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 번상촌장란(贈 樊上村庄蘭)
난엽, 난화 모두 秋史 난초를 모방한 작품이다. 구도가 추사와 다르다. 더욱 추사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되어지는 이유는 매우 고졸(古拙)한 필치로 畵題한 점이다. 무신년(戊申年, 1848년)이면 秋史 63세, 이재(彛齋) 66세 때인데, ‘樊上題’라 뚜렷하게 관서(款書)한 彛齋 權敦仁 作品을
어느 누군가가 한쪽 귀퉁이에 추사답지 않은 서체로 ‘樊上邨庄 勻共'(번상촌장 균공. 번상촌장의 주인 권돈인에게 공손하게 바침)이라 쓰고 ‘正喜’라고 도인(圖印)까지 찍어 秋史作으로 둔갑시켰다.
다엽다화(多葉多花, 잎과 꽃이 많음)한 구도로 보아도 추사가 아니다. 추사가 진정 이재에게 작품하여 주었다면 그 잘 쓰는 글씨와 시로써 당당하게 작품하여 주었지 한 구석에, 그것도 끝 변의 난화 획 위에 ‘樊上邨庄 勻共’이라 쓰고, ‘正喜’라 도인해 주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영재․이용수, <秋史眞墨>, 두리미디어, 2005, p.290)

墨蘭圖의 ‘正喜’인이 <阮堂印譜>에 수록된 ‘正喜’인과 다르다. 정교하게 모각(模刻)을 했으나 중간 아래의 가로획이 좌우 테두리의 선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 차이를 나타낸다. 가짜인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畵題詩
蘭花蘭葉在山房(난화난엽재산방) 난초 꽃과 난초 잎이 산중 서재에 있는데
何處秋風人斷腹(하처추풍인단복) 어디에서 부는 가을바람이 사람의 애를 태우네
若道風霜易摧折(약도풍상역최절) 바람과 서리에 쉽사리 꺾인다면
山房那得長留香(산방나득장유향) 어찌 오래도록 산중 서재에 향기를 남기겠는가!
'무신 중추 번상제'라 款書(관서)하고 '彛谿(이계)'라는 주문방형(朱文方形)의 두인(頭印)과 성명인(姓名印) '權敦仁印(권돈인)'을 찍었다.
(2018. 0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