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에도 정년이 있을까요? ◈
혈액에 특별한 힘과 영적인 기운이 있다고 여긴 것은
동서고금에 별 차이가 없어요
혈통이라는 말이 있듯이,
피는 차별과 배척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했지요
질환이 나쁜 피 때문이라는 인식도 강했어요.
프랑스 절대 왕정의 상징인 루이 14세는 온갖 병에 시달려
‘걸어 다니는 병원’이라고 불렸는데,
평생 피를 뽑아내는 시술(사혈)을 2000번 이상 받았지요
‘젊은 피’에는 뭔가 젊은이의 활력을 주는 성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널리 퍼져 있었어요
북한 김일성 등 독재자들이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려고
청년들의 피를 수혈했다는 기록이 적지 않아요
그런데 1950년대부터 늙은 쥐와 젊은 쥐의 혈관을 연결해
혈액을 공유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은 ‘젊은 피 수혈’이
진짜 효과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했을 것이지요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2023년 이 같은 실험을 한 결과
놀랍게도 늙은 쥐의 노화 진행이 느려지고 수명도 최대 10% 늘어났어요
그렇다면 이 실험 결과가 사람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2023년 젊은 시절의 몸을 되찾기 위해 17세 친아들의 혈장을 수혈 받았지요
6회의 혈장 교환을 마치고 광범위한 지표들을 측정했지만
유의미하게 나아진 점을 찾을 수 없었어요
아들의 젊은 피가 아버지의 몸에서 별다른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지요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젊은 혈장 교환에 대해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엄격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공식 경고했어요
전문가들은 젊은 피를 수혈해 효과를 보려면
엄청난 양을 투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지요
효과를 보인 쥐 실험의 경우 아예 외과 수술로 두 쥐의 순환계를 연결했고
12주간 혈액을 공유한 것이지요
12주는 사람으로 치면 8년에 해당하는 기간이지요
헌혈이나 수혈과 같은 적은 양으로는 효과도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였어요
다만 피에서 젊음의 활력을 불어넣는 특정 성분을 찾아낸다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의 과학은 아직 그 성분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나이 든 사람의 피는 문제가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그렇다’는 인식이 많았지요
헌혈에 정년(만 69세)을 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그런데 정부가 헌혈 정년 제한을 풀기로 했다고 하네요
69세를 헌혈 기준으로 할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지요
미국이나 영국·호주 등은 헌혈 연령에 제한이 없어요
정부가 헌혈 연령 제한을 푸는 것은 저출산으로
주요 헌혈층 10∼20대가 감소했기 때문이지만
과학적으로도 맞는 조치인 것 같아요
젊으나 늙으나 우리몸의 혈액(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은
뼈 안의 공간에 있는 골수(Bone marrow)에서 끝없이 만들어져
신선한 피를 공급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어요
결국 피에는 정년이 없다는 결론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