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은 이제 막 태어났고 어느 생은 막 잠이 들었는데 해가 떠오르자 또다시 지구는 앞으로 굴러가고 조막만 한 건물들이 지평선에서 말려든다.
햇살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던 댈러스에 와서 그*는 애써 묘목을 심고 그가 심은 나무들은 늘 왼쪽을 그리워했다지 나도 몸이 자꾸 왼쪽으로 기우려 해 눈을 감으면 내가 어느 생에 있는지 어느 날에 와 있는지 알 수도 있을 듯한데, 익숙한 곳으로만 모여드는 사람들 마트는 회전하며 사람들을 삼키고 주차장은 빙글빙글 차를 토해 내고 아무것도 없다던 댈러스에는 없는 것이 없었지 울퉁불퉁한 그의 삶이 평평한 묘지처럼 다져지고 흙이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미망인은 또 눈물을 흘렸지
*故 손용상(1946~2024) 소설가. 경남 밀양 출생. 1964년 고려대학 사회학과 졸업. 1973년 <방생放生> 조선일보 신춘문에에 당선, 등단했다. 《한솔문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