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올레 전체 코스를 완주하리라는 다부진 결의를 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코로나19의 기세가 등등하여 실행에 옮기기가 망설여졌다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한글날 연휴를 기회로 하여 과감히 길을 나섰다.
전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목포에서 북어해장국을 먹고 9시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는 물론 태풍까지도 우리를 비껴갔고, 제주의 자연과 역사, 신화와 풍광 속으로 빠져들었다
올레 1코스는 제주의 오름, 포구, 해안절벽 등 아름다운 경치와 슬픈 역사가 공존하는 길이다
전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목포에서 간단한 아침심사를 하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9시에 출항하는 씨월드고속훼리가 운영하는 퀸메리호에 승선하였다
여객선은 텅텅 비어있었고, 30명 이상의 단체관광객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바다는 파도가 높아서 멀미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약 4시간 반의 힘든 항해 끝에 제주항에 내리니 거센 바람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돌하르방이 코로나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었다
올레길이 처음 시작되는 시흥초등학교에서 깃발을 펼쳐들었다
올레길을 처음 만들 때 시흥리를 시작점으로 한 이유가 궁금하였다
100여년 전, 정의군의 채수광 군수가 ‘맨 처음 마을’이란 의미로 ‘시흥리’로 명명했단다.
부임하는 제주 목사가 맨 처음 제주를 둘러볼 때는 시흥리에서 시작해 인근 종달리에서 마쳤다고 한다.
말미오름(두산봉) 145.9m
밭담으로 둘러싸인 당근밭과 무우밭을 지나 말미오름에 올라섰다
말미오름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남쪽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북쪽에 걸쳐 있는 기생화산이다
오름의 명칭은 땅 끝에 위치하고 있다하여 말 미(尾)라는 이름을 붙여 말미오름이라 불리게 되었다
말의 머리처럼 생긴 이 오름의 다른 이름은 두산봉(斗山峰)이다
아래로는 성산포의 들판이 펼쳐져 있으며 정면에 성산 일출봉이 보이고 그 왼쪽에 우도가 한눈에 보인다
오름의 북쪽과 동쪽, 남쪽 사면은 가파른 낭떨어지가 형성되어 있고, 반대쪽은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다
말미오름을 내려오면 길은 곧바로 알오름으로 이어진다
알오름 오르는 길의 양쪽에 있는 키가 큰 풀이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푸른 물결 같았다
싱그러운 초원과 푸른 가을 하늘의 조화가 빚어내는 황홀한 풍경에 서서히 물들어갔다
알오름(962m)
생김새가 새알을 닮았다 하여 알오름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말산메라고도 부른다
성산포 들판과 성산일출봉, 우도는 물론이고 한라산과 다랑쉬오름등 제주동부의 오름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마르도니오 부부는 숲속에서 뛰어다니고 뒹굴기도 하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전문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거쳐 내려오니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묘를 보호하는 산담과 밭을 둘러싼 밭담 드리고 녹색의 작물들이 싱그러웠다
제주 올레길에서 제일 자주 만나고 가장 아름다우며 최고로 정다운 건 까만 돌담이다
투박한 제주 돌담은 친근하면서도 신기한 존재다
얼기설기 허술하게 쌓아올린 돌담이 어떻게 제주의 거센 바람을 버텨내는건지...?
비결은 바로 허술하게 쌓은 돌과 돌 사이의 빈 공간으로 바람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늦게 시작한 까닭에 종달리마을에서 1코스를 중단하였다
제주시로 돌아와 청해식당에서 회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선데다가 시장하기도 해서 소주와 맥주가 술술 들어갔다
금호훼미리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널찍하고 쾌적한 객실에서 기분좋게 쉬었다
어제 걷기를 중단한 종달리마을에서 올레 1코스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종달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마을이다.
완만한 구릉 지형에서 농사도 짓고 어업도 함께하는 전형적인 반농반어촌이다.
‘종달(終達)’은 맨 끝에 있는 땅 혹은 제주목의 동쪽 끝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종달초등학교가 아늑하고 평화스럽다
마을 규모도 아기자기한 종달리가 요즘 뜨겁다.
걷기여행객이나 젊은 여행객에게 숨은 명소로 알려지면서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동네지만 종달리의 매력에 빠져든 여행자라면 이곳을 무척이나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종달리는 제주의 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매력적인 마을이다
동네 사이를 걷다 보면 무심한 듯 꾸며진 밥집과 카페들, 소소한 재미가 있는 소품샵과 책방들을 만날 수 있다.
동네 앞에는 넓은 모래 해안이 펼쳐져 있고, 크고 작은 5개의 오름을 품고 있다
'폭낭'은 팽나무를 이르는 제주 말인데 제주에서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폭낭은 강인한 제주정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추위와 염분에 강하고 무엇보다 바람에 강하다.
바람에 나무가 꺾이면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움이 트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종달리 옛 소금밭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는 소금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마을이었다.
종달리 사람들을 일러 흔히 '소금바치'라 불렀다고 한다.
종달리에서 난 소금은 유난히 질이 좋아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였다.
지금은 그 염전들이 논으로 개간되어 옛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소금밭 전시관이 있어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꿈의 벼랑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혼자 마시는 술은
어쩌면 불이다.
누군가의 눈빛 속으로
꺼져가는 바다.
파도로 울먹이던 그들은 가고
그냥 바라보는 꿈이다................................................서정윤 <바다에서> 부분
이제는 바닷가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간다
짭쪼롬한 해풍을 맞으며 말라가고 있는 오징어가 구미를 당겼다
이 오징어는 근처에 있는 오징어 판매점이 홍보 차원에서 내다놓은 홍보물이다 ㅎㅎ
오소포연대 吾召浦煙臺
연대(煙臺)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정치·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을 말한다.
봉수대와는 기능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연대는 주로 구릉이나 해변지역에 설치되었고 봉수대는 산 정상에 설치하였다
많이 훼손되어 원형을 잃은 상태였지만 2002년말 현재의 위치에 복원하였다
오조리(吾照里)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는제주도 동쪽 끝 성산과 마주해 있는 바닷가 마을이다
성산 앞바다 일출봉 너머로 해가 떠오르면 가장 먼저 햇살이 닿는 마을이다.
마을 이름 '오조(吾照)가 '나를 비춘다' 는 의미이니 꼭 아침 햇살을 한번 맞이해볼 일이다
눈앞에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이곳은 평화롭고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땅값 비씬 곳은 오조리다.
마을 이름을 가지고 5조원을 이야기 하면서 웃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마을이다
올레는 제주어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
또한 '제주 올레'는 발음상 '제주에 올레?''제주에 오겠니?'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성산일출봉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바쁘지만 여유와 행복이 느껴진다
성산갑문
건설교통부는 1994년 뱃놀이 등을 즐길 수 있게 하려고 성산리-오조리 구간 공유수면에 갑문시설을 했다.
그러나 이곳의 해양 레크리에이션장 조성계획이 백지화된데다 준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 난 채 방치되었다
이로 인해 육지에 접한 공유수면의 바닷물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생태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어 갔다
관에서 하는 일이란 이렇듯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어 욕을 먹기 일쑤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말만 하고
바다는 제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이생진 <술에 취한 바다>
성산일출봉 城山日出峰
10만년 전 수중폭발로 생긴 화산섬으로 모래와 자갈이 쌓여 본섬인 제주도와 연결되었다.
삼 면이 깍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이고 정상의 거대한 분화구 위에 99개의 바위 봉우리가 빙 둘러서있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다고 해서 성산, 일출을 볼 수 있어 일출봉이라 부른다
빼어난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7월 2일 UNESCO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성산리 마을길을 걷다보면 이렇듯이 예쁜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화단에 심어진 동백나무는 아직 어리지만 크고 강렬한 꽃이 피어 있다
동백은 4.3사태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 터진목유적지와 연관이 있는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용순이네> 막걸리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안주는 비록 묵은김치뿐이었지만 나머지는 우리들의 사랑과 우정으로 채웠다
막걸리 1병에 5천원이나 받았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 가격이 포함된거라 생각하였다
터진목4.3유적지
제주 4·3 사건은 제주도 전역에 영향을 미치며 많은 인명희생을 몰고 왔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속칭 ‘터진목’도 성산읍 관내 주민들이 많이 희생당한 희생터이다
군인들은 끌려온 주민들에게 온갖 폭행과 고문을 가했고, 이들 대부분은 터진목에서 총살됐던 것이다.
우리 현대사의 슬픔을 품고있는 바다는 말이 없었고, 벽에 새겨진 붉은 동백꽃은 민초들의 눈물처럼 서러웠다
광치기해변
썰물 때면 드넓은 평양와 같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
그 모습이 광야 같다고 하여 광치기 하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광치기는 제주어로 빌레(너럭바위)가 넓다는 뜻... 이곳에서 올레 1코스가 끝이 난다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말 한 마리가 단조로운 해안 풍경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채호기 <바다2>
올레 1코스 트레킹을 마치고 성산일출봉 주차장에서 유승현 마리오 신부님과 해후하였다
혼자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날아온 열정과 사랑이 아름다웠다
<성산바다>에서 해물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2코스 트레킹 준비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