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학생, 소송 결과 반영 대입 결과 재산정해야”
동아일보 2023-05-11 05:38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학교폭력(학폭) 조치에 불복해 소송 중인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입학 이후라도 소송 결과를 반영해 대입 결과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에 따라 입학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해 법적 쟁송 제도를 이용한 ‘학폭 시간 끌기 작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분리조치 집행 지연의 쟁점과 과제’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학폭 가·피해학생은 교육지원청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서 특정 조치를 받은 경우 행정심판·행정소송·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폭 가해학생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2020년 480건에서 2022년 889건으로, 행정심판 집행정지 신청 건수는 같은 기간 273건에서 504건으로 늘었다. 2년 만에 각각 1.9배, 1.8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행정소송 청구 건수는 2020년 111건에서 2022년 265건으로, 행정소송 집행정지 건수는 73건에서 145건으로 증가했다. 각각 2.4배, 2.0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불복 조치 건수는 매년 늘어나는 데 비해 가해학생의 행정심판·소송 인용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가해학생 행정심판 인용률은 2020년 17.7%에서 2022년 11.7%로 줄었다. 행정소송 인용률 역시 11.7%에서 4.9%로 낮아졌다.
피·가해학생의 권리 보장을 위한 최종 수단으로 마련된 절차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대입 불이익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복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2021년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에서 학폭 행정소송 조치이행이 12개월 이상 소요된 사건 8건 중 초·중학교는 각각 1건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입법조사처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에서 학폭 가해학생이 조치 불복소송을 최대한 오랜 기간 끌고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대입 반영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대입·고입 과정에서 학폭 관련 법정 쟁송 중인 지원자는 사전에 대학·고교에 서약서를 제출하고, 쟁송 진행 사항을 스스로 기재하도록 하는 식이다. 또 입학 이후라도 대학·고교가 소송 종결 결과를 반영해 입시 결과를 재산정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가해학생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으나 피해학생의 피해는 대입은 물론 삶 전체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입·고입 시점에 따라 불이익 여부가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학생 불복 쟁송 기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와 관련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해학생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1심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90일 이내, 2·3심은 전심 선고일부터 각각 60일 이내에 하도록 하는’ 학교폭력예방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교육부·시도교육감 차원에는 행정심판 신속 진행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법원에는 조직·인력·예산을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일례로 서울행정법원은 학폭 사건의 신속한 심리를 위해 전담 재판부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가해학생이 불복 소송을 제기한 경우 교육지원청·학교·법원 등이 피해학생에게 그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입법조사처는 △학생부 기재 기간 확대(4년) △학생부 가해조치 기록 삭제 시 피해학생 동의 의무화 △학교장 긴급조치에 학급교체(7호) 포함 △피해학생 분리요청권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당 내용은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학폭 근절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