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카톡으로 좋은 글이나 사진 혹은 동영상을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
어디서 구했는지 괜찮은 내용들이 많다.
오늘 아침에는 감동실화라고 하면서 축의금에 대해 적은 글이다.
내용을 보니 두 사람은 절친인데 자기가 먼저 결혼하였고 오늘 친구가 결혼하는 데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어 대신 아기를 없은 마누라를 대신 민원짜리 한 장을 넣은 봉투와 편지 한 장을 넣어 보냈다.
예식장 로비에서 친구 대신 참석한 친구 부인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건네주는 편지를 읽어보니
친구는 형편이 어려워 지방에서 리어카에다 사과를 얹어 놓고 길가에서 파는 데,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판 돈이 만원이었다고 한다. 친구 결혼식에 꼭 참석해서 축하를 해 주어야 하는 데 하루라도 장사를 하지 않으면 아기에게 먹일 분유를 사지 못해
굶겨야 할 형편이라서 대신 마누라를 보낸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인물 좋은 놈만 골라서 사과 한 봉지를 보내니 신혼여행가서 먹어라고 돼 있었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신랑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두뺨 위로 주루룩 흘러 내렸다. 애기를 등에 업은
친구 부인의 행색을 살펴보니 다 떨어진 신발에다 살기가 어려운 모습이 역력했다. 이빨을 깨물고 억지로 참으려 했지만 이윽고 그는 흐느낌을 참을 수 없어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도 많이 줄었고 설사 결혼식을 한다해도 참석이 불가하므로 축의금만 보내고 만다.
요새는 청첩장이 오면 세금 고지서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볋로 친하지도 않는데도 보내는 경우도 있고 전혀 보지도 않은 사람으로부터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서울 어떤 구청 공무원이 자기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서 관내 자기 업무와 관련되는 사람들에게 부고장을 문자로 돌린 친구가 있는 걸 보면 작금의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축의금은 문자 그대로 축하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내는 돈이나 물건이고, 부의금은 상가에 부조로 내는 돈이나 물품을 말한다. 둘 다 부조금이라고도 하는 데 집안에 큰 일이 났을 때 동네 사람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일종의 품앗이라고 할 수 있다.
동료직원들이 많은 직장에서는 가을이 시작되는 때부터 봄까지는 하루에도 몇장씩 청첩장이 날아온다. 예전에는 철학관이나 사주 보는 사람을 찾아가서 돈주고 택일을 했지만 최근에는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로 정해져 있어 모처럼 마지하는 휴일을 망쳐버리고 일쑤다. 또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집안 행사에는 봉투를 들고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 줄을 서야만 한다.
축의금 말이 나왔으니 내가 실수한 경우가 생각난다. 좀 오래된 이야긴데 학교에 있을 때 친구 아들 결혼식과 동료교수 장인의 초상이 겹쳤다. 낮에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오후 늦게 장례식장으로 찾아가기로 하고 봉투에다 돈을 몇푼식 넣고 봉투 겉봉에다 한자로 축의 와 부의를 적고 소속 성명을 밝힌 후 양복 우측 안주머니에 함께 넣었다. 결혼식장에는 축하 손님들이 많아 줄을 길게 서 있었다. 혼주와 악수를 하고 인사를 겨우 건네고는 호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주고는 얼른 식장을 빠져 나왔다. 예식장은 시내였고 다음에 찾아갈 장례식장은 남산동에 있는 침례병원 장례식장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 혼주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웬일인가?싶어 전화를 받았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야 친구야! 나 아직 죽을 때 멀었다!" 하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머리를 퍼뜩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봉투와 결혼식장으로 가는 봉투가 서로 순서가 바뀐 것이다. 식장에서 너무 바빠 봉투에 적힌 글자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내 버린 것이었다. 그나마 친구가 전화를 해 주어 장례식에 갈 봉투를 바꿀 수 있었다. 만약에 장례식장에 갈 봉투에 '축의'라고 적혀 있었다면 그런 실례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