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서울 가면서 바라본 덕유산의 그림엽서에나 나올듯한 환상적인 설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꺼번에 두가지 일을 다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마라톤 때문에 서울에도 가야하고, 자연설에 꿈같은 3월 스키를 즐기고 싶기도 하고...
쓰린 가슴을 억지로 누르고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일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억지로 밥을 먹고
채비를 마치고 7시에 숙소를 나섰다. 지하철로 한구간.
지하절 역구내에는 온통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고, 준비운동을 하며 죽치고 있다.
추워서 나가기가 싫은가 보다.
7시 30분 넘어 대회장으로 나가는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진수형님!" 전에 동아대회 나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스키동아리 멤버인
황대리를 여기서 25000명 인파 중에 이렇게 우연히 만날 줄이야.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헤어졌다.
따로 올라오신 김종철 선생님도 만났으면 좋겠지만 도저히 만날 방법이 없다.
속으로 잘 뛰시고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시라고 빌어본다.
생각보다는 그렇게 춥지 않은 것 같다. 반바지, 긴팔, 비옷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인파가 엄청나다. 짐을 맡기고 몸을 풀다가...드디어 출발.
찬새미와는 곧 헤어졌다.
무리하지 말고 완주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추위에 유달리 약해서 제대로 완주할지 걱정이다.
뒤에 혼자만 남겨두고 달려나가는 마음이 쓰리다.
인파를 헤치며 혹은 같이 휩쓸리며 달린다. 그야말로 사람에 치인다.
남대문, 종각, 동대문...등등 10키로 까지는 몸푸는 감으로 달리면서 콘디션을 체크했다.
키로 당 5분이 덜 걸린다. 그런대로 콘디션이 좋다.
그대로만 계속 달리면 3시간 30분대는 나올 것 같다.
사실 겨우내 연습량이 택도 없이 부족하여 4시간 내 완주, 잘하면 3시간 40분대에라도 들어오면
다행이다 싶은데, 컨디션이 좋으니까 오버페이스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지만 그대로 가기로 했다.
하프기록이 1시간 41 분경 1주전 사천-창선 연륙교 하프대회와 비슷하게 기록이 나온다.
이대로 계속 가야한단 말이지...왔던 만큼.
맞바람, 응달은 제법 한기가 느껴지지만 걱정했던 만큼은 춥지않다.
오히려 햇살이 비치는 데서는 소매를 올리고 뛰었다.
30키로를 넘어서면서 슬슬 힘들다고 느껴지지만 아직은 문제없다.
35키로 지점 정도에서 맞바람, 오르막으로 고생했다.
나는 35키로를 넘어서면 힘들어지고 정신력으로 달린다.
처음에는 장난같이 슥슥 지나가던 1키로 1키로 표지판이 이제는 죽을 힘을 다해야 겨우 지나간다.
그래도 끝이 얼마남지 않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30분만 참자, 20분만 참자라며, 죽을 힘을 다해 달린다.
힘들다. 정말 힘들다.
40키로에 접어들자 연도에 응원객들이 많아진다.
정말 다왔다. 시계를 보니 조금만 용을 쓰면 3시간 30분 이내에 들어 갈 것도 같다.
초반 달리는 중에 소변을 누지 말 건데 그러면 적어도 30초에서 1분은 벌어 놓은건데..후회를 한다.
드디어 올리픽 스타디움에 들어선다. 이미 30분은 넘었지만 마지막 스파트. 그리고 골인.
3시간 31분 15초!
1분 15초만 빨리 들어왔으면 싶지만 연습량에 불어나 체중에 비하면 이 기록도 오감하고 감지덕지이다.
나는 더운 기후 보다는 좀 추운 기후가 좋은 것 같다.
지마음대로 요동치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 슬슬 걷거나 뛰었다.
한참을 지나서야 심장이 안정을 찾았는데 그 동안에는 사실 겁이 났다.
심박수를 간단히 세어보니 150 이상. 이 정도로 죽지는 않겠다 싶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마누라 들어올 동안 피니쉬에서 기다릴려고 했지만 갑지가 한기가 밀려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덜덜 떨면서 메달을 받고, 칲을 반납하고 옷보따리를 받아 염치불구하고 강북철인클럽 천막에 들어갔는데,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오뎅국물, 찌짐, 막걸리는 주시는데, 건더기는 목을 넘길 수가 없어
국물만 마시고, 옷을 있는대로 껴입고나니 이제야 살만하다.
마누라 옷을 찾아서 마중을 나갔다. 수많은 인파 중에 어떻게 찾나 걱정을 하는데,
저멀리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빨리 가서 옷을 걸쳐주는데, 콧물, 눈물 범벅이다.
너무 힘든 일을 시켜서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달려오면서 춥고 힘들어서 원망도 많이하고 울면서, 다시는 뛰지 않을 거라면서 왔다고 한다.
기록을 물어보니 4시간 7분 연습을 하지않은 것 치고는 좋은 기록이다.
수고했다고 다독거려 주면서 천막에 데려가서 먹이고 옷을 걸쳐 입혔다.
2005년 첫 풀코스, 그것도 메이저 대회인 동아 국제마라톤대회가 이렇게 끝났다.
그 이후는 2004 대회 뒤와 동일-같은 음식점, 아! 사우나는 좀 더 좋은데.
카페 게시글
진주철인의 자유게시판
2005 동아마라톤 잘다녀왔습니다.
싸나이
추천 0
조회 73
05.03.14 12:10
댓글 4
다음검색
첫댓글 나날이 좋아지는 기록,,,축하드립니다...찬새미형수도 메이져대회 답게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셨네요 온제 풀코스 함 뛰보나 난?
전 아직 셜 거리를 달려보지 못했는데.....추운날 고생 많았습니다.....언니 그래도 계속 달음박질 하실거죠...?
싸나이님과 찬새미의 사랑...나도 내사랑과 같이 뛸수있는 그날을 그리며..님의 완주를 추카드립니다...
연쉽도 몬하고 기록을 땡긴다니....... 쎄빠지게 해도 단축이 안되는데 그 비법좀 갈카 주이소. 완주를 축하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