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348]龜峰선생7절 無題 二首
구봉집 제1권 / 칠언 절구 123수 (七言絶句 一百二十三首
무제 2수〔無題 二首〕
一行垂柳掩紅簷。畫罷雙眉月樣纖。
自折嬌花調外客。佯羞還下水晶簾。嘲時習
荔枝一箇江南草。連理無情半夜言。
男子幾人還固寵。香羅巾下有冤魂。非謂妃子無罪也
죽 늘어선 수양버들 붉은 처마 가렸는데 / 一行垂柳掩紅簷
막 그려 낸 두 눈썹은 초승달의 모양이네 / 畫罷雙眉月樣纖
제 스스로 고운 꽃을 꺾어 손님 조롱하다 / 自折嬌花調外客
부끄러운 척하면서 수정 주렴 내리누나 / 佯羞還下水晶簾
당시의 습속을 조롱한 것이다.
여지는 단지 일개 강남땅의 풀이었고 / 荔枝一箇江南草
연리는 별 뜻 없이 한밤중에 말한 거네 / 連理無情半夜言
남자들 몇몇이나 되레 총애 굳혔던가 / 男子幾人還固寵
향라건 아래에는 원통한 혼 남아 있네 / 香羅巾下有冤魂
비자(妃子)가 죄가 없다고 이른 것은 아니다.
[주-D001] 무제(無題) :
두 번째 시는 흔히 〈여지시(荔枝詩)〉로 칭해지는데,
후대 사람들이 이 〈여지시〉로 인해서 이산해가 구봉에 대해 노해,
구봉을 모함하여 유배 보냈다고 하였다. 《宋子大全 附錄 卷15 鄭纘輝錄》 《宋子大全 卷172 龜峯先生宋公墓碣》 《靑城雜記 卷3 醒言》
[주-D002] 여지(荔枝)는 …… 풀이었고 :
여지는 중국 복건(福建), 광동(廣東), 사천(四川) 등지에서 생산되는 과일인데, 살은 희고 맛은 달고 과즙이 많으며, 모양은 용안(龍眼)의 열매와 비슷하다고 한다. 당 현종(唐玄宗)의 비(妃)인 양 귀비(楊貴妃)가 이를 매우 즐겨 먹었는데, 양 귀비에게 여지를 실어 나르기 위해 천하의 병마(兵馬)가 시달렸다고 한다. 두목(杜牧)의 〈과화청궁(過華淸宮)〉에 “말발굽에 이는 티끌 귀비가 좋아하는데, 여지가 올라온 줄 아는 이 없네.[一騎紅塵妃子笑, 無人知是荔枝來.]”라고 하였다. 《樊川文集 卷2》 여기서는 양 귀비가 좋아했다는 여지가 구하기 어려운 특별난 과일이 아니라 강남땅에서 나는 평범한 과일인데, 세상 사람들이 양 귀비가 그것을 좋아했다고 비난한다는 뜻이다.
[주-D003] 연리(連理)는 …… 거네 :
연리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통한 것으로, 흔히 화목한 남녀 사이나 부부 사이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 현종이 일찍이 양 귀비(楊貴妃)의 팔을 베고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일에 감동하여 은밀히 연리지(連理枝)처럼 세세생생 부부가 되기를 약속하였다. 여기서 연리지라는 말은 양 귀비가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코 한 말인데, 세상 사람들은 양 귀비가 현종을 미혹시키기 위하여 그런 말을 하였다고 비난한다는 뜻이다.
[주-D004] 남자들 …… 굳혔던가 :
양 귀비를 통하여 양국충(楊國忠) 등이 현종(玄宗)의 총애를 굳혔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이산해와 김공량(金公諒) 등이 인빈(仁嬪) 김씨를 통해 선조에게 구봉과 정철 등을 참소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굳혔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주-D005] 향라건(香羅巾) …… 있네 :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파천하던 중에 마외파(馬嵬坡)에서 군사들에 의해 처형당한 양 귀비의 원통한 혼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양 귀비가 마외파에서 처형당할 때 비단 수건으로 목을 매어 죽었다. 여기서는 인빈 김씨가 결국에는 임금의 총애를 잃을 것이라는 뜻인 듯하다. 향라건은 비단으로 된 수건으로, 주로 아녀자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주-D006] 冤 : 《송자대전》 부록 권15 〈정찬휘록〉에는 ‘芳’으로 되어 있다.
[주-D007] 비자(妃子) : 양 귀비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은연중에 김공량의 딸 인빈 김씨를 가리키는 듯하다.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