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작전’의 재구성 <③·끝> 무사귀환 및 작전
입력 2023. 05. 03 17:33
업데이트 2023. 05. 04 14:49
다시 찾은 함박웃음 드디어 고국땅이다!
상황발생 즉각 반응…임무 완벽 수행
수단 교민들 안전하고 신속하게 환국
오랜 비행 대비 어린이·노약자 집중케어
“어떤 상황에서도 자국민 보호 최선”
교민들이 서울공항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귀국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혈 분쟁이 발생한 수단에 고립된 교민들을 최단 시간 내 안전하게 한국으로 철수시킨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육·해·공군 합동전력을 동원해 구출작전을 전개했다. 항공기·병력 투입 지시에 육·공군 특수임무 요원을 태운 C-130J 수송기가 즉시 현지로 날아갔고, 청해부대는 임무를 전환해 인근 해역으로 전속 기동했다. 이어 현지의 긴박하고 불리한 상황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며 교민들을 수단에서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 대기 중인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에 옮겨 탄 교민들과 우리 군 요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글=서현우/사진=한재호 기자
사우디 도착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저녁 수단 북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에서 교민 28명을 태우고 이륙한 공군 C-130J 수송기가 바다 건너 사우디 제다 공항에 안착했다. 수단과 사우디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공항에는 먼저 와 대기하고 있던 KC-330 임무 요원들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박준용 주사우디 대사와 한병진 제다 총영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사우디 군 관계자들은 수송기에서 내리는 교민들에게 장미꽃을 건네며 환영했다.
KC-330은 앞선 23일 김해기지를 이륙했다. 교민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귀국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노약자가 다수 포함된 교민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다면 C-130J 수송기로 이송은 무리였다. 민항기를 이용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여의치 않았다. KC-330 투입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확실한 선택이었다.
KC-330은 300여 명의 인원과 37톤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연료 탑재량이 24만5000파운드로 한국에서 출발하면 미국·유럽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장거리 비행능력에 장점이 있다.
KC-330은 ‘출발 명령이 하달되면 즉각 투입 가능토록 하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 이후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이어 명령이 내려지자 불과 4시간 만에 이륙 준비를 마쳤다.
작전 투입 임무를 부여받은 조주영(중령)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은 교민들의 건강 상태가 가장 걱정됐다. 생사(生死)의 위기를 넘나들며 극도의 긴장과 수면 부족을 겪고 있을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방부도 철수 교민의 심신 피로와 안정대책을 특별히 주문한 터였다.
무수한 땀방울
“작전 명령을 받고서 완벽한 협조·협업으로 반드시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임무 요원 모두 교민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고국 땅을 밟을 수 있게 해드리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교민 중에는 5살 어린이와 60대 전후 장년층도 다수 포함됐다. 조 중령 등 요원들은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 또 고민했다.
사우디에서 한국까지 13시간을 비행해야 했기에 편안한 이동을 위한 물품도 마련했다. 장시간 위급함 속에서 탈출한 뒤 긴장이 풀어진 교민들의 속이 불편하지 않도록 죽 종류의 부드러운 식사도 준비했다. 지난 2021년 미라클 작전을 포함해 여러 차례 해외 임무 경험이 있는 조 중령과 요원들의 섬세한 배려였다.
사우디 제다로 향하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10여 개국을 거쳐야 했을 뿐 아니라 긴급하게 출동하면서 일부 국가의 영공통과 승인을 받지 못했다. 승인 후 출발하면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기지를 이륙한 KC-330은 사우디로 향했고, 그사이 국방부·합참 통합 태스크포스(TF) 상황실은 각국 현지 국방무관 등을 총동원해 가까스로 승인을 받아냈다.
“그 정도로 급박했습니다. 지체할 새 없이 이륙한 것이었습니다. 영공통과 국가마다 시차가 있어 일부는 새벽, 휴일이었기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전에 참여한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십분 발휘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정상적인 절차로는 열흘 이상 소요된다는 영공통과 승인을 단 몇 시간 만에 해결한 놀라운 결과였다. 그 이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들의 무수한 땀방울이 있었다.
귀국 환영식
지난달 24일 오전 5시, 교민들보다 먼저 제다에 도착한 KC-330은 16시간을 대기하며 즉각 이륙할 수 있도록 점검·정비를 계속했다. 조 중령을 포함한 조종사 6명과 정비사·지상조업사·공보담당 등 20여 명의 KC-330 임무 요원들이 마음을 졸이는 시간도 시작됐다.
“본국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민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지속 확인했습니다. 수도 하르툼을 빠져나와 포트수단까지 무사히 이동해야 했고, 다시 C-130J를 타고 제다까지 와야 했습니다. 교민들을 태운 수송기가 착륙했을 때 전 대원이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교민들은 KC-330에 옮겨 타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조 중령은 기내 브리핑으로 위로를 전하며 교민들의 마음을 녹였다. 노약자는 조금 더 편한 자리로, 다른 교민들에게는 좌석 간격을 넓혀 편히 쉴 수 있도록 조치했다. 식사와 간식도 제공했다. 교민들은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25일 오후 3시57분 교민들을 태운 KC-330이 서울공항 활주로에 내렸다. 항공기 출입문이 열리고 교민들은 고국 땅을 밟았다. 사우디를 출발한 지 13시간, 수단을 탈출한 지 약 18시간 만이었다. 이 장관,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등 군 주요 직위자와 정부 인사들이 이들을 맞았다. 환영 플래카드에는 ‘수단 교민들의 안전 귀국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교민들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지만 조 중령과 요원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다시 김해기지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비행 후 점검과 사후조치를 수행했다. 언제든 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C-130J 수송기도 사흘 뒤인 28일 오후 6시 김해기지에 내렸다. 프라미스작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인터뷰] 국방부 국제정책차장 우경석 육군준장(진)
“각 군 환상의 팀워크로 위기에 빠진 국민 구해”
“육·해·공군 합동전력이 총출동해 위기에 빠진 우리 국민을 구했다는 데 프라미스작전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군의 우수한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국방부·합참 통합 TF를 이끌며 프라미스작전 실무를 총괄한 우경석(육군준장·진)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은 작전 내내 교민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국내 이송만 생각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그렸고, 그보다 더욱 방대한 방안을 만들어냈다. 작전에는 플랜 A·B·C가 마련됐다.
“수단 내 사태가 계속 변했고 우발상황과 돌발 변수가 이어졌기 때문에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완벽한 대비가 필요했습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임무단과 공군 공정통제사(CCT) 장병들을 태운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가 출격하고, 오만 살랄라항 인근에 있던 청해부대가 군수 보급 후 급파된 이유는 여러 상황에 대응해 수단 교민들을 구출하려는 조치였다.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이륙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보자산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했고, 우리 군의 역량과 충분히 훈련된 장병들의 헌신도 빛났습니다. 특수임무단 장병들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작전임을 알면서도 앞다퉈 자원했습니다.”
지부티 및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협조장교와 주변국 국방무관들 역시 정보를 획득하고,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움직였다. 정상적인 절차로는 약 2주가 소요되는 영공통과 승인을 하루 안에 마친 것은 그 같은 노력의 결과였다. 우 차장을 비롯한 통합 TF 역할도 막중했다. TF는 현장에서 원활한 작전을 위한 여건 조성에 많은 힘을 쏟았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명확한 경로를 만들어야 했다. 뿌연 안개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24시간 상황을 주시하면서 현장을 확인하고, 대응 검토를 계속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방안을 실시간 제시했고, 그 가능성을 살피며 준비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작전은 ‘퍼펙트’로 끝났다. 국민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은 완벽히 지켜졌다. 수단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킨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매우 빠르고 안전하게 구출한 엄청난 성과였다. 우 차장은 무사귀환한 교민과 장병들에겐 고마움을, 그리고 군인으로서 다짐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작전에 심혈을 기울인 장병들과 건강하게 귀국한 국민들에게 감사합니다. 우리 군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어떠한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고 해도 군은 언제, 어디서든 단 한 명의 국민도 안전하게 지켜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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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메인 | 국방일보 (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