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일(사진) 농협 강남PB센터 부센터장은 "향후 출구전략 시행 등으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큰 만큼, 자산가들이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려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 부센터장은 7년째 강남권에서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해 주고 있다.
정 부센터장은 "수년 전 펀드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은 자산가일수록 정기예금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동안 머니마켓펀드(MMF)나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단기자금을 운용해온 고객들이 최근엔 중도해지해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회전식 예금'으로 짧게 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증시가 방향성을 잃고 박스권에 갇힌 지루한 흐름을 보이자, 단타매매에 치중하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해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자산가도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강남 부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사모투자펀드(PEF)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게 정 부센터장의 얘기다.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30억~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뒤 특정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맡기는 투자 방식이다.
이때 주식·기업어음(CP)·회사채 등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상품을 설계할 수 있고 증시 상황을 봐 가면서 투자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원자재 펀드에 가입하거나 설탕, 금, 원유 등 상품(commodity)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 부센터장은 "금 가격이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분석도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금 같은 안전자산 투자를 늘리겠다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금지금(金地金·순도 99.5% 이상 금괴와 골드바)을 직접 구매하기보단 금 관련 펀드나 파생결합증권에 투자자산의 10% 정도를 분산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동산에 대한 강남 부자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부자는 다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이 워낙 위축돼 있다 보니 대부분의 자산가가 경기 회복에 따른 구매력 상승, 토지보상금의 시장 유입 등을 봐 가며 투자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3/12일자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