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o라는 말은 ‘소아마비’라는 뜻인데 polio라는 단어만 보면 이 단어의 어원이 의미하는 뜻을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축약되기 전의 원래의 단어를 찾아보면 poliomyelitis이다. 이 단어를 그대로 해독하면
“버리오미 에리찌, 써‘라는 뜻이다. 이 말을 좀 더 알기 쉽게 풀어 쓰면 ”버리오, 라고 하면서 (마음이
무척) 에리었지, 라고 (그래)써.“라는 뜻이 된다. 이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들어보면 더 이해하기 쉬워진
다. 무정한 아비가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가 정상적으로 걷지를 못하자 아내에게 ’저 아이는 쓸모가 없으니
버리자‘고 제안한다. 어미로서는 당연히 그럴 수 없다고 펄쩍 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랜 옛날 자주
터전을 옮겨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아이가 무리와 함께 이동할 수가 없게 되자 어미로서도 어쩔 수
없이 짐승들이나 했던 선택을 하고 만다. 아비에게 ”(이 아이를) 버리오.“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동안 애지중지 키워오던 아이를 버리자니 그 마음이 오죽했으랴. 그 때 옆집에서
위로 차 찾아온 아지매한테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내 마음이 무척 에리었지(eliti).“라고.
군데군데 앞에서도 이미 설명한 적이 있지만 끝에 있는 s자는 그냥 의미 없이 달린 字가 아니다. ‘(그래)써’
또는 ‘(말해)써’라는 말이 축약되어 있는 상태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예방접종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 옛날에는 이런 슬프디 슬픈 사연도 있었다.
놀랍고도 신기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의 어떤 석학도 이런 polio에 얽힌 사연을 밝혀낸 적이 없다는 사실
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비정한 polio라는 말보다 요즘은 이쁘고 훨씬 인간적인 말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
다. infantile paralysis가 그것이다. infantile을 해독해 보면 “(우리 아이 무척) 이뻤지, (그)래”라는 뜻이나
이 말은 영국 사람들의 귀에 그렇게 들려서 잘못 표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위와 같이 말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은
없지만, 정상적이자면 “(그 분이,우리아이 무척) 이쁘지,(라고 그)래.”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어린 얘(小兒)치고
예쁘지 않은 아이는 없을 터이니까 이런 단어가 생겼을 것이다. 좌우간 infantile은 ‘얘기, 어린 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요즘 병원에 가보면 ‘소아과’라는 곳이 있는데 누가 이름을 이렇게 지어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팻말을 볼 때마다 민족의 얼이 완전히 죽고 사라진 시체를 보는 듯하였다. 여기에 부득이 쓰고 만 ‘민족’이라는
말 등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paralysis(마비)의 어원은 어떤 말일까?
이 말은 펴지지 않는 다리를 “바라리 시쓰” 즉 “바루리, 셨어.”라는 뜻이다. 이 단어에는 절에 가서 불공을 드
리든지, 백약을 써보든지 이 아이를 꼭 고치고 말겠다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묻어나서 좋다.
그렇다고 para의 뜻이 모두 우리말 ‘바라’와 같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해이다. 여기에서도 한글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para의 다른 예는 다음기회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