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 중국 여행을 몇번 다녀왔다.
중국공항에서 내리자 조선족 가이드가 나와 여행사에서 준비한 전세버스로 안내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가이드는 자기 소개와 함께 2박3일 동안 운명을 같이 할 버스기사를 소개했다.
그리고는 간단한 중국말 한 두마디씩 가르쳐 주곤했다. "이따거 스발로마!"라고 하는 데 내 귀에는 마치 '이닦아 시발놈아'라고
들렸다. '따거'라는 말은 '大哥' 즉 큰 형님이란 뜻이란다. '이따거'는 성이 이씨이고 형님이라 부르는 존칭이라고 했다.
가족 관계에서 큰 형은 세상에 먼저 나온 사람이 되지만 사회에서의 큰 형은 먼저 나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먹이나 힘이 센 넘이 차지한다. 나이가 어려도 힘이 세면 오야붕이 되는 것이다. 깡패세계나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열이 있고 의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규율을 어길 때는 그에 따른 벌을 달게 받아야 된다. 사지도 힘이 세고 싸움을 제일 잘하는 놈이 무리를 거느린다. 왕노릇을 하다가 늙어서 힘이 딸리게 되면 왕위를 빼앗기게 된다. 스스로 사냥도 못하게 되면 나중에는 왕따 당해 굶어죽게 된다.
깡패세계에서도 큰 형 지위를 유지하려면 힘이 있든지 아니면 돈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칠성파나 양은이파니 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세력다툼을 하는 것이다. 내가 마산 살 때 이웃에 한 때 깡패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사람이 살았다. 덩치도 크고 항상 양복과 색안경을 끼고 다녔는데 나이가 들어서 현장에서는 밀려난 것 같았다. 새벽마다 혼자서 선창으로 한 바퀴 돌면서 생선을 얻어왔다. 얼굴을 아는 상인들이 인사 치레로 생선 한 두마리씩 주는 모양이었다. 나이들어 조직부하들에게 돈이라도 한다발식 푹푹 집어 줄 수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구차하게 된다.
'샤오거(小哥)'라는 말은 작은 형이라는 말이다. 코로나가 우한에서 발생하여 전세계로 퍼져 벌써 수백만명이 죽었지만 중국은 일찍 대문 단속을 하여 큰 피해를 모면했다. 그런 덕분으로 작년 4분기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성장이 +2.3%로 나왔고 금년부터는 V자 회복기미를 보인다고 한다. 매경 기사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주역들은 샤오거(작은형)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주역들은 '샤오거(小哥·작은형)'였다. 흔히 택배 운송자, 음식 배달원, 차량 공유 운전자 등 소위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등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 아래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친숙하게 부르는 말이다. 디지털과 자동화 기술은 직업을 대체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낸다. 이들로 인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가속화됐다. 중국 사례가 주는 세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기술 플랫폼은 고용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급성장한 디지털 경제로 인해 선두 기업들은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고용을 늘렸다. 중국에서 이커머스, 모빌리티, 음식 배달, 물류 등 각 분야에서 선두 기업이 신규 고용한 근로자는 2020년 상반기에만 500만명이 넘었다. 중국 정부는 매년 도시에서 1000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세운다. 자체 발표 수치로만 보면 이들 플랫폼이 목표 달성에 상당히 기여한 셈이다.
둘째, 기술 기업이 '교육 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이 지난해 상반기에 신규 채용한 배달인력의 경력을 살펴 보면 공장제조업(35%), 자영업(31%), 사무직(18%), 건설업(15%) 출신 순이었다. 향후 이 같은 산업 간 이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직무 교육에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선두 기술 기업들은 사내 대학을 강화하거나 외부 파트너와 함께 특정 전공에 초점을 맞춘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등 활발히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셋째,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제도의 중요성이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996(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 더 나아가 '007(매일 자정까지 주 7일 근무)'이 업계 표준이라는 속설이 있다. 배달 노동자의 과로로 인한 사고 소식도 들린다. 이에 관한 관리·감독 제도의 사회적 합의는 디지털 경제 발전에 중요한 요소다.
고용 시장의 전환을 맞고 있는 한국 역시 기술 기업의 역할과 제도 측면에서 중국의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