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의 음악
Music of Skins
이은송 개인전
무제_디지털_41×31cm_2022
전시작가 : 이 은 송
전시일정 : 2022.06.21-06.26
관람시간 : Open 12:00 ~ Close 18:00 (화~일요일)
전시장소 : 사이아트 도큐먼트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
T. 02-3141-8842
www.42art.com
무제_디지털_41×31cm_2022
무제_디지털_31×41cm_2021
무제_디지털_41×31cm_2022
나는 나무의 이름을 가졌다.
언덕 위의 소나무.
언젠가 언덕을 뜻하는 한자(垠)가 절벽이나 벼랑이란 의미로도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동안 내 이름에 느껴온 목가적인 만족감은 종종 아슬한 절박함으로 굴절되곤 했다.
나는 어떤 각도로 매달려 버티고 있는 걸까. 한 그루일까, 여러그루일까.
정체성과 쓸모로 대변되곤 하는 이름.
내 이름에 어울리는 무늬는 무엇일지 더듬거린 생각들이
자연스레 실제 나무들로 시선을 이어주었다.
내가 아니지만 나이기도 한 나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내 귀에 가장 감긴 목소리는 플라타너스.
여린 마음으로 과거를 잊지 못하고 솔직해 표정에 다 드러나는 플라타너스 곁에 서면
각막이 고막이 되어 1악장부터 4악장까지 방대한 음악이 들리곤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1악장만 재생된다.
참고로, 플라타너스의 악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음표각질을 떨구고
행인의 자기장 활에 긁히며 중층적인 문신의 입체악보로 우리를 따돌리고 있으니
최신 업데이트 버전은 이 전시장을 나가 가까운 플라타너스에게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부작용 주의: 피부의 음악 청취 후 체질에 따라 나무가 나무로 보이지 않는 증상을 겪을 수 있음)
(수습 처방: 나무가 나무로 보이는지 주기적으로 자문할 것. 피부의 음악 2악장을 이어서 들을 것)
이름이 거울이 될 수 있을까?
동명의 생물을 유심히 응시해온 시간들을 그러모아 자와 타의 경계없음을 받아써본다.
우리들은 겹쳐있고, 지구의 자전으로 절벽은 머지않아 평원이 되며,
지상에 거꾸로 매달린 나뭇가지는 벼락줄기나 번개의 실금이 되기도 한다.
플라타너스가 들려주는 인간의 거울이 되는 음악. 겨울 같은 거울 음악.
낡을수록 새로워지는 이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어 조용하다.
이 능청스러운 속도의 카멜레온은 실은 나무가 아닐지 모른다.
이 의심은 멈춰질 수 있을까?
물음표 걸이가 도돌이표에 걸린다.
나는 나무인가. 나무가 나인가.
우리는 이름이 같다.
2022. 이은송
이 은 송 Lee Eun Song
1987 서울 출생
2014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
Solo Exhibition
2022‘피부의 음악’/ Music of Skins, 사이아트 도큐먼트, 서울
blog.naver.com/staystar_
elsevit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