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문제를 칼로 무 자르듯이 단번에 해결하는 것을 흔히 쾌도난마라 한다.
쾌도난마란 문자 그대로 유쾌할 쾌, 칼 도, 어지러울 난, 삼 마로 된 사장성어다. 글자대로의 뜻은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는 뜻으로,복잡(複雜)하게 얽힌 사물(事物)이나 비꼬인 문제(問題)들을 솜씨 있고 바르게 처리(處理)함을 비유(比喩)해 이르는 말이다. 쾌도참난마라고도 하는 데 가운데 벨 참자(斬)가 들어간다.
이 고사는 중국 남북ㅈ조시대에 북제(北齊)를 세운 고양(高洋)의 고사(故事)에서 유래되었다.
동위(東魏)의 효정제(孝靜帝) 때 승상으로 있던 고환(高歡)에게는 여러 명의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고환은 아들들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하여 어지럽게 뒤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는 잘 추스려 보라고 하였다. 다른 형제들은 뒤엉킨 실을 풀어 내어 한 가닥으로 추리느라 분주하였다.
그러나 둘째 아들인 고양(高洋)만은 칼을 뽑아 단번에 실타래를 잘라 버리면서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려야 한다"라고 말하였다(帝獨抽刀斬之, 曰亂者須斬). 이를 보고 고환은 고양이 크게 될 인물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고사는 《북제서(北齊書)》의 〈문선제기(文宣帝紀)〉에 실려 있다.
고양은 나중에 효정제를 몰아내고 북제를 세워 즉위하니, 그가 문선제이다. 그런데 문선제는 즉위 초기에는 자못 국정을 잘 돌보았으나, 만년에는 백성들을 학살하는 등 비할 데 없는 폭정을 일삼았다. 이 때문에 쾌도참난마라는 성어는 처음에는 권력이나 통치의 힘으로 백성들을 억눌러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후세에 와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풀기 어려운 사안을 과단성을 가지고 명쾌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되게 되었다.
지금으로 보면 쿠테타로 왕을 몰아내고 스스로 왕위에 올라 나라 이름도 바꾼 인물이다. 쿠테타는 성공하면 영웅이 되고 실패하면 만고의 역적이 된다. 역적이 되면 3족을 멸하는 벌을 받게 되므로 세상에 낳다가 씨가 없어지는 꼴이다. 만물은 생존하려는 본능이 있는 데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국가전복을 꾀하려 하는 것은 그만큼 권력의 맛이 강하게 유혹하기 때문이다. 고양도 처음에는 나라를 잘 다스렸으나 나중에는 권력의 본성을 발휘하여 폭정을 일삼다가 일생을 마쳤다.
촛불혁명으로 무혈쿠테타에 성공한 문정부에서 제일 먼저 기치로 내세운 것은 적폐청산이다. 문자 대로라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깨끗하게 씻어 버리는 것을 말한다. 과연 그럴까? 말은 적폐청산이란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을 했지만 실상은 전정권에서 한자리씩 꿰찼던 사람들 중에서 손 볼 사람들을 골라내어 분풀이를 하는 식이었다. '문도낙마(紊刀落馬)'란 어지럽게 휘둘던 칼도 다 때가 되면 낙마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메뚜기도 한때'란 말과 일맥 상통한다. 좀 더 유식한 말로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