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는 전국시대의 철학자로 본명은 한비(韓非)이고 전국시대 말기 한(韓)나라 왕족 출신인데, 법치주의를 주장했으며 법가를 집대성한 철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비자는 아무리 지혜가 탁월한 사람이라도, 일을 추진함에 있어 그 척도가 되는 명확한 법을 가지고 처리해야 하며, 군주는 자신의 능력이나 지혜에 자만하여 국가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지 않고 법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한나라의 문제 때 장석지라는 관리가 있었다.
장석지는 형벌과 옥을 관장하는 '정위'라는 관직에 있었는데, 어느 날 고조 유방을 모시던 종묘에 도둑이 들어 옥으로 된 가락지가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도둑을 장석지에게 넘겨 벌로 다스리게 했고, 장석지는 '종묘의 옷이나 물건을 훔친 사람은 사형에 처한 뒤 시신을 시장바닥에 버려야 한다'는 법률에 따라 도둑을 처벌했다.
문제는 장석지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를 당신에게 넘긴 이유는 그 놈의 집안까지 멸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도둑에게 내려진 벌이 너무 가볍다고 여긴 것이다. 이에 장석지는 관을 벗고 머리를 조아리며 이렇게 답했다.
"형벌이란 경중을 가려 처벌해야 합니다. 지금 종묘의 물건을 훔쳤다고 하여 그 집안을 멸한다면, 고조의 무덤인 장릉(長陵)의 흙을 한 줌이라도 훔쳐가는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떤 법을 적용하려고 하십니까?"
고조의 무덤을 파헤쳐 흙을 훔쳐가는 것이 고조의 위패를 모시던 종묘에 둔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중죄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참동안 생각하더니 장석지의 판결이 옳다고 여기며 수용했다.’
무조건 무거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가벼운 죄라도 외부의 압력이 개입되는 것을 막고, 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처벌을 내려야 하는 것인데 무거운 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검찰ㆍ법원 권한을 비대하게 하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치의 복원을 기대했다.
그 전제는 정치권의 자정 노력과 대화, 책임 있는 실천이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에 이은 ‘가난한 청년 정치인’ 김남국 의원의 가상재산 거래 및 보유 논란은 그런 희망을 처참하게 뭉갰다.
헌법이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제46조 제1항)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국회의원은 코인 거래를 하면 안 되냐”는 논리로 반박한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김 의원과 그 주변인들의 점증하는 기이한 대처가 놀랍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포착한 의심거래가 검찰의 수사로 이어진 상황을 두고 “개인의 민감한 금융ㆍ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한동훈 검찰’ 작품이자 윤석열 실정을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라는 말이 시작이었다. 단순 코인 투자나 에어드롭, 코인 이체가 아니라 잦은 현금 인출과 범상치 않은 인출 규모가 FIU 감시 대상이라는 것만 알았어도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과거 코인 계좌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봐서 이번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등 이상한 논리의 말을 자꾸 하다 보니 스텝이 꼬인다.
나쁘지만은 않다. 김 의원은 가난한 청춘을 대변해주고, 도덕성과 정의감을 가지고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유권자의 기대감이 허망했다는 것을 제대로 일깨워줬다.
당을 탈당하면서도 “잠시 떠난다”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를 회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임을 당당하게 밝혔다. 덕분에 탈당과 복당을 반복해 온 민주당의 ‘꼼수 탈당’ 행태가 다시 한 번 부각되기도 했다.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 없다”(양이원영 의원)고 목소리 높인 동료가 있고, 이런 태도를 지지하는 소위 진보 인사들이 줄 잇고 있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은 “김남국처럼 정직하고 정의롭고 사심 없는 친구는 다시 만나기 어렵다”며 “이런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 내가 반드시 다시 국회로 보낼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호남을 특정해 승산 있는 곳이라고 했다.
부도덕하든 경제범죄를 저지르든, 호남 사람들은 무조건 자신들 편을 들 것이라는 오만함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믿음이 작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가 이렇게 됐다.
이제 시선은 검찰로 향한다. 정치권 스스로 먼저 의혹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저버린 마당에 “야당 탄압”이라는 말은 식상하다. “도덕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김 의원의 행위를 희석하려 하지만 '위법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사안이 중한 만큼 검찰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자칫 정치검찰이라는 정치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피해갈 방법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인용한 한비자의 말에 있다.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총장은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으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30일 간부 월례회의에서도 꺼냈다.
‘법불아귀’는 이전 검찰 고위 간부들의 취임사에 종종 등장했다. 부각된 건 김수남 전 검찰총장 때였다. 김 전 총장 역시 취임사에서 이 말로 검사들의 좌고우면하지 않는 자세를 당부했는데,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자신을 임명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했다.
야당에서는 김 전 총장의 취임사를 인용하면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던 이가 이원석 총장이다.
비단 검사들뿐만 아니라 판사들 사이에서도 한비자의 말은 지향해야 할 자세로 여겨진다. 35년간 법원에 몸담고 내년 초 정년을 앞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즉문즉답집 『호기심에 묻고 열정으로 답하다』에서 판사가 갖추어야 할 자세로 이를 꼽았다.
법원이 왜 “조국 전 장관 사건, 문재인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윤미향 의원 횡령 혐의 사건, 최강욱 의원의 허위사실 공표 사건 등의 재판 일정은 고무줄처럼 늘려 범죄 혐의를 받는 의원들 임기를 다 채우도록 방치했다”(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는 비판을 받는지 숙고해봐야 한다.
법과 법관의 양심보다는 이념적 지향에 따라 결론을 먼저 낸 듯한, 목적만 정당하면 위법한 수단ㆍ방법도 괜찮다는 식의 판결이 왜 나오는지 되돌아봐야 한다.>중앙일보. 문병주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문병주의 시선, 이원석 검찰총장의 ‘법불아귀’
이원석 검찰총장이 인용한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은 한비자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현실은 늘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겁니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검찰 출신 법무부장관이 지금 정국을 보고 있는바 말로만 아닌 정말 바른 법 집행이 시행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