져와 목적에 맞게 꿰맞춘 해석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파자 해석법은 나아가 첨부된 그림에서 보듯이 이 네 개의 문자는 히브리어 문장의 머리글자라고 주장합니다. 이 해석법의 주장자들에 의하면, 이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못박히셨을 때 십자가의 팻말에 기록된 히브리어 문장입니다.
“빌라도가 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이니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기록되었더라 예수께서 못 박히신 곳이 성에서 가까운 고로 많은 유대인이 이 패를 읽는데 히브리와 로마와 헬라 말로 기록되었더라” (요 19:19-20)
다름 아닌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의 히브리어 문장이 아래 그림과 같은 문장이라는 것입니다.
맨 앞의 첫 히브리어 단어 ‘예슈아’(יֵשׁוּעַ)는 구약의 ‘여호수아’로 번역되는 단어로 “예수”를 가리키는데, 첫 글자가 ‘요드’(י)입니다.
두 번째 단어 ‘하나자레이’는 발음을 잘못 옮겨 놓았는데, 정확히는 ‘하나츠리’(הַנָּצְרִי)입니다. 이것은 ‘그 나사렛’이란 뜻으로 첫 글자는 “그”(the)에 해당되는 정관사 ‘헤’(ה)입니다.
세 번째 단어 ‘브멜렉’도 잘못된 발음이며 바른 것은 ‘우멜렉’(מֶלֶךְוּ)인데, 첫 자음이 “그리고”를 뜻하는 ‘바브’(ו)입니다. 뜻은 “그리고 왕”입니다.
마지막 단어는 ‘하예후딤’(הַיְּהוּדִים)으로 “그 유대인들의”를 뜻합니다. 이것은 앞 단어 왕과 합하여 “그 유대인들의 왕”이란 뜻을 형성합니다.
이 네 단어의 첫 글자를 따면, יהוה가 구성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히브리어의 재구성도 대단히 자의적입니다. 일단 요한복음의 이 구절을 현대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번역한 역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히브리어 신약성경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번역해 놓았습니다. 세번째 단어에 '바브'가 없습니다.
יֵשׁוּעַ הַנָּצְרִי מֶלֶךְ הַיְּהוּדִים
이것은 또 다른 히브리어 신약성경 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세번째 단어에 '바브'(ו)가 없으며, 또한 두번째 단어에서 '헤'(ה)가 빠지고 출신지를 가리크는 '멤'(מ)이란 전치사(..로부터)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יֵשׁוּעַ מִנָּצְרִי מֶלֶךְ הַיְּהוּדִים
추가로 히브리어의 형제 언어인 아람어로 번역된 신약성경 역본인 페쉬타(Peshitta)도 마찬가지로 '바브'가 없습니다.
ישׁוע נצריא מלכא דיהודיא
요지는 위의 번역 모두에서 “왕”을 가리키는 단어에는 접속사 ‘바브’(ו)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른 히브리어 신약성경은 두번째 단어에서 맨 앞의 관사 ‘헤’(ה)를 빼고 대신 출신을 가리키는 전치사 ‘멤’(מ ‘..로부터, from’)을 넣었습니다.
이 경우 맨 앞의 철자들을 조합하면 야웨(יהוה)가 아닌 전혀 엉뚱한 철자들의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위에서 주장된 파자 해석법이 얼마나 제멋대로이고 자의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말한 대로, 이런 파자 해석법은 이미 더 이상 상형문자의 의미를 지니지 않고 사람의 소리와 발음을 표기하는 기호가 된 히브리어 알파벳에 여전히 상형문자의 의미를 집어넣어 해석하는 무지한 해석법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그 상형문자가 부여한 뜻도 전적으로 주관적입니다. 특히 ‘야웨’의 네 글자 יהוה에서 자음 바브(ו)의 기원을 '못'으로 보고 저 단어들 속에 십자가에 못 박히심이 들어 있다고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성경에서 출애굽기에서만 나오는 단어 ‘바브’(וָו)가 존재합니다. 이 단어는 언제나 성막의 울타리 막을 거는 갈고리를 의미합니다(출 26:32, 37; 36:36,38 등). 그것은 한번도 “못”이란 뜻으로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구약에 나무에 박는 "못"이라는 히브리어는 따로 존재하는데 ‘마스메르’(מַסְמֵר)입니다(대상 22:3, 대하 3:9, 사 41:7 등). 현대 히브리어에서도 그 단어가 '못'으로 사용됩니다.
못(마스메르)이 예수님께 박혔다는 것이 신약에서도 확인되는데(요 20:25), 그 '못'의 헬라어는 '헬로스'(ἧλος)입니다. 그런데 헬라어 '헬로스'는 히브리어 신약성경에서 항상 ‘마스메르’로 번역됩니다. 말하자면 못의 히브리어는 ‘바브’가 아니라 '마스메르'라는 것입니다.
자음 ‘헤’(ה)의 기원에 대해서도 학자들은 의견이 갈립니다. 따라서 이 글자를 신비하게 해석하는 파자 해석법은 은혜를 조작하기 위한 명백한 거짓이자 근거 없는 허황된 자기 확신과 신앙의 반영일 뿐입니다.
그리고 ‘바브’(ו)를 설사 못으로 보고 ‘헤’(ה)를 “손을 들고 있는 사람”으로 본다해도, 이런 자음이 들어간 다른 일반적인 단어들로 얼마든지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심지어 매우 부정적이거나 사악한 단어들로도 얼마든지 황당무계한 은혜로운 해석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히브리어의 파자 해석법은 사이비 해석법입니다. 이것은 마치 히브리어 철자 하나하나를 마치 한문처럼 여기고 뜻풀이를 하는 전혀 잘못된 해석법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히브리어 알파벳은 이집트나 가나안 일대의 상형문자에서 기원한 것은 맞지만, 그 상형문자로 페니키아 민족이나 가나안의 어떤 사람들이 단순히 음을 표기하는 알파벳을 창안한 것입니다. 이것은 인류사에서 가히 혁명적 사건이었습니다.
따라서 아버지라는 뜻의 히브리인들의 말인 ‘아브’를 더 이상 아버지를 형상으로 그려서 뜻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소리나는 대로 ‘아브’(אָב)로 적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브'의 철자는 '황소머리'에서 온 '알렙'과 '집'을 뜻하는 '베트'로 적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에는 더 이상 "황소머리" + "집"이란 의미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단어를 가지고 아버지란 뜻은 '집에 황소머리가 있음'을 뜻한다고 해석하면 황당한 것이죠.
내친 김에 하나 더 보겠습니다. 히브리어 동사 ‘아라르’(אָרַר)입니다.
파자 해석가들은 말합니다. 첫 자음 ‘알렙’은 소의 머리가 형상화되었는데, ‘첫 번째, 우두머리’를 뜻하며 따라서 '알렙'은 하나님을 상징합니다.
두번째와 세번째로 연속으로 적힌 자음 '레쉬'(ר)에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합니다. '레쉬’(ר)는 사람의 ‘머리’에서 기원한 문자인데, 역시 “두목이나 우두머리”를 가리킬 수 있으며 하나님과 자주 관련되어 해석된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아라르’(אָרַר)는 “하나님은 우두머리, 우두머리,”(우두머리 중의 우두머리) 또는 “하나님은 첫째, 첫째”(첫째 중 첫째)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해지니, 이 단어는 정말 엄청나게 중요하고 은혜로운 단어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동사의 뜻은 “저주하다”입니다.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하고 흉측한 말놀이인가요?
"저주하다"를 뜻하는 동사 '아라르'가 말로 먼저 존재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마치 우리말 '우르르'와 같이 상대에게 우레, 천둥소리 등의 뭔가가 쏟아져 내리는 일종의 의성어에서 왔지 않나 생각하는데, 언어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습니다. ㅎㅎ
암튼 '아라르'라는 말이 먼저 있었고, 그것이 אָרַר로 표기되었을 뿐입니다. 이렇듯, 글자 이전에 먼저 말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가나안 지역에서 알파벳이 만들어졌으며, 그것은 가나안 일대에서 공통으로 사용되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히브리인들의 알파벳 모양이 발전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단어의 히브리어 철자로 파자해석법을 하는 것은 마치 영어 단어를 가지고 파자해석법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God을 가지고 철자 G와 O와 D의 기원을 찾아 그 의미를 거기에 넣어 God를 해석 하려는 시도입니다.
1. G는 원시 가나안어와 히브리어의 알파벳 ‘기멜’(ג)에서 기원했는데, ‘기멜’이 낙타의 혹을 가리키는 상형문자로 낙타를 뜻했습니다.
2. O는 눈(eye)을 뜻하는 알파벳 ‘아인’(ע)에서 비롯되었습니다.
3. D의 뿌리는 문(door)를 가리키는 상형문자였던 '달렛'(ד)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의 파자 해석법을 따르면, GOD는 “낙타, 눈, 문”을 뜻하는데, 도대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낙타가 눈으로 문을 들어간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낙타 눈은 문이다”는 뜻인가요? 뭐가 되었던 이런 상형문자들의 뜻이 단어 God에 들어가 있다는 뜻이라는 말인가요?
다름아닌 히브리어 단어들을 각 철자에 상형문자의 의미를 집어넣어 해석하려는 파자 해석법또한 이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야웨(יהוה)라는 단어에 위에 언급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GOD에 낙타의 의미를 집어넣어 해석하는 것과 동일한 시도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아전인수의 파자 해석법에 의한 암호 풀이 놀이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히브리어 단어들에 대한 이런 파자 해석법은 유독 히브리어를 신비한 하나님의 문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입니다.
그렇다면,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신약의 헬라어 단어들은 왜 그런 식의 파자 해석법을 하지 않는가요? 왜 유독 구약 히브리어 문자만 신령한 문자가 되어야 하는가?
히브리어 문자와 언어는 결코 그 자체로 거룩한 문자나 신령한 언어가 아닙니다. 히브리어 문자는 고대 가나안 문자나 이집트 문자에서 발전되어 만들어진 문자에 불과하며, 히브리어 언어 자체도 셈어들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유행하는 이런 기괴한 성경해석법들은 대부분 출처와 뿌리가 있습니다. 그냥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 교회에 배회하는 이 사이비 학설의 원천은 중세의 유대 신비주의 종파 "카발라"(Kabbalah)와 그것에 근거해서 신약까지 확대해서 그런 해석법을 더욱 크게 유행시킨 미국의 어느 기독교 단체 사이트입니다.
http://www.thelivingword.org.au.
이곳을 둘러보면 거의 이단 사설 수준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휘둘린 사람들이 이걸 번역해서 한국으로 이런 사이비 사설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성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비하고 그 성경 말씀에 정확하게 이해되는 복음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파자 해석법과 같은 이상한 장난질에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