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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9회 ::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방송일: 2005.01.18
극본 최 수 영, 박 해 영
씬1/ 마당 + 대문 앞 (D)
영옥, 짐보따리 들고 나갈 채비하는데,
우현, 계단에 쪼그려 앉아 흐응... 앓는 소리내고 있다.
영숙과 혜옥, 시래기 묶는 작업하다가
영숙 거 데리고 좀 가요.
영옥 됐어. 가서 뭔 일을 한다고.
혜옥 허구헌날 집에만 있는 사람, 콧바람 좀 쐬게 데꾸 나가줘요.
영옥 너랑 똑같아서 그래.. 이년아! 너처럼 정신 헤까닥 놓구 다녀서 그런다고... 아주 밖에만 데리고 나가면
불안해서 일을 못해 일을..저번에도 거든다고 따라 나서더니, 하루 왼종일 때빼고 광내고... 신선노름이나 하고 말야.
영숙 멋모르는 학생들이 노인넨줄 알고 봉양한걸 뭐 어떡하우. 착한 학생들을 탓할 거야, 늙어 보이는 사돈 얼굴을 탓할
꺼야.
우현 (불쌍한 표정 짓는데)
영옥, 매정하게 대문을 나선다.
우현, 절망적인 맘에 울려고 하는데,
영옥 (계단위에서 마당을 보며) 딴 짓 안 할꺼야?
우현 (벌떡 일어나) 네!
영옥 따라와!
우현, 신나서 달려나가
영옥의 짐을 들고 앞장서는
씬2/ 양로원 (D) - ENG
마당 정도. 영옥, 앞장서고,
우현, 신나서 뒤따라오는데,
영옥 일 확실히 해. 봉사입네 하고 와서는 왔다갔다 폼만 재다 가는 인간들, 젤 꼴보기 싫어. 일하러 왔으면 입 꾹
다물고 일만 하다 가. 알았어?
우현 예. 뭐부터 할까요?
영옥 거 보따리 클러서 시래기 물에 뿔려.
우현 예. (하며 쫓아가다가 빙판에 발라당 넘어지는)
영옥 쯧쯧쯧... (하곤 가는)
우현, 그래도 일어나 히죽 웃는데,
저쪽 담벼락 밑에 있는 노파와 눈이 마주친다.
노파, 째려보고 있다. 우현에게 다가오려는데
직원인 듯한 사람 두명에게 제지당한다.
미친 듯이 반항하는 노파, 정신병자 같은 무서운 얼굴이다.
(*노파는 마지막씬을 제외하고는 항상 깐깐하고 노여운 표정이다)
씬3/ 양로원 (D) - ENG
수돗가 정도. 우현, 다라이에 풀어놓은 시래기를
고무장갑 끼고 조물락거리는데, 노파가 보인다.
여전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우현에게 달려온다.
우현, 겁이나서 어쩔줄 모르고 있다.
맞을 것 같아 머리 숙이고 떨고 있는 우현
노파 (OFF) 너!
우현 (빼꼼히 고개 들며) 저.. 저요?
정상으로 돌아온 얼굴이지만
이번엔 깐깐한 선생님 얼굴이다.
노파 그래! 너!
우현 (무섭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노파 구구단 외봐.
우현 에?
노파 (카랑카랑) 구구단 외워보라고!
우현 (쭈뼛쭈뼛) 이일은이...
노파 팔단!
우현 (팔단은 좀 어려운데) ... 팔일은팔, 팔이십육, 팔삼(눈 굴리며)이십사, 팔사..이십,
노파 (콩 쥐어박으며) 오늘까지 외워오랬지?
우현 에?
노파 무릎 꿇고 손들어!
우현 (어벙) 외워오는 건 줄 몰랐는데요.
노파· 쓰으!
노파, 위협하는 자세이고
우현, 담벼락 밑에 무릎 꿇고 손드는데서
타이틀 -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씬4/ 양로원 (D) - ENG
영옥, 허둥지둥 일하며 나오다가 보면,
우현, 담벼락 밑에서 손들고 있다.
팔이 아픈지 베베 꼬아가며
영옥 (한심) ..뭐하는 거야?
우현 (쭈뼛쭈뼛) 저기 어떤 할머니가 손들고 있으라고.
영옥 쯧쯧. 하여간 혜옥이년이나. 사둔이나... 내가 미치지 미쳐.. (버럭) 아 저거(시래기)나 꼭 짜서 식당으로
갖고 와. 얼른.
영옥, 가고 나면, 우현, 살며시 주변을 살피며
손을 내리는데, 어디선가 나와
그런 우현의 머리를 냅다 쥐어박는 노파.
씬5/ 까페 (D/ENG)
미자, 지영, 윤아, 동직, 정민, 밥먹고 있는
동직 (윤아에게) 요즘 남자 많이 만나고 다닌다며, 오늘은 어떻게 시간이 났어?
윤아 다 끝냈지~ 난 왜 이렇게 싫증을 잘 낼까?
정민 하~ 차라리 싫증이 났으면 좋겠어. 난 있잖아, 세상에 이쁜 여자가 너무 많아서 죽겠는 거 있지. 얘도 이쁘고
쟤도 이쁘고. (누군가 가리키며) 아! 쟤도 이쁘다!
미자 (으이그.. 한심하게 흘기는데)
지영 (OFF) 어? 지피디다.
미자와 일동, 응? 보면
현우, 바쪽에 혼자 앉고 있다.
지영 대낮부터 혼자 왜 저래? 무슨 고민있나?
미자 성격이 별나니까 친구도 없나부지 뭐.
정민, 일어나 현우쪽으로 가며
정민 어이! 지현우씨!
미자 (놀라) 어디 가요~~
현우 있는 쪽. 정민, 부르는 소리에
현우, 돌아본다.
현우 아, 안녕하세요.
정민 우리 저-쪽에 있는데, 합석해요~ 다 알잖아요~
현우, 보는데 미자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목례..
정민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같이 갑시다~ (오라고 유도) 와요~
현우, 마지못해 정민을 따라
일동자리로 온다.
동직 (일어나 악수 청하며) 여기서 또 이렇게 뵙게 되네요! 우리 지영이 잘좀 부탁드립니다.
지영 (주책이라는 듯 찌르며) 오빠는?
미자 (예의상 반가운 척) 어떻게 휴일날도 이렇게 뵙네요..
현우 네..
정민 자자, 앉으세요.
현우 (앉다보니 윤아옆에 앉고)
미자 (의외인/E) 어머머? 저 인간한테 저런 넉살이 있었어? 비집고 껴 앉는 것좀 봐?
윤아 (약간은 새침하게) 잘 지내셨죠?
현우 예.. 윤아씨도 잘 지내시죠..?
현우와 윤아의 어색한 모습을 보는
미자, 어머머? 하며 예의주시하는 표정
씬6/ 미자방+원룸 (D) - 교차
미자방/ 미자, 통화하면서 외투벗는
미자 지피디가 웬일이래? 웬 아무데나 낌?
원룸거실/ 지영, 지나가면서 통화하는
지영 (흥미롭게) 혹시~ 저번에 윤아 차버린 게 아쉬워서 그런 거 아니니? 아까 윤아보는 표정이 좀 이상한 거
같던데?
미자방/ 미자, 외투 걸다가 멈칫
미자 그래? (생각) 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지영 (F) 야 아니면 지피디가 거길 덥석 끼겠냐? 그 성격에?
원룸침실/ 지영, 통화하다가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는 윤아에게 말거는
지영 야, 지피디가 저번에 너 찬 거 후회하는 거 아닐까?
윤아 야, 차긴 뭘 차~ 잠깐 관심 있었다 뿐이지.
지영 아무튼 아까 덥석 끼는 게 이상하잖아~ 절대 그런 성격이 아닌데~
윤아 (우쭐) 차.. 지두 조금은 아쉬웠겠지~ 나같은 여자 추파 받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어? 그치만, 난 한 번
끝이면 끝이야~
미자방/ 미자, 곰곰 생각하는 포즈
지영 (F/호들갑) 얜 이제 관심 없대. 지피디 헛물키는 거면 진짜 웃기겠다~~
미자 (떫떠름) 그러게..
씬7/ 양로원 (D) - ENG
영옥, 부산하게 왔다갔다하다 보면,
우현이 안 보인다. 시래기도 그대로다.
영옥 (앉아서 건져내며) 에으. 시킨 내가 잘못이지.
씬8/ 양로원 (D) - ENG
건물 안. 복도 정도.
영옥, 시래기 건져 담은 그릇 들고 가며
영옥 도대체 어디 쳐박혀 갖고 코빼기도 안 보이고. 에으!
영옥, 지나다가 열린 방문 안을 보면,
우현, 무릎 꿇고 엎드려 뭔가 쓰고 있다.
잘못 쓴 듯 침 발라서 지워가면서.
영옥 (열받아 그릇을 쾅! 놓자)
우현 아! 깜딱이야!
영옥 (꽥) 그럴라면 집에 가? 뭐하러 쫓아왔어? 가!
우현 (꾸물꾸물) 저도 일할라고 했는데, 반성문 쓰라고 그래서...
영옥 말 같지도 않은. 누가 반성문을 쓰래, 누가?
우현, 영옥의 뒤를 가리키는.
돌아보면 노파, 노려보며 서 있다.
영옥 수원댁...
노파 (꽥) 몇반인데 남의반 교실에 들어와서 떠들어?
영옥 (멍해진다) 수원댁...
노파 너 몇반이야?
영옥 ...!!
씬9/ 양로원 (D) - ENG
방안. 영옥과 직원, 마주 앉아있는데,
저 뒤로 우현을 꾸짖는 노파가 보인다.
직원 모르셨어요? (괜히 난감) 한 보름 되셨어요. 정신 놓으신지.
영옥 ...!!
직원 젊어서 교사 생활하셨던 것만 생각나시나봐요. 아무나 붙잡고 공부 가르치고 혼내키고...
영옥 ...!!
직원 저렇게 되신 후론 맨날 우시든가 화만 내시고 그랬는데... 누구랑 저렇게 오랫동안 말씀하시는 건 첨이신 거
같애요.
영옥, 우현과 수원댁 쪽을 보는데,
노파, 우현의 손바닥을 때리는데,
우현, 아픈지 막 비벼대다가 또 손바닥 내민다.
영옥, 시선 떨구는데 마음이 씁쓸하다.
씬/ 집외경 (N)
씬10/ 할머니방 (N)
혜옥, 누워 TV보고, 영숙, 빨래개는데,
영옥, 한쪽에 기대어 심난하게 혜옥이 보고 있다.
혜옥, 그것도 모르고 TV보며 실실 웃고.
혜옥 (일어나며) 저녁 아직 멀었나?
영숙 (답답) 금방 먹었잖어. 고등어 조림에 무가 달작지근한 게 맛난다고 무만 골라서 먹었잖아.
영옥 (그 말에 깊게 한숨)
혜옥 맞다... (도로 누우며) 근데 왜 배가 고프냐.
영옥 (보다가, 크게) 아범아~ (잠시 후) 아범아~
부록 (들어오며) 예, 어머니.
영옥 치매 병원 어디 괜찮은데 알아봐라.
부록 치매 병원은 갑자기 왜...
영숙/혜 (보는)
영옥 니 막내 이모 한번 보여보게.
혜옥 (놀라) 나? 나 아직 멀쩡해.
영옥 저녁먹고 돌아서서 밥 달라는 년이 뭐가 멀쩡해?
혜옥 아 깜빡한 거야.
영옥 깜빡하는 게 치매지, 별 게 치매야? (부록에게) 알아봐.
부록 예... (씁쓸하게 일어나는)
혜옥 히잉... 무서운데.
영옥 주사 맞는 것도 아닌데 무섭긴 뭐가 무서워? 사람이 기억이 없으면 얼마나 허망한 줄 알어? 우리가 왜 한집에
사는데? 피붙이고 같이 한 기억이 있으니까 한집에 사는 거지. 기억 잃어봐. 인간 종잇장보다도 못해져. 그니까 잔말 말고
따라나서.
영숙 (빨래개며) 가봐. 내가 봐도 온전친 않다 싶어.
혜옥 (찡얼대는)
씬/ 방송국 외경 (D)
씬11/ 녹음실 (D)
미자, 원고보고 있는데 현우, 들어오는.
현우, 미자보더니 약간 어색해하며 인사
현우 안녕하세요.
미자 네.. (현우 살피는 표정)
현우 (앉고는 어색하게) 저기.. 어젠 잘 들어가셨어요?
미자 (별일이네? 그런 걸 다 물어봐?) 네.
현우 네.. (뭔가 또 할 말이 있는 듯) 저기.. 지영씨는..
이때 지영, 들어오며
지영 네? 저 뭐요?
현우 (당황) 아 아뇨.. 그니까 저기.. 윤아씨요. 윤아씨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구요.. (괜히 원고에 집중하는)
미자 (E/그럴 줄 알았다) 어쩐지~ 윤아한테 관심이 있구만? (ON) 저기.. 이따 윤아랑 같이 점심 먹기로
했는데, 같이 드실래요?
현우 (당황) 네? 아 네... 뭐 그러죠.
미/지 (서로 보며 웬일이니~ 표정)
씬12/ 방송국 화장실 (D)
미자와 지영, 들어오며 기가 막힌
지영 (호들갑) 거봐 내말이 맞지? 윤아한테 관심 있다니까? 치! 그럴 거 그땐 왜 튕겼대?
미자 그러게..
지영 어쩐지 요새 너한테 좀 잘해준다 싶었는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
미자, 차.. 어이없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미자 (NA) 옛날에도 그랬다..
씬13/ 대학교 복도 (D/ENG) - 회상, 90년대 초 분위기
대학생 미자, 쌕 메고 강의실에서 나오는데
잘 생긴 남학생, 캔 커피를 들고 미자에게 다가온다.
남학생 저기요.
미자 (두근) 네?
남학생 (쑥스러운 듯 캔커피를 만지작거리다) 이거.. 드세요..
미자, 얼떨떨 받고 설레는 표정..
캔커피 만지작거리는
미자 (NA) 대학시절.. 그땐 내 인생의 전성기였다.
남학생 (한참 머뭇거리다가) 저기 오윤아 친구 맞으시죠..?
미자 (무슨 소리?) 네?
남학생 미대 구삼학번 오윤아요.. 그 친구 삐삐번호좀 알 수 없을까 해서..
미자 (김이 팍 새고) 윤아가요, 아무나 번호 가르쳐주지 말랬거든요?
미자, 은근히 신경질난 표정으로 걸어오는데
남학생, 계속 쫓아오는
미자 (NA) 전성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로부터 받은 친절의 90퍼센트는 윤아로 인한 것이었다. 윤아는 우리학교
퀸카였고, 난 퀸카의 친구였다. 퀸카의 친구란, 퀸카로 가는 징검다리를 말한다.
씬14/ 방송국 화장실 (D)
미자, 혼자서 중얼거리는
미자 아.. 이 징검다리 인생.. 오윤아는 좋~겠다.. 아직도 걔 인생은 전성기구나..
옆에 있던 민지, 어리둥절
지영 언니?
미자, 응?? 보면 민지다.
미자 (당황) 어? (두리번) 지영아! 김지영! 아후 얜 왜 말도 없이 나가~~ (나가는)
민지 (한심하게 보는) 오늘도 상태가 안좋으시구만~
씬15/ 마당 (D)
영숙, 기다렸던 듯 계단에 앉아있는데,
영옥 들어오고 혜옥 기죽어 뒤따라 들어온다.
영숙 (일어나며) 병원에선 뭐래?
영옥, 말없이 앞장 서 들어간다.
영숙 (혜옥에게) 뭐래?
혜옥 몰라 나두. 병원서부터 한마디를 안 해.
영숙 (영옥 쪽을 본다)
씬16/ 할머니방 (D)
혜옥, 영옥이 써준 숫자를 보며
건반을 치듯 하는데, 영옥, 답답해 미친다.
한켠 벽에 보면 치매예방 수칙 붙어있다.
(앞으로 녹화때 계속 연결해주세요)
- 치매 예방 수칙 -
1. 고혈압 당뇨수치는 항상 검사한다.
2. 손가락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한다.
3. 친구들과 많이 즐긴다.
4. 항상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
5. 고칼로리를 피하고 건강식을 한다.
6.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영옥 그게 그렇게 안돼? (엄지부터 혜옥의 손가락을 차례로 찍어 가리키며) 이게 일,이,삼,사,오야. (다른 손)
일,이,삼,사,오. (건반치듯 양손의 숫자대로 누르며) ‘일일삼오이이삼오’ 이게 왜 안돼 이게?
혜옥 (양손 봐가며 어설프게) 일일... 삼...오
영옥 그걸 꼭 양손을 봐야 알겠냐 응? (안 보고 양손 움직여보이며) 안 보고 안돼? (벽에 붙은 거 가리키며)
손가락하고 머리를 많이 쓰래잖아, 손가락하고 머리!
혜옥 (쭈뼛쭈뼛) 언니...
영옥 왜?
혜옥 저기... 육번... 안 보이우?
영옥 보면 ‘6.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영옥 그래서?
혜옥 내가 언니 땜에 지레 죽겠수 진짜. (훌쩍)
영옥 (안됐는지) 나가서 스트레스 풀고 와 그럼!
혜옥, 울먹일 듯 나가버리면,
영옥 에으에으!
영숙 뭐라 그래요?
영옥 (한숨 푹) 단순히 건망증이 아닌 거 같다고...머리 사진 좀 찍어보잖다.
영옥과 영숙, 심난하다.
영옥 (번뜩 생각났는지 크게) 김혜옥~ 멀리 가지 마~
씬17/ 식당 (D/ENG)
미자, 지영, 나란히 앉고
현우, 마주 앉아있는데 윤아, 온다.
윤아, 현우를 보더니 의외인 표정
윤아 어? 지피디님도 오셨네?
현우 예.. 또 뵙네요..
지영 (키득)
윤아, 현우옆에 앉고 바라보는 미자표정,
뭔가 떨떠름하다.
현우 (어색) 제가 괜히 낀 건 아닌지..
지영 (장난기) 어머 아니에요~ 윤아야, 괜찮지?
윤아 (흠.. 도도한) 어.. 나야 뭐~
미자 (빨리 먹고 가려는 듯) 난 김치찌개.
<화면전환>시간경과
일동, 찌개백반류 먹고 있다.
지영 (현우에게) 윤아요~ 옛날에 남자애들한테 진짜 인기 많았거든요?
윤아 (다소 민망한) 왜 이래~
현우 (예의상 동의) 그러셨을 거 같애요..
미자 (듣기 싫은 듯 밥만 빨리빨리 먹는)
현우 (미자보고) 천천히 드세요.. 아직 시간 있는데.
미자 (뚱) 저 원래 밥 빨리 먹어요.
현우 (무안.. 밥먹는)
지영 (현우에게) 지피디님은 어떤 타입의 여잘 좋아하세요?
현우 (당황) 저는.. 그런 건 없는데요.
지영 그래도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뭐 윤아같은 스타일이라든가..
윤아 야..
현우 전 스타일같은 거 별로 안보는데요.
지영 그래요? 그럼, 얼굴만 보시나? 눈코입, 이목구비 확실한.. 윤아같은 스타일?
윤아 (그만하라는 듯) 아- 다 먹었다. (수저 놓는)
미자와 현우도 다 먹은 듯 수저놓으면
미자 다 먹었으면 갈까요?
현우 그러시죠.
일동, 일어서고 현우, 앞장서서 나가는데
지영 (현우와 윤아보며) 어머~ 사이즈 딱이다~ 여자가 남자 귀까지 오는 게 딱 좋다며? 윤아가 딱 지피디님 귀까지
오네?
윤아 (귀찮은 듯) 그만좀 해~ 난 쟤 이제 생각없다니까?
지영 뭐얼~ 난 그냥 지피디 키 크다고 한 건데~ (히힛 재밌는)
미자 (뭐가 재밌냐는 듯 지영 흘기는)
씬18/ 연습실 (D)
미자, 괜히 신경질이 나는 듯
들어와 털썩 앉으며
미자 차..! (현우흉내) 전 스타일같은 거 별로 안보는데요. (자기톤) 놀고 있네~ 그럼 윤아 뭘 보고
좋아하는건데? 지가 윤아 인간성을 알아, 뭘 알아? 그저 이쁘고 늘씬하니까 좋아하는 거면서.
이때 현우 들어오자
미자, 흠칫 놀라 표정 굳는데
현우, 캔커피 내미는
현우 드세요.
미자 (E/주니까 받기는 받는) 그래~ 가지가지 다~ 해라~ 옛날 그 악몽의 캔커피가 또 생각나는구만~
현우 커피 싫으면 다른 걸로 뽑아드릴까요?
미자 (놀라운/E) 어쭈? 웬 적응 안되는 친절? (ON) 아니요. 괜찮은데요.
현우 네.. (앉아서 커피 마시며 원고보다가..) 저기..
미자 네?
현우 (용기내서 힘겹게) 오늘 저녁때.. 시간 어떠세요?
미자 (현우 빤히 보다가) 저 저녁엔 윤아 안 만날 건데요?
현우 (황당) 네?? ... 아니요, 전 미자씨 시간이 어떻게 되시는지..
이때 승태와 원준, 들어오고
미자 저녁때 시간 있는데요, 왜요?
현우 (승태와 원준보고 당황) 어... 회식 한 번 했으면 해서요. 망년회도 제대로 못했는데 신년회라도 해야죠.
승/원 (흔쾌히 동의) 오~ / 좋~죠!
원준 아참, 동균이랑 민지는 어디 간다 그러는 거 같던데?
승태 아 선배가 오라면 오는 거지! 영진선배한테나 전화해~
현우 (땀난다)
씬19/ 주방 (D)
가스 불에 얹어있는 들통에선 그을음이 나고
영숙, 허둥지둥 불을 끄고 휘휘 젖는다.
영숙 에유에유 이를 어째, 에유.
영옥 (허둥지둥 들어와 보곤) 에이구 내 진짜. (영숙의 등짝을 찰싹 때리며) 너까지 깜빡하냐, 너까지!
영숙 (불끈) 아 내가 올려논 거 아니우.
영옥 (찔끔...했다가) 사돈이야 그럼?
영숙 (들여다보고) 이거 아까워서 어쩌나... 행주고 뭐고 다 태워버렸으니.
영옥 (카랑카랑) 사돈은 어디 갔어?
영숙 내가 알우?
영옥 에으, 정신 온전치 못한 인간이 한집에 둘씩이나 되니. 에으. (나가는)
씬20/ 양로원 (D) - ENG
노파, 담벼락 밑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공책 들고 막 달려오는 우현이 보인다.
노파, 얼굴에 미소가 번지다가 이내 근엄하게 바뀌는.
노파 왜 이제와? (콩 쥐어박는)
우현 우씨...
노파 숙제 다 했어?
우현 (공책을 내미는)
노파, 공책을 후루룩 넘기는데
공책 한권 다에 구구단이 쓰여있다.
노파 (휘릭) 남의 공책 아냐?
우현 (억울) 어제 밤새 한 거에요. (눈치보며) 저... 이제 가도 돼죠?
노파 가긴 어딜 가? (하며 귀를 잡아끌고 가는)
우현 (끌려가며) 아아아아~~
씬21/ 까페 (N/ENG)
미자, 현우, 영진, 승태, 원준, 동균, 민지,
둘러앉아 즐거운 회식분위기.
다른 성우들은 떠들고 있는데
미자는 말없이 계속 술만 마신다.
대각선 방향으로 멀리 앉은 현우는
그런 미자가 신경쓰이는 듯 흘깃흘깃 계속 보는데..
영진, 미자와 현우 분위기를 딱 보더니
영진 (현우에게 다 안다는 듯) 뭐야.. 미자한테 또 한 소리 하셨구만?
현우 (응?) 아니요? 저 아무 소리도 안했는데요?
영진 (현우 툭툭 치며) 그러지말고 가서 좀 풀어줘요~ 쟤 덜렁거려보여도 소심해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성격이잖아~
현우 (안그랬는데..)
영진 잘 하진 못해도 열심힌 하는 앤데..
현우 (생각하다 잘 됐다 싶은) 그럼 저 잠깐만 저 쪽에..
현우, 일어나 미자 옆에 가서 앉는다.
미자, 현우를 응? 보는데 눈이 벌써 풀렸다.
미자 뭐에요?
현우 ... 뭐가요?
미자 저한테 무슨 할 얘기 있으세요?
현우 (어색) 아뇨.. 얘기도 안하고 술만 마시길래.. 과일도 좀 먹고.. 아 안주론 과일이 좋대요!
미자 (황당.. 정색, 똑바로 마주하고) 아니 언제부터 제 생각을 그렇게 해주셨대요? 지현우 피디님께서?
현우, 당황하는, 이때 원준 약속 있는 듯
원준 (영진보고)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요.
영진 그래? 우리도 가지 뭐.... 지피디! 우리도 그만 일어나죠?
현우 예? 예.. 그러시죠 (속 타는)
일동, 일어나는데 미자, 비틀~
영진 미자야, 괜찮냐? (부축하러 오는데)
현우 (미자 부축하며) 제가 택시태워드릴게요.
영진 아 그럴래요? 그럼 잘 좀 달래서~ 내가 괜히 미안하네..
현우 아니에요.
미자 (날 왜 잡고 있는 거야? 하는 식으로 현우보는)
씬22/ 거실 (N)
혜옥, 공책 보고 달달달 외우는데,
영옥, 홱 뺏어서 엎는다.
영옥 미자 생년월일시?
혜옥 73년... (눈치보며) 시월...
영옥, 손 확 올라가는데 그와 동시에 울리는 전화벨.
혜옥, 전화 받는 핑계로 냅다 도망간다.
혜옥 여,여보세요.
영옥 에으!에으!
혜옥 네. 잠깐만요. (영옥에게) 양로원이래.
영옥 (응?)
혜옥, 전화를 놓고는 영옥이 멀찌기 떨어지는.
영옥 여보세요. 응 나요. 왜? 우리 사돈? 우리 사돈은 왜? (놀라) 응? 거길 갔었어? 근데?
직원 (F) 수원 할머니가 없어지셨는데, 아까 사돈총각이랑 같이 있는 걸 봤단 사람이 있대서요.
영옥 (철렁) 그래? 응. 응. (다급) 아,알았어. 아우 미안하우. 내 우리 사돈이래도 어딨는지 찾아보께. 내
찾아보고 전화주리다. (전화 끊고 나가며) 내 이걸 그냥. 잡히기만 해봐.
혜옥 (공책을 펼쳐들며) 뭔놈의 식구들은 이렇게 많아갖구... 이걸 언제 다 외워?
씬23/ 동네 일각 (N) - ENG
#영옥, 사방을 둘러보며 뛴다.
영옥 (외치며) 사돈~ 사돈~ 수원댁~
#영옥, 또 다른 동네를 뛰는데
#영옥, 지친 듯 어느 분식집 앞에 서는데.
만두, 떡복이를 먹고 있는 노파와 우현.
노파 니가 숙제도 꼬박꼬박 잘 해오고 열심히 공부하니까 선생님이 이런 거두 사주는 거야. 알겠지?
노파, 잘했다는 듯 미소띄며 우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러면 우현은 좋아라 쑥쓰러워 한다.
영옥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때 영옥의 핸드폰이 작게 울리는(SE)
영옥 (얼른 받으며) 여보세요. 응. 찾았어. 내가 데리고 들어갈게 걱정마. (하는데)
노파 (OFF) 눈깔사탕. 넌 안들어오고 뭐해?
영옥, 돌아보면, 노파, 영옥을 노려보고 있다.
#영옥도 학생처럼 우현이 옆에 앉아있는데
노파 (OFF) 눈깔사탕! 넌 공부 잘 해?
우현 얜 잘 못해요..
영옥 (휘릭) 얘...? (달겨들어 패려는데)
우현 (기겁해 막으며) 선생님 얘가 때려요!
노파 (말리며) 공부는 못할 수도 있는거야! 인간이 돼야지! 그지? (영옥 표정보고 타이르듯이) 눈에 힘 빼고!
어여 이거 먹어!
우현, 옆에서 킥킥대면 눈으로 잡는 영옥
씬24/ 거리일각 (N/ENG)
현우, 한 손으로 살짝씩 비틀~비틀~ 하는 미자를 잡고
다른 한 손을 뻗어 택시를 잡고 있는
현우 택시!
미자 저 혼자 갈 수 있다니까요~
현우앞에 택시 서는데 미자, 현우를 탁 뿌리치더니
멋대로 막 걸어간다.
현우, 얼른 미자를 잡아끌고 택시에 태우는
씬25/ 택시 안 (N/ENG)
현우와 미자,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다.
미자 (취한 눈빛으로 현우를 노려보는 발음은 부정확) 지금 어디가시는 거에요?
현우 (어색) 집에 가잖아요.. 미자씨네 집..
미자 응... (응?) 왜요?
현우 (앞만 보고) 미자씨가 많이 취했으니까 그렇죠..
미자 차... (현우 툭 치며) 이것 보쇼, 당신 도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요?
현우 (응? 미자보는) 네?
미자 (버럭) 내가 무슨 도로공사냐고오?
현우 ...네?
미자 왜 다~ 나한테 다릴 놔달라 그러냐구~ 윤아한테 관심있음 직접 얘기하면 되지~~
현우 무슨 소리에요?
미자 윤아번호 갈쳐줘요? 에? (부시럭부시럭 휴대폰 꺼내더니 꾹꾹꾹 눌러 찾는)
현우 (앞쪽 보고) 저요.. (말하기 쑥스럽고 힘든) 윤아씨한테 관심 없거든요?
이때 현우어깨에 쿵.. 떨어지는 머리. 미자다.
미자, 두 손으로 기도하듯 휴대폰을 쥐고
그대로 현우어깨에 기대 잔다.
현우, 어이없는 표정으로 미자를 보는데
미자머리가 앞으로 툭 떨어지려고 하자 얼른 받는다.
현우, 미자머리를 손으로 받쳐들고 어쩔까..하다가
슬그머니 자기 어깨에 올려놓고는
미자가 편하도록 자세 고쳐서 앉는다.
현우, 어색하게 앞만 보고 가다가 미자를 한 번 보더니
쿡 웃고는 뭐가 웃긴지 계속 미소띤 채 가는..
씬26/ 동네일각 (N) - ENG
영옥과 우현, 터벅터벅 걸어온다.
영옥 담부턴 노인네 모시고 나가면 나간다고 사람들한테 말하고 나가.
우현 (억울) 아 할머니가 무작정 제 귀잡고 끌고 가셔서... (하다가 평소와 다른 영옥의 깊은 표정을 보곤) ...
네.
한참을 말없이 걷는데,
우현, 영옥의 눈치를 슬쩍 보다가
우현 걱정 마세요. 나중에 막내이모님두 저렇게 되시면 쓸쓸하지 않게 제가 놀아드릴께요.
영옥, 그대로 멈춰선다. 가슴이 뭉클하다.
우현의 손을 꼭 잡고 다시 걷는다.
영옥 (잡은 우현의 손을 탁탁치며) 고마우이. 말이라도 고마워.
우현 진짜에요. 저 할머니들이랑 잘 놀아요.
영옥 (마음이 짠하다) 내가 전생에 뭔 덕을 쌓았길래, 자네랑 한집에 다 사는지...
우현 (약간 머쓱하다. 코 훅 들이키는)
그렇게 손을 잡고 걷는 영옥과 우현의 모습.
꼭 쥔 두사람의 손에서 스틸. 코드 F.O.
씬27/ 대문앞 (D) - 에필로그(스크롤)
F.I. 미자 대문에서 초인종 누르고 있다.
영숙 (OFF) 미자냐?
미자 (약간 흔들흔들 발음 꼬인) 아뇨? 도로공사요!
영숙 (문열어주는 소리) 동네 챙피하게... 어여 들어와!
대문 열고 들어가며
미자 (계란 장수처럼) 도로공사가 왔어요... 할머니의 사랑스런 도로공사가 왔어요...
계단께에서 이 모습 지켜보고 있는 현우.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짓는 현우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