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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06
씬1. 골목, 구멍가게 앞 (낮)
(거지꼴을 한 황태섭과 강모가 다가온다.
태섭,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구멍가게 앞 공중전화기 앞에서 태섭이 강모에게 손을 내민다.
강모, 내키지 않게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건네면... 태섭, 동전을 놓고 다이얼을 돌린다. 주변을 의식하며..)
태섭 : (통화가 연결되자) 여보세요? 예, 접니다, 황사장...
강모 : (입을 삐죽대며, 혼잣말) 사장은 무슨...
태섭 : 연구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예? 아직두 삼일씩이나요? (잠시 실망하다가) 소장님이 보시기엔 어떠십니까?
연탄재가 쓸모가 있겠습니까?
강모 : ...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보는데)
씬2. 지질연구소, 소장실 안
소장 : (수화기 들고) 글쎄요... 결과가 나오긴 전까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씬3. 공중전화
태섭 : (실망스럽고) 예에.. 아무튼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시무룩하게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사람, 피를 바짝바짝 말리는구만.
강모 : 저, 이제 그만 가두 돼죠?
태섭 : 야, 잠깐만... 너, 심부름 좀 하나 해라.
강모 : 예? 저, 일해야 되요.
태섭 : 잠깐이면 돼, 임마.
강모 : 싫어요. 아저씨 땜에 천막에서두 쫓겨나게 생겼단 말예요.
씬4. 미팔군, 정문 앞
(강모가 정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미군 헌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고..
강모, 안쪽을 살피며 두리번거리는데.. 이때 위병소에서 한국 헌병이 나온다)
헌병 : 무슨 일이냐?
강모 : 여기.. 조필연 소령님 좀 만나러 왔는데요.
헌병 : .. (훑어보며) 약속 된 거니?
강모 : 아뇨, 심부름 왔어요.
헌병 : 여긴 민간인이 들어오면 안 된다.
(이때, 부관1이 부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강모 : 잠깐만 들어갔다 올게요. 조필연 소령님한테 뭣 좀 전해주기만 하면 되거든요?
부관1 : ..? (조필연 소령이란 말에)
씬5. 그 부대 안 일각
(성모가 지나가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정문에 부관1과 강모가 뭔가 얘기하며 편지 봉투를 건네는 모습이 보이고...
성모, 강모를 보지 못한 채 지나가고 나면 강모가 무심결에 그쪽을 돌아보지만...)
씬6. 동, 샤워실
(조필연이 거울을 보며 면도를 하고 있다.
옷을 벗은 채 들어서는 성모... 조필연 옆에서 샤워기를 튼다)
필연 : (면도하며) 알아봤나?
성모 : 예.
필연 : 파일 이름은?
성모 : ...
필연 : 기밀문서를 보관한 파일 말이다.
성모 : 케이 다시 십구... (K - 19)
필연 : ..! (움찔, 면도기에 턱 쪽을 벤다)
성모 : 문서 보관실 에프(F)열에 있어요.
필연 : ... (태연하게 핏물을 훔쳐내고는) 햄튼은 지금 방에 있나?
성모 : 예.
필연 : (본다) 지금부턴 세탁일 이외엔 아무 일도 하지 마라. 절대 햄튼의 의심을 살만한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 돼.
성모 : 알겠습니다.
(조필연이 나간다. 성모, 거울을 통해서 노려보는데)
씬7. 준장실
(Go, Jae Chun puts an orchid pot on the table. Cho, Pil Yeon, who has a bandage on his chin, is sitting at the chair.
BG Hampton looks blankly at the pot.)
(고재춘이 조용히 난 화분을 밀어 놓는다. 조필연이 턱 밑에 반창고를 붙인 채 앉아 있고...
햄튼, 난 화분을 물끄러미 본다)
필연 : (미소) ... 화해의 뜻으로 드리는 겁니다.
BG Hampton : ...
필연 : 설마, 이번에도 의심을 하는 건 아니시겠죠?
BG Hampton : No, I will take this gladly. (고맙게 받겠습니다.)
필연 : 저번 일로, 서먹한 것도 있고 해서.. 양국 간에 친선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위문 공연을 열면 어떻겠습니까?
BG Hampton : (Look) Sounds fun.
필연 : 공연 준비는 저희 쪽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어떻습니까?
BG Hampton : All right. (좋습니다)
필연 : (일어선다) 그럼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After Cho and Go leave… BG Hampton looks at them for a while and smashes the orchid pot against the floor.
CPT Michael checks the debris…)
(조필연과 고재춘이 나가고 나면... 햄튼, 잠시 그들을 보다가 난 화분을 바닥에 집어던진다. 마이클이 즉시 확인하고..)
BG Hampton : (Cold expression in his face) This Friday is D-Day. (표정 차가워지며) 금요일이 디데이다.
씬8. 참모실
(조필연과 고재춘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다. 부관1이 따라 들어서고..)
필연 : 문서보관소, 에프열이다. 파일 이름은 케이 다시 십구...
(자리에 앉는다) 위문 공연으로 어수선할 거야. 그날, 기밀문서를 빼돌린다.
재춘 : 알겠습니다.
부관1 : 소령님...! (편지 한 장을 내놓는다) 황태섭이란 사람이 보냈다고 합니다.
필연 : ..? (뜯어서 본다)
재춘, 부관1 : ..? (뭔가, 보는데)
필연 : (편지 확 구겨버리며) 이 작자, 대체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거야.!!
씬9. 다리 밑 천막 안
(황태섭이 솥을 열면 김이 올라오며 찐 감자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며 감자를 집어 들려는데 태섭이 솥뚜껑을 닫아버린다)
태섭 : (버럭) 야, 이놈들아...!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야.
아이들 : ... (꼼짝 못하고)
(태섭, 솥을 다시 열고는 젓가락으로 제일 큰 놈을 찍어 든다. 호호 불고는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먹는데..
아이들, 침을 삼키고 보기만...)
태섭 : 익었다. 먹어.
(아이들, 우르르 달려들며 한 개씩 집어 들고 먹는다. 박소태가 잔뜩 못마땅한 듯이 노려보는데...)
태섭 : (먹으며) 야, 밥 좀 없냐? 하루 두 끼 먹는 걸 감자로 때워서 되겠어?
소태 : (더 못 참고) 쌀값이나 내고 그런 말 하세요. 얻어먹는 주제에...
태섭 : 뭐? 너 임마, 그 동안 누구 덕에 장사했어? 니들 구두방, 그거 우리 만보 건설 땅이야.
소태 : 망했잖아요.
태섭 : 내가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누가 망해?
소태 : 하루 종일 빚쟁이들이 얼마나 몰려드는지 알아요?
태섭 : 니들,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중에 거기서 안 쫓겨나구 싶으면 나한테 잘해. 알았어?
소태 : (아이들에게 버럭) 니들, 일하러 안가?
(아이들, 감자를 하나씩 더 집어 들고는 일어서서 나간다)
소태 : 어휴, 재수가 없을래니깐... (나간다)
강모 : ... (일어서려는데)
태섭 : 야, 새 양말 있으면 한 개 줘 봐. (양말을 벗는다) 며칠 동안 신고 있었더니 쉰내가 다 나네.
(강모, 못마땅하게 보다가 양말을 꺼내 건넨다.
황태섭이 새 양말을 신는데 강모, 헌 공책을 집어 들더니 연필로 뭔가를 적어 넣는다)
태섭 : 뭐하는 거야?
강모 : 아저씨, 여기서 먹구 자는 거, 공짜 아니거든요? 여기 다 적어놨다가 나중에 받을 거니깐 그런 줄 아세요.
태섭 : 지독한 놈... 애들 입단속 단단히 시켰지?
강모 : 걱정 마세요.
태섭 : 나 여깄는 거, 절대 다른 사람이 알아선 안돼.
강모 : 알았다니깐요. (나가려는데)
태섭 : 무슨 일 있으면 즉시 나한테 보고하구.
강모 : ... (대꾸 없이 나가고)
태섭 : (한 입 베어 문다) 얼마 안 남았다.. (우적우적 먹으며) 결과만 제대로 나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오기어린 모습으로)
씬10. 만보건설 사무실
(홍기표와 김비서가 와 있다. 주영국과 문성중, 여비서가 각자의 자리에서...
강모가 한 귀퉁이에서 주영국과 문성중의 구두를 닦고 있고...)
기표 : 여러분들이 황사장을 숨겨준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영국 : 우리도 어딨는지 모른다고 했잖소.
기표 : .. (잠시 보다가) 황사장 보면 전하세요. 내일 시청에서 열릴 건설주 회의 때 반포 매립지는 우리한테 넘어오게 될 겁니다.
황사장이 참석하면, 그동안의 공사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때도 안 나타나면.. 그나마도 포기해야할 겁니다.
(나간다)
김비서 : (나가고)
영국 : 몇 푼이라도 건지려면, 가족들이라도 회의에 나가봐야 하는 거 아냐?
성중 : 사장님께서, 인감도장하구 계약서까지 가지고 가신 모양입니다.
영국 : 이러다가 아주 쫄딱 망하게 생겼구만.
강모 : ... (듣는다)
씬11. 구두천막
(홍기표가 구두발을 얹어놓고 있고 박소태가 열심히 구두를 닦는데..
기표, 대륙건설 명함 한 장을 내민다. 소태, 받아서 보는데)
기표 : 너, 만보건설 사장 알지? 황사장, 나타나면 나한테 즉시 연락해라. 이만 원 줄게.
소태 : 예? 이, 이만 원이요?
기표 : 니들한테 사기나 칠사람 아니니깐 꼭 연락해. (오백 원짜리 내놓으며) 잔돈 필요 없다. (가려는데)
소태 : 저, 사장님.
기표 : ..? (돌아본다)
소태 : ... (잠시 갈등) 그러니까... 황사장님 말예요.... (뭔가 말하려는데)
강모 : (불쑥) 황사장님 보면 연락드릴 게요.
소태 : ...! (얼른 입 다물고)
기표 : 그래... 그럼, 부탁한다. (간다)
김비서 : ... (가면)
소태 : 들었냐? 황사장 신고하면 이만 원 준대.
강모 : 그래서?
소태 : 임마, 이만 원이 누구 집 똥개 이름이냐?
강모 : 나하구 동업, 쫑치구 싶지 않으면 잠자코 있어.
소태 : 그 인간, 이제 알거지야. 언제까지 먹여주고 재워줄 건데?
강모 : 그만 하라니깐.!
소태 : 너... 그 기집애 땜에 그러냐? 황사장 딸...
강모 : ..
소태 : 정신 차려, 임마. 그 기집애가 너,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생각 할 거 같아? 걔랑 넌...
강모 : (멱살을 확 잡는다) 그만 하랬지?
소태 : 야, 너 왜 그래 임마?
강모 : 허튼 생각 하지 마. 가만 안둘 테니깐... (간다)
소태 : 아, 저 꼴통새끼...
씬12. 다리 밑, 천막 안
(강모가 와 있다)
태섭 : 뭐? 홍기표, 그놈이?
강모 : 예, 회의 때 참석 안하면 공사대금을 못 받을 거라고 했어요.
태섭 : ... (생각하는 눈빛으로) 그 놈, 뻥치는 거다. 내가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게, 이미 손을 다 써 놨어.
강모 : ...
태섭 : 너 동전 있으면 내놔 봐.
강모 : 또, 왜요?
태섭 : 줘 봐, 임마.
강모 : 또, 술 사드실려구 그러죠?
태섭 : 근데, 이 눔이 말끝마다 토를 달구...
(강모, 못마땅하게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준다)
태섭 : (받고는) 장부에 적어 놔. (나간다)
씬13. 동, 밖
(황태섭이 나오는데 고재춘이 서 있다. 태섭, 화들짝 놀라는데..)
재춘 : ... 소령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씬14. 다방 안
(조급하게 커피를 젓는 황태섭의 손... 조필연과 고재춘이 마주 앉아 있고..
칸막이 사이로 주변을 살피며 커피를 마시다가 데이고...)
태섭 : 아, 뜨거라...
필연 : ... (그 몰골을 한심하게 보다가) 황사장이 부탁한 대로, 건설주 회의, 며칠 뒤로 늦춰 놨어요.
태섭 : 고맙습니다. 웬만하면 이런 부탁 안 드리려고 했는데..
필연 : (화를 참으며) 연구결과는 어떻게 됐소?
태섭 : 며칠 좀 늦는다고 합니다.
필연 : (화가 치민다) 그러니깐 왜 내 말을 안 듣구..! (하다가, 애써 참으며) 우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회사부터 살려내시오.
그런 다음에.. 맑은 정신으로 다시 얘기 합시다.
(조필연이 일어서서 나간다. 재춘이 따라 나가고 나면)
태섭 : 회사만 살려 놓으면... 그땐, 네놈한테 개처럼 끌려 다닐 일 없어. (커피를 홀짝거리고)
씬15. 만보건설 앞
(강모가 구두 통을 메고 다가오는데 만보건설 입구에서 정연과 딱 만난다.
강모, 정연을 보면 신발에 진흙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정연, 잠시 강모를 보다가 만보건설로 들어가려는데...)
강모 :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
씬16. 동, 사무실 안
(들어서는 정연.. 텅 빈 사무실 안. 탁자 위의 서류며 의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정연, 한쪽 세면대에서 수도를 틀어 걸레를 헹구더니 탁자 위의 서류들을 챙기고 걸레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 들어서는 강모... 열심히 청소를 하는 정연을 보는데...
정연, 황태섭의 이름이 박혀있는 명패를 닦다가 문득 걸레질을 멈춘다)
정연 : (물끄러미 명패를 보다가) 아버지.. 죽은 거 아니지? 대체 어딨는 거야...
강모 : 걱정 마. 니네 아버지 무사하셔. (다가온다)
정연 : ..! (돌아본다) 너, 울 아버지 어딨는지 알아?
강모 : ... (본다)
정연 : 너, 알지? 그치? 울 아버지 어딨어? 어딨는데?
강모 : 몰라...
(정연, 시무룩해진다. 강모가 그런 정연에게 백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넨다)
강모 : 집에 갈 때 차비 해.
정연 :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내가 거진 줄 알아?
강모 : 너, 올 때두 집에서부터 걸어왔잖아.
정연 : (허, 기가 막힌 듯) 나 택시 타구 왔거든?
강모 : 택시타구 왔는데 신발이 그 모양이냐?
정연 : ... (그제야 자신의 신발을 보고는) 차비 필요 없어. 울 아버지 올 때까지 집에 안갈 거니까.
(정연, 걸레질을 한다. 강모, 그런 정연을 애처롭게 보는데..)
씬17. 미팔군 내, 전쟁 도서관
(고재춘이 책을 한 권 빼든다. 책장을 넘기는 척 하며 주변을 살피는데..
데스크에 앉아서 대여 업무를 하고 있는 미군 한명과 한국 군무원 한명..
고재춘, 책을 보는 척 하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한쪽에 큼지막한 자물쇠가 잠긴 문서보관실의 철문이 보이고... 그 위로...)
필연 : (E) 여섯시면 도서관 문이 닫힌다. 건물 안에 숨어 있다가 직원들이 다 퇴근하고 나면 문서보관실로 잠입해.
명심해라... 에프열, 케이 다시 십구다.
(고재춘, 책을 꽂아 놓고는 다른 책을 꺼내 드는데.. 데스크에 있던 한국 군무원이 자리를 비운다.
미군 병사가 자연스럽게 수화기를 드는데..)
씬18. 준장실 (BG Hampton’s Office)
(When the phone rings, BG Hampton answers the phone right away.
전화벨이 울리면 햄튼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화기를 든다)
BG Hampton : ... (listen for a while and places it back on the receiver 잠시 듣기만 하다가,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영어)
Cho’s guy showed up at the library as planned. (예상대로 조필연 부하가 도서관으로 왔다.)
CPT Michael : (Stand up 일어선다, 영어) Sir, time to go. The show is about to begin.
(나가시죠. 위문 공연이 시작될 시간입니다.)
씬19. 연병장, 특별 무대 (저녁)
Training Field, Special Stage (Evening)
(Temporary stage with stage light on… Dancers with sexy outfits are dancing on the stage.
ROK and US soldiers are gathered around the stage… they whistle or clap. MAJ Cho is sitting on a chair
and watching the stage. BG Hampton and CPT Michael approach and BG Hampton sits down.)
(조명이 밝혀져 있는 가설무대 위... 대담한 복장의 여자무용수들이 신나게 춤을 추며 분위기를 고조 시키고 있다.
무대 주변으로 미군과 한국군 병사들이 모여 있고... 휘파람을 불거나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데...
그 일각... 조필연이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무대 쪽을 보고 있다. 햄튼과 마이클이 다가오고... 햄튼이 자리에 앉으면..)
필연 : 어서 오십시오. 방금 시작했습니다.
BG Hampton : (looks around) It looks like the soldiers are really enjoying it.
(주변을 살피며, 영어) 병사들이 아주 좋아하는군요.
필연 : 준장님께서도, 편히 즐기십시오.
BG Hampton : Thanks for putting this special event together, MAJ Cho.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미스터 조.
필연 : ... (미소 지으며 무대 쪽을 보는데)
씬20. 전쟁 도서관 안 (Inside War Library)
(A ROK civilian and a US solider are getting ready to leave.)
(아무도 없는 실내... 군무원과 미군 병사가 업무를 마치고 가방을 챙긴다)
ROK Civilian (KGS) : I’m gonna go watch the show. (얼른 가서 공연 봐야지.)
씬21. 동, 도서관 밖
(나오는 두 사람... 군무원이 열쇠로 현관문을 잠근다. 멀리서 들리는 환호소리와 음악소리..)
씬22. 연병장, 특별무대
(Training Field, Special Stage) (MC introduces the singer.) (사회자가 여가수를 소개중이다)
사회자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섹시 가수...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여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자넷 킴..!!
(Music plays and a singer and dancers come out to the stage.)
(음악이 요란하게 흐르면서 여가수와 무용수들이 나온다)
가수 : 안녕하세요, 자넷 킴이에요. 장병 여러분들, 사랑해요..!! (The Singer starts to sing and dance. Soldiers shout for joy.
MAJ Cho takes a glance at BG Hampton. BG Hampton looks happy and gives a nod.)
(여가수의 신나는 춤과 노래가 시작된다. 장병들이 신나서 반응하고...
일각의 조필연이 슬쩍 햄튼을 살핀다. 햄튼, 신나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씬23. 몽타주 - 도서관 건물 내 화장실
(어둠 컴컴한 그곳... 화장실 문이 열리며 고재춘이 나온다. 작은 손전등으로 불을 밝히는데...)
- 특별무대 (가수와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과 노래.. 병사들의 박수와 환호로 분위기가 더욱 고조 되는데..)
- 문서보관실 앞 (소음기가 달린 권총이 불을 뿜는다. 떨어져 나가는 자물쇠 뭉치.. 고재춘이 조심스럽게 철문을 여는데...)
- 특별 무대 (병사들이 무대 앞으로 뛰어 나와 춤을 추며 열광한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 문서보관실 안 (손전등 불빛이 실내를 훑듯이 지나간다. 문서가 보관된 각 라인마다 알파벳 A부터 Z까지 주욱 매달려 있고...
지나가며 살피던 고재춘이 F열에서 멈춘다. 그 라인으로 들어서는데... 단단한 철통으로 된 파일들이 꽂혀 있고...
손전등으로 파일들을 확인하는데 'K - 19' 파일이 꽂혀있다.
고재춘이 손전등을 입에 물고 파일을 집어 든다. 파일 안의 내용을 볼 수 없게 단단히 봉인 되어 있고... 고재춘, 눈빛 번뜩이며...)
씬24. 특별무대 (Training Field, Special Stage)
(The singer sings a Jazz song. The US soldiers are sentimentally moved by her music.
MAJ Cho and BG Hampton watch the show. CPT Michael comes up to BG Hampton and whispers.
BG Hampton smiles and stands up.)
(재즈 스타일의 다른 팝송을 부르고 있는 여가수... 미군 병사들의 향수어린 표정들...
일각에서 조필연과 햄튼이 편안하게 관람하는데...
이때, 마이클이 다가와 햄튼에게 뭔가 귓속말을 전한다. 햄튼, 조필연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필연 : 어디 가십니까?
BG Hampton : (Smiles) I’ve got a phone call from my family in the states. I will be right back. (walks away)
(미소 지으며) 미국에서 가족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금방 갔다 오겠습니다. (간다)
필연 : ... (뭔가 불길한 듯이 햄튼 쪽을 보는데)
씬25. 도서관 건물 밖
(이층 창문이 열리더니 고재춘이 주변을 살핀다. 손에 들고 있던 것을 툭 던져 놓고는 뛰어 내리는데...
고재춘, 막 땅에 떨어진 그것을 집어 들고 일어서는데 사방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비친다.
순식간에 미군 헌병들이 총을 겨누고 고재춘을 에워싸는데...
고재춘, 놀라면서 손으로 빛을 가리며... 그 앞에 햄튼과 마이클이 나선다. 고재춘, 햄튼을 알아보고는 노려보는데...)
BG Hampton : (영어) You are under arrest for Espionage. (널 간첩죄 로 체포한다. (눈짓하면))
(미군 헌병들이 고재춘의 양 팔을 꺾더니 뒤로 수갑을 채운다.
헌병 한명이 고재춘 손에 들려있던 것을 빼앗아 마이클에게 건네는데... 마이클, 받아들고는 놀라며..!!)
CPT Michael: (영어) It is not the document. (기밀문서가 아닙니다.)
BG Hampton :..!! (빼앗아 들고 보는데)
(‘한국 전쟁 비화’ 라고 쓰인 두꺼운 양장본의 책이다. 햄튼이 놀라며 고재춘을 보는데..)
재춘 : (비웃듯이 침착하게)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것도 간첩죕니까?
BG Hampton : ...!! (뭔가 이상한 생각으로)
씬26. 특별무대
(여자 무용수의 스트립쇼가 시작된다. 환호성으로 시끄러운데... 햄튼과 마이클이 급히 다가오는데 조필연의 자리가 비어있다.
그 앞에서 당번병이 눈이 빠져라 보고 있고...)
BG Hampton : Where is Cho, Phil Yeon? (조필연 어디 갔어?)
당번병 : Sir, he left right after you. (준장님 나가시고 금방 따라 나갔는 데요?)
BG Hampton :..!! (잠시 생각하는데)
CPT Michael: (영어) I cannot find the laundry boy. (세탁병이 안보입니다.)
BG Hampton :..!! (당번병에게) Did you see the laundry boy? Where is he? (세탁병은? 그 아이는 어디 갔어?)
당번병 : He left. He said he needed to run some errands for you. (아까 부대 밖으로 나갔습니다. 준장님 심부름 간다고..)
BG Hampton :..!! (영어) Call my house, NOW!! (빨리 관사에 연락 해..!!)
씬27. 관사 정문
(정문으로 지프차 한 대가 들어선다. 미군 헌병이 가로막으며... 운전석에 군의관이 있고 조수석에 성모가 앉아 있다.
군의관, 얼굴을 내보이며 아는 얼굴인 듯 손을 들어 보이는데.. 헌병, 안쪽을 살피며 성모를 보면...)
군의관 : (영어) He is the orderly of General Hampton. (준장님 당번병이야.)
(헌병이 길을 터준다. 지프차가 서서히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씬28. 동 지프 안
군의관 : (운전하며, 화가 난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성모 : 제가 시킨 거 아니잖아요.
군의관 : 아무튼..! 내가 왜 조필연 한테 엮어서..!! (하다가) 관두자...
성모 : 대신, 오늘부로 전역시켜준다고 했잖아요.
군의관 : 나 이제 미국은 다 갔다. 젠장...
씬29. 관사 안
(어둠 컴컴한 실내... 손전등을 들고 들어서는 성모와 군의관...)
성모 : 제가 방을 찾아볼 테니깐 거실을 뒤져봐요. (방으로 들어가고)
씬30. 동, 방안
(성모, 책꽂이며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성모, 찾지 못하고 마음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책장 위에 국기함이 보인다.
손을 뻗어 국기함을 꺼내더니 열어보는데 성조기가 반듯하게 접혀져 있고... 성조기를 들추자 그 밑에서 서류철이 나온다.
성모, 눈빛을 번뜩이며 서류를 훑어보는데... 겉표지에 박힌 글짜 ‘VIETNAM SECRET FILE'
이때, 요란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성모, 깜짝 놀라서..!!)
씬31. 정문 위병소
(U.S. MPs come out from the building. They rush and head to the BG Hampton’s residence.
(총을 든 미군 헌병들이 쏟아져 나온다. 급히 관사 쪽을 향하는데... 헌병1이 가려다가)
MP1 : Hey, this way!! (이쪽으로 와..!! )
(MP1 and several other MPs go to the outside of fence. 헌병1과 다른 헌병 몇 명이 바깥 담장 쪽으로 나간다)
씬32. 관사 내, 담벼락
(서류철을 든 성모와 군의관이 급하게 도망쳐 온다. 담벼락이 보이고... 뒤쪽에서 미군 헌병들이 호각을 불며 달려오고 있다.
성모가 먼저 담벼락에 오르더니 건너편으로 뛰어내린다. 뒤이어서 군의관이 담벼락에 오르는데..)
씬33. 동, 밖
(바깥에서는 제법 높은 담벼락이다. 군의관이 뛰지 못하고 주저하는데..)
성모 : 얼른 뛰어내려요, 얼른..!!
(군의관이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뛰어내린다. 쿵, 하고 떨어지는데...)
성모 : (얼른 부축하며) 괜찮아요?
군의관 : (일어서다가 삐끗하고) 다리가... 다리가 삔 거 같아.
(이때, 헌병1과 다른 헌병들이 호각을 불며 쫓아오고 있다. 성모가 군의관을 부축하고는 도망치는데...
헌병들이 무릎을 굽히더니 일제히 거총한다)
군의관 : (절뚝거리며) 내가 이래서 안한다고 했잖아, 임마..
성모 : 저 모퉁이만 돌면 택시가 있을 거예요.
군의관 : 나 그거 타고 아예 대전에 있는 우리 집으로...
(이때, 헌병들의 총구에서 일제히 발포된다. 군의관이 억, 하며 뒤로 넘어가는데...)
성모 : (안으며) 형..!!
군의관 : ... 어디 맞았냐?
(성모, 몸을 살핀다. 총알이 관통해서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고..)
군의관 : 젠장.. 어쩐지 어젯밤에... 어머니가 보이더니..
성모 : 맘 약한 소리 하지 마요.
군의관 : (숨 가쁘게) 나 의사야... 가망 없어.
성모 : 저 혼자 못가요. (부축하는데)
군의관 : (밀며) 얼른 가 임마... 너... 가서.. 가족 찾아야 하잖아.
성모 : ...!! (눈물 고인다)
군의관 : 임마... 밤에 잘 때... 잠꼬대 좀 그만 해... 뭘 그렇게 자다 우냐..?
성모 : (눈물 흘리며) 형...
군의관 : 나... 울 아부지처럼... 국립묘지엔... 묻힐 수 있겠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스르르 눈감는다)
성모 : 형..! 형..!!
(이때, 또다시 발포된다. 성모, 눈물을 흘리며 도망치는데..!!)
씬34. 준장실
BG Hampton : (Picks up the phone) What? He got away? I want a thorough search of the area!
((수화기를 들고, 영어) 뭐? 놓쳐? 그 일대 샅샅이 뒤져..!! )
I want him found!! (put down the phone aggressively) (꼭 잡아야 해.!! (수화기를 쾅, 내려놓는데)
씬35. 철로변
(용산 역 부근의 철길... 지프차가 한 대 서 있다. 운전석의 부관1과 조필연이 초조하게...)
부관1 : 소령님. 저기...
필연 : ..!! (보면)
(성모가 죽어라고 뛰어오고 있다. 조필연이 지프차 안에서 내리는데..)
필연 : 기밀문서는?
(성모, 숨을 헐떡거리는데 조필연이 성모의 손에 든 서류철을 낚아챈다. 그 내용을 살피는데...)
성모 : .. (멍하게) 군의관님이... 죽었어요.
필연 : 수고했다.. (덥석 안는다) 니가 날 살렸어. 니가 이 나라를 살린 거야.
성모 : (버럭, 울부짖듯이) 군의관님이 죽었다구요..!!
필연 : ... (본다, 태연한 눈빛)
성모 : (운다) 군의관님이... 죽었어요...
필연 : 니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냐.
성모 : .. (멍하게 본다)
필연 : 사람은 누구나 죽어. 어떻게 죽느냐가 문제지. (문서를 들어 보이며) 이게 있으니.. 절대 헛된 죽음이 아니다.
성모 : ... (멍하게)
필연 : 내일 이곳에서 만나자.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될 거다.
(조필연, 성모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지프에 오른다. 승용차가 출발하고... 서서히 멀어지는데...
성모가 넋이 나간 듯이 보다가)
성모 : 야, 이 개새끼야..!! (돌멩이를 집어 던진다) 살려 내..!! 우리 아버지도 살려내고..! 다 살려 내..!! 살려 내란 말야..!!
(주저앉아서 흐느낀다. 고개를 드는데 눈물이 흥건하고... 그 위로...)
씬36. 미팔군 내, 창고 안 (성모의 회상)
(백열 갓등 불빛 아래 조필연이 등을 보이고 서있다. 성모가 다가가면...)
필연 : (등을 보인 채) 내일이 거사 날이다.
성모 : ...
필연 : 이번 임무만 수행하면... 난 중앙정보부로 들어가게 된다. 중정이 어떤 곳인 줄 아나?
성모 : ..
필연 : 국가 안의 작은 국가... 이 나라 권력의 핵심이다. (돌아본다) 나하구 같이 중정에서 일해보고 싶지 않나?
성모 : ...
필연 : 넌 아직 어려서 몰라. 권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난 이 나라의 절대 권력을 등에 지고 이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이 대한민국 안에서는 아무도 날 못 죽여. 그게 미국이든 햄튼이든.
성모 : ..!! (놀라며 본다)
필연 : 그게 바로 권력의 힘이다.
성모 : ... (놀란 채)
필연 : 내 뜻은 다 전했으니... 그만 돌아가 봐라. (돌아선다)
(성모, 가지 못하고 갈등에 쌓인 채.. 조필연이 이상한 듯 돌아본다. 성모, 이를 악문다. 분노로 서서히 눈물이 고여 오고)
필연 :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성모 : ... (핏발선 눈빛) 이번에도... 함정입니다.
필연 : ..!! 뭐?
성모 : 방금... 햄튼의 이야기를 엿듣고 오는 길입니다. 문서 보관실에 있는 건 가짭니다...
진짜는... (분노의 눈물) 마이클 대위의 관사 안에 있습니다.
필연 : ..!!
씬37. 철로변 (현재)
(성모의 눈에 핏발이 선채 눈물이 고여 있다. 그 위로..)
- 인써트
(총에 맞아 죽는 아버지... 이때, 성모의 시선에 들어온 황태섭의 얼굴..!)
- 다시 현실
성모 : 그래.. 지옥 끝까지 따라갈 거다... 아버지를 죽인 또 다른 원수까지... 꼭 찾아내서 내 손으로 죽여주마...
씬38. 다리 밑 천막 안 (그 밤)
(황태섭이 몸을 긁적이며 누워있다. 그 옆으로 박소태와 구두닦이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자고 있고...
강모가 한쪽 구석에서 촛불을 켜 놓은 채 참고서를 들여다보며 공부 중이다. 연필로 공책에 적어가며...)
강모 : 스튜던트... (적어가며) 에스티유디이엔티... 학생... (잠시 생각)
(이때, 그 옆에서 몸을 벅벅 긁던 황태섭이 벌떡 일어나더니)
태섭 : 아, 이놈으 이가 무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네. (강모를 보면)
강모 : ... (열심히 중얼거리며)
태섭 : 너, 잠 안 자구 뭐해? (들여다보며, 의외인 듯) 공부 하냐?
강모 : 주무세요.
태섭 : 마, 그러다가 불 나. 구두나 잘 닦을 일이지, 어울리지 않게... (눕는다)
(강모, 책을 덮더니 촛불을 끈다.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는데..
다시 일어나는 태섭... 강모가 보던 참고서를 집어 들더니 뒤적거려 본다)
태섭 : 지독한 놈... 이두 안무나...
씬39. 만보건설 사무실 안/밖
(조심스럽게 열리는 문... 강모가 고개를 내밀고 들여다본다. 손에 호떡 봉지가 들려져 있고...
정연이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다.
강모, 다가와서 물끄러미 보는데... 인기척에 놀란 정연이 잠에서 깨며..)
강모 : 너, 진짜 집에 안 갔냐?
정연 : .. (눈 비비고) 왜 왔어?
(강모, 호떡 봉지를 정연 앞에 내놓는다)
정연 : (새침하게) 나 호떡 싫어해.
강모 : 너 저녁두 안 먹었잖아.
정연 :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 죽겠거든?
강모 : 먹든 말든 맘대로 해라... (소파에 벌렁 눕는다)
정연 : 안가구 왜 누워?
강모 : 지금 다리 밑에 가봤자, 좁아서 잘 데두 없어. (눈을 감는다)
정연 : 야, 남녀칠세부동석인 거 몰라?
강모 : 친구 사이에 남녀가 어딨냐?
정연 : 이강모... 혹시 너 나 좋아해?
강모 : 야..! (벌떡 일어나 앉으며) 넌 니가 이쁘다고 생각하냐?
정연 : ...
강모 : 난 얼굴 예쁜 애가 좋거든.
정연 : 이게 증말... 너 얼른 안 나가.
씬40. 동, 문 밖
(강모, 피식 웃으며 나온다. 가려다가 잠시 걱정스럽게 문 쪽을 보며.. 강모, 가지 않고 문에 기대어 앉는데..)
씬41. 동, 사무실 안
(정연, 바깥쪽을 확인해 보고는 호떡을 한 개 집어 든다. 한 입 베어 무는데 불이 꺼지며.. 정전이다. 정연, 놀라서..)
정연 : 엄마야..!!
(정연이 비명을 지르며 뒤쳐 나가는데 강모가 뛰어든다. 부딪치는 두 아이... 정연이 강모의 품에 안긴 채로...
강모, 품에 안긴 정연을 보며 가슴이 콩닥거리는데 정연이 확 밀어젖히며.. 강모,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며..)
강모 : 정전인거 같은데?
- 동, 사무실 안 (시간 경과)
(정연이 촛불을 들고 있다. 강모가 두꺼비 집 스위치를 켜보는데 여전히 암전인 실내...)
강모 : 안 들어오는데? 너, 그냥 잘 수 있지?
정연 : ...
강모 : 갈게... 잘 자라.
(강모가 가려는데 정연이 강모 옷자락을 잡고 놓지 않는다. 강모, 그런 정연을 보면...)
정연 : ... 잘 데 없다며... 내가 인심 쓸게. 여기서 자.
강모 : ... (피식 웃는)
- 시간경과
(창으로 스며드는 달빛... 정연, 소파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고...
강모, 바닥에 누워 뒤척이다 일어난다. 정연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강모 : 헛것이 보이나? 왜 얘가 예뻐 보이지? (고개 흔들며) 아냐, 아냐... 못 먹어서 그래... 못 먹어서... (눕는)
씬42. 다리 밑, 천막 안 (다음날 아침)
(아무도 없고... 황태섭이 한 귀퉁이에서 잠들어있다.
이때, 박소태가 손에 작은 항아리를 든 채 화가 나서 씩씩 대며 들어선다)
소태 : 아저씨.. 일어나 보세요... (버럭) 얼른요..!!
태섭 : ...? (뭔 일인가 싶어서) 어린놈이 왜 아침부터 소릴 빽빽 지르구 그래, 버르장머리 없이?
소태 : 내 돈, 어딨어요?
태섭 : 뭐?
소태 : (항아리 들어 보이며) 여기 들어있던, 내 돈 어딨냐구요..!
태섭 : 마, 걸 왜 나한테 물어?
소태 : 이거 훔쳐갈 사람, 여기 아저씨밖에 더 있어요?
태섭 : 이놈이 생사람 잡네? (일어선다) 니 놈 눈에, 내가 코 묻은 돈이나 훔쳐 갈 사람으로 보여?
소태 : 그러구두 남죠.
태섭 : 근데, 이놈이 확, 그냥..!! (때릴 듯이)
소태 : ... (움찔)
태섭 : 한번만 더 도둑놈 어쩌구 그러면 너, 내 손에 죽어. 알았어?
소태 : 에이 씨.. (나간다)
씬43. 동, 천막 밖
(소태가 나오는데 강모가 서 있다. 소태, 강모를 노려보더니 손에든 항아리를 냅다 바닥에 던져 깨버린다)
소태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임마..! (간다)
(강모, 잠시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고)
씬44. 동 천막 안
(강모, 들어온다. 태섭, 강모를 힐끔 보고는 솥을 열어보고..)
태섭 : 이놈들, 밥풀 하나 안 남기구 다 처먹었네?
강모 : 진짜 아저씨가 훔쳐간 거 아니에요?
태섭 : 그 돈에 손 댔으면 내가 니 놈 아들이다, 됐냐?
강모 : ...
태섭 : 오늘, 연구결과 나오는 날이다. 되든 안 되든, 여기서 사는 거, 나도 오늘 부로 끝이야.
(벌렁 누우며) 얼른 가서 먹을 거나 좀 사와. 배고파 죽겠다.
(강모,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태섭, 몸을 일으키더니 잠시 바깥쪽을 살피고는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과 동전 한 움큼을 꺼낸다)
태섭 : (세어보며) 마, 니들 돈 안뗘먹어. 연구실두 가봐야 되구... 오늘 할 일이 아주 많네.
씬45. 구멍가게 앞, 공중전화
(박소태가 명함 한 장을 손에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
소태 : 여보세요? 대륙건설 홍사장님이시죠? 저기... 제가 황태섭 사장 있는 데를 알거든요?
씬46. 다리 밑, 천막 안
(황태섭이 강모가 사온 국밥을 맛나게 퍼먹고 있다)
태섭 : 니가 어쩐 일이냐? 고깃국두 다 사오구.
강모 : (공책 집어 들고, 적으며) 공짜 아닌 거, 아시잖아요.
태섭 : (먹다가, 강모를 본다) 남들은 다 나보고 망했다구 그러는데... 너, 그 돈 못 받으면 어떡하려구?
강모 : 아저씨, 안 망해요.
태섭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강모 : 땅 다지는데, 연탄재만큼 좋은 거 없거든요.
태섭 : (기분 나쁘지 않고) 니가 박사해라, 임마... (먹는데)
(이때, 건장한 사내 두어명이 들이닥친다)
태섭 : (먹다가 놀라며) 뭐야, 당신들?
(그 뒤에서 나타는 홍기표...)
태섭 : (더욱 놀라서) 너... 홍가 니놈이 여긴 어떻게...?
기표 : (주변을 보고는) 그래두 명색이, 만보건설 사장님이신데... 이런 꼴로 계시다니요.
태섭 : ...
기표 : 우리랑 같이 가시죠. 시청에서,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내들이 황태섭의 양 팔을 잡는다)
강모 : (놀라서) 아저씨..!
태섭 : 놔.. 이거 안 놔? 노란 말야, 이놈들아..!!
기표 : 지금 가서, 도장 찍으셔야 합니다. (사내들에게) 뭣들 해, 얼른 모시지 않고..!
(사내들이 저항하는 황태섭을 끌고 나간다.
홍기표가 대수롭지 않게 강모에게 시선 한번 주고는 밖으로 나가는데..)
씬47. 만보건설 사무실 안
(정연이 황태섭 자리에 앉아서 물끄러미 전화기를 보고 있다. 주영국과 문성중, 여비서가 각자의 자리에서 침울하게..
이때, 강모가 뛰어든다)
강모 : 사장님이 끌려갔어요.
정연 : ..!
영국 : 그게 무슨 말이야?
강모 : 저하구 같이 가실 데가 있어요. 시간 없어요, 빨리요.
정연 : 울 아버지, 지금 어딨어?
강모 : 얼른 시청으로 가 봐. 가서, 절대 도장 찍지 말구 버티시라구 그래.
정연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강모 : 나중에 설명할게. 아무튼, 무조건 시간을 끄시라구 그래, 알았지? (영국에게) 빨리 가요, 아저씨..!
영국 : 어, 그래.. (성중에게) 정연이 데리고 얼른 시청에 가 봐.
(주영국과 강모가 급히 사무실 밖으로 간다. 정연, 걱정스럽게...)
씬48. 시청, 회의실
(‘남서울 공유수면 매립지 건설주 정기회의’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건설사 사장들이 회의석상에 모여 있고...
한명석이 앞에 나와서 회의를 주재중이다)
명석 : 곧 감사가 시작됩니다. 구비서류가 준비되지 않은 관계로, 반포 매립지를 대륙건설에 이양하는 문젠,
부득이 하게 감사가 끝난 이후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기표 : (나타나며) 그 문젠, 오늘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황태섭이 사내들에게 이끌려 회의장에 나타난다. 사람들, 동요하는데.. 태섭, 한명석 앞에 끌려오자...)
명석 : ... (보다가) 더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태섭 : .. (못마땅하게)
명석 : (서류를 꺼내든다) 인감도장이 없으면 지장이라도 찍어 주시죠.
태섭 : 매립지 공사문젠, 제가 다 해결했습니다.
명석 : 토사를 구하셨습니까?
태섭 : 예..
좌중 : .. (웅성거린다)
기표 : 거짓말입니다. 회사가 부도가 날판에, 무슨 돈으로 토사를 구한단 말입니까?
태섭 : 토사 대신... 매립지를 메울 수 있는 자재를 구했습니다.
좌중 : ... (또다시 웅성거린다)
기표 : ..! (당황한다) 말도 안 됩니다. 토사 대신, 대체 뭘로 매립지를 메운단 말이오?
명석 : 말씀해 보세요. 황사장님이 구하신 그 자재가 뭡니까?
태섭 : 연탄잽니다.
명석 : 연탄재요?
태섭 : 예... 쓰레기장마다 지천에 널린 연탄재를 활용하면 됩니다.
(건설사 사장들이 일제히 와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홍기표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씬49. 연구소, 소장실 안
(연구소장이 돋보기를 쓰고 연구결과 서류를 훑어보고 있다. 강모와 주영국이 와 있고... 소장이 서류를 덮으며...)
소장 : 황태섭 사장님은...?
영국 : 바쁜 일이 있어서... 저희가 대신 왔습니다.
강모 : 연구결과, 어떻게 됐어요?
소장 : 누군데 니가 그걸 묻냐?
강모 : 전.. (하다가 말문 막히자)
영국 : 연탄재 아이디어를, 이 아이가 냈답니다.
소장 : ...! (돋보기를 올리고는 강모를 본다) 니가?
강모 : 예, 제가 사장님한테 말씀드린 거예요.
소장 : .... (다시 서류를 보는데)
강모 : 연탄재로, 매립지 매울 수 있는 거죠? 그쵸?
소장 : (서류를 넘기며) 매립지는 무엇으로도 다 메울 수 있어. 그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가 문제지...
씬50. 시청, 회의실 안
(황태섭이 좌중의 건설사 사장들에게...)
태섭 : 이 문제만 해결되면, 더 이상 토사 문제로 골머리를 썩을 일이 없을 겁니다.
또 쓰레기문제까지 해결 할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큰 이익입니까?
기표 : 이것보세요, 황사장님. 아무리 궁해도, 기업가로서의 양심을 팔아서야 되겠습니까?
태섭 : 양심을 팔다니?
기표 : 연탄재 위에 집을 지었다가 나중에 폭삭 주저앉으면, 그 소중한 인명 피해는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
태섭 : 그러니깐, 연구결과가 오늘 나온다구 그랬잖아.
기표 : (명석에게) 더 이상 얘길 듣는 건 어리석은 일 같습니다. 어서 도장을 받아내십시오.
태섭 : 지금쯤 연구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실효성이 없다고 그러면, 다 포기하고 당장 도장을 찍겠습니다.
기표 : 여기 계신 분들, 다 바쁘신 분들이에요. 도대체가 납득이 가는 말씀을 하셔야죠.
태섭 : 지금 전화 한통이면 알 수 있습니다.
(한명석이 한쪽에 있던 전화기를 집어 들더니 단상 앞에 탁 놓는다)
명석 : 지금 당장 알아보세요.
(잠시 좌중을 보는 태섭... 모든 사람의 이목이 태섭에게 집중되어 있다.
잔뜩 긴장하며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는데... 신호가 가더니..)
태섭 : 거기, 지질연구소죠? 소장님 좀 바꿔 주십시오.
좌중 : .. (태섭을 본다)
태섭 : (당혹) 예? 안계시다고요? (수화기 바꿔 들며) 제가 지금 아주 급합니다. 어디 계신지라도 알려주시면...
(하다가, 버럭) 이것 봐요..! 지금 사람이 죽게 생겼단 말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다가)
(황태섭이 망연하게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좌중의 차가운 눈빛들... 홍기표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명석 : 실망이군요. 황사장님을 이렇게 까진 안 봤는데...
태섭 : 조금만.. 조금만 더 말미를 주시면...
명석 : (계약서를 내민다) 찍으세요.
태섭 : ... (체념하는 척 하다가)
(태섭, 냅다 도망친다. 사내들이 황태섭을 덮치며 찍어 누르는데.. 태섭, 바닥에 쓰러진 채 발악하는데...
이때, 정연이 문성중과 함께 회의실로 급히 들어서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정연 : 아버지..! (달려들더니 사내들을 밀치고) 아저씨들, 뭐야? 울 아부지가 뭔 잘못을 했다구 이래..!!
태섭 : 너, 여기 왜 왔어?
정연 : (울먹) 아부지...
기표 : 더 이상 험한 꼴 보이지 마시고, 어서 도장 찍으세요.
정연 : 찍지 마. 무조건 버티라구 그랬어요.
태섭 : ..? 누가?
정연 : (자신 없게) 강모가...
태섭 : 강모? 구두 닦는 그 놈 말이냐?
정연 : 응... 어떡하든 시간을 끌어 보라구...
태섭 : ... (잠시 생각하다가, 일어선다) 한 시간 만... 딱 한 시간만 더 기다려 주시오.
(명석, 한쪽에 걸린 벽시계를 본다. 두시다.)
씬51. 달리는 차 안
(주영국이 운전 중이고 조수석에 강모가 타고 있다. 뒷자리에 소장이 타고 있고..)
소장 : 멀미 날 것 같으니깐 좀 천천히 갑시다.
강모 : 안돼요. 빨리 가세요, 더 빨리..!
영국 : 나보구 날아가라는 거냐? (엑셀을 더 밟는데)
씬52. 회의실 안
(시계가 세시를 가리키고 있다. 건설주들이 저들끼리 수군대고 있고...
정연과 문성중이 한쪽에서.. 단상에 황태섭이 한명석과 홍기표들과 함께 서 있고..)
명석 : 시간 다 됐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군요.
(한명석이 계약서와 지장을 내민다. 태섭, 풀이 죽은 채 잠시 정연을 보다가 지장에 인주를 묻힌다.
잠시 계약서를 보는데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태섭, 이를 악물며 꾸욱 눌러 찍는데..)
정연 : (울먹) 아버지...
성중 : 사장님...
좌중 : ... (웅성거리는데)
기표 : ... (만족스럽게 계약서를 보고는, 태섭에게) 반포지구는 걱정 마세요. 황사장님 몫까지... 제가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태섭 : ... (노려보다가, 힘없이 정연에게) 그만 가자..
(이때, 강모가 주영국과 소장과 함께 급히 들어선다)
강모 : 결과 나왔어요..!!
태섭 : ..! 소장님?
소장 : (다가온다)
태섭 : 어떻게 됐습니까?
소장 : (플랜카드를 보고는, 명석에게) 지질 연구소 소장입니다. 잠시 단상에 좀 올라가두 되겠습니까?
명석 : 그러시죠.
소장 : (단상에 오른다, 좌중 한번 보고) 며칠 전에 여기계신 황사장님한테, 연탄재로 매립지를 메울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마침 건설 하시는 분들이 다 모여 계시니 여기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좌중 : ....
태섭 : (긴장 한 채)
소장 : 실험 결과... 일반 모래와 자갈보다도 연탄재의 수분 흡수율이 아주 높았습니다. 점도와 강도면에서도 그렇고...
(태섭을 보며) 연탄재는 토사를 대용할 수 있는, 아주 우수한 건설재료입니다.
(사람들이 다 놀란다. 황태섭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사장1 : 그럼, 이제 우리두 토사 걱정 안 해두 되는 거잖아?
사장2 : (벌떡 일어서며) 됐어..! 우리도 이제 살았어..!!
사장3 : 고맙소, 황사장..! 이게 다 황사장 덕분이야..!
사람들 : .. (환호하는데)
명석 : ... (놀란 채)
기표 : (당황하며, 명석에게) 이미 계약서에 도장은 찍혔습니다. 반포 매립지공사는 예정대로 우리 대륙건설이 맡아서 하겠습니다.
사장1 : 그런 법이 어딨소? 당연히 만보건설이 맡아야지.
기표 : 계약은 계약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국장님?
사장2 : 그깟 계약서가 다 무슨 소용이야?
사장3 : 안되면 소송 거세요, 황사장. 우리가 다 황사장 편에 서서 증인이 되겠소.
기표 : 한국장님..!
(한명석이 계약서를 찢는다. 태섭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고...)
기표 : 무슨 짓입니까?
명석 : 이번 일은 홍사장님께서 양보하셔야 되겠습니다.
기표 : 예?
명석 : (태섭에게) 토사 문제를 해결하셨으니.. 아주 큰일을 하셨습니다. 반포 매립지 사업.. 황사장님께서 마저 끝내주십시오.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온다. 태섭, 눈물이 고인 채 강모를 보는데)
강모, 그제야 미소 지으며... 정연이 그런 강모를 보며...)
씬53. 황태섭 집, 마당 (저녁)
(남숙과 정식이 문을 열어주면 황태섭이 정연과 함께 들어선다. 남숙이 황태섭의 품에 안기며..)
남숙 : 여보..! (안기고)
정식 : (안긴다) 아부지..!
남숙 : 얼굴이 이게 뭐야? (눈물 찍어내며)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됐네.
정연 : ... (눈살 찌푸리며)
남숙 : 얼른 들어가, 여보. 내가 당신 좋아하는 갈비찜 해놨어.
태섭 : (대문 밖에다가) 안 들어오구 뭐해?
(강모가 들어선다)
남숙 : 이 거지같은 앤 뭐야?
태섭 : 들어가자. (들어가고)
남숙 : (따라 들어가며) 얘, 너 씻지두 않구 어딜 들어가, 드럽게?
씬54. 동, 거실
(갈비찜이며 잡채며 한상 딱 부러지게 차려져 있다.
황태섭과 강모와 정연, 정식이 앉아서 식사중이고... 태섭이 밥 대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고...
강모, 눈치 보며.. 이때, 남숙이 국을 내오며...)
남숙 : (국을 내오며) 왜 또 술이야? 얼른 식사부터 하시지..
(강모를 보고) 전에 식모 하나 구해 달랬더니... 머슴두 아니구, 왠 남자애를...
강모 : 저, 사장님 댁 머슴살이 할 생각 없어요. 장부에 적힌 돈이나 갚아 주세요.
태섭 : 얼만데?
강모 : 삼천 원이 조금 넘어요. 사장님 땜에 일 못한 것까지 치면.. 이자까지 오천 원은 주셔야 돼요.
태섭 : 못준다.
강모 : 네?
정연 : 아버지..?
태섭 : 아무리 악덕 사채라도 며칠 만에 이자가 그렇게 붙는 건 없어.
강모 : (기가 막혀서) 아무리 그래두...
태섭 : 대신, 너 학교가라.
강모 : 예?
정연 : ..! (놀라서)
태섭 : 중학교 보내 줄 테니깐, 여기 살면서 공부 해.
남숙 : 여보? 미쳤어요? 피가 섞인 것도 아닌데 우리가 왜 얘, 뒷바라지까지 해줘요? 그냥 달리는 돈이나 줍시다.
태섭 : 내가 결정한 거에 토 달지 말어..!
남숙 : 여보...
태섭 : 어허, 이 여편네가..!
강모 : 됐어요. 학교는 제가 벌어서 갈 거예요.
태섭 : 너두, 인마, 토 달지 마..!!
강모 : ...
태섭 : 얼른 밥 먹구, 짐 챙겨서 들어 와.
(남숙, 기가 막혀 하는데... 정연, 내심 기분 좋다, 강모를 보며 미소 짓고... 정식, 강모를 노려보는데..)
씬55. 요정집 마당 (밤)
(홍등이 화려하게 걸려있다.
말쑥한 양복 차림의 조필연과 고재춘이 서 있고... 기생의 안내를 받으며 햄튼과 마이클이 다가온다)
필연 : 들어가시죠. 기다리고 계십니다.
BG Hampton :.. (an angry stare to Cho, Pil Yeon.) (조필연을 노려보고)
씬56. 동, 밀실 안
(오병탁이 있다. 조필연과 고재춘이 있고... 햄튼과 마이클이 마주 앉아 있다)
병탁 : 거, 콧대 한번 사납게 생겼구만... 통역 누가 해?
필연 : 저... 한국말 잘하십니다.
병탁 : (당혹) 어? 그래?
BG Hampton : (한국말로) 햄튼 준장입니다.
병탁 : (헛기침 한번 하고) 나, 공화당 오병탁 의원이오. 뭐, 서로 알거 다 알 테니깐 단도직입적으로 말합시다.
BG Hampton : ...
병탁 : 이번에 우리가 입수한 그 문서 말입니다. 참 충격적인 내용이더군요.
BG Hampton : ...
병탁 :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구실로 내세웠던 그 통킹만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내용과는 다르더군요.
BG Hampton : Stop. (그만 하시죠.)
병탁 :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아마 미국 정부는 세계의 언론들로부터 몰매를 맞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일 거고...
BG Hampton : Stop it! (그만 하십시오.)
병탁 : 누군가가 베트남 전쟁에 관한 진실을 작성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닉슨정부도 당신들을 가만 두지 않을 거요.
BG Hampton : (한국말로) 원하는 게 뭡니까?
병탁 : ..
BG Hampton : There must be a reason why you’re doing this to me. (당신들이 이러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병탁 : 미군 첩보부가 가지고 있는 차명계좌 명단을 내놓으시오.
BG Hampton : ..
병탁 : 남서울 개발은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젝트요.
우리가 차명으로 땅을 사든 말든, 당신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란 말이오.
BG Hampton : ...
병탁 : 그 명단을 가지고, 대선 때 우릴 흔들 생각이라면 애초에 포기 하시오. 아시겠소?
BG Hampton : Give me the document. Then, I will give you the list.
(기밀문서부터 내놓으시오. 그럼, 우리도 명단을 내놓겠소.)
병탁 : 아, 거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대선이 끝나고 나면 그때 돌려 주리다.
그때까지 딴 생각 말고,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만 있으면 됩니다.
BG Hampton : Fine. Make sure no one else knows about this document.
(알겠소... 대신, 당신들도 그 문서에 관해서 기밀을 유지 해 주시오.)
병탁 : 얘기 끝났으면 바쁘실 텐데 그만 돌아가 보십시오.
(BG Hampton stands up and looks at MAJ Cho for a while. BG Hampton leaves the room and CPT Michael follows.
(햄튼, 일어서서 잠시 조필연을 보더니 밖으로 나간다. 마이클이 따라 나가고...) )
병탁 : 수고했어. 한잔 해. (술을 따라준다)
필연 : ... (받으면)
병탁 : 내일, 중정부장을 만나봐. 자네 자리, 만들어 놨을 거야.
필연 : 고맙습니다, 선배님... (마신다, 눈빛)
씬57. 황태섭 집, 마당 (낮)
(짐 가방을 든 강모가 발밑에 난 창문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창고로 쓰던 반 지하방이다. 남숙과 정식이 있고...)
남숙 : 때 되면 연탄두 갈구, 마당 청소며 쓰레기 버리는 거 다 니 일이야.
강모 : ...
남숙 : 잘 때 문단속 하는 것도 잊지 말구. 밥값 제대루 하려면 부지런해 돼, 알았어?
강모 : 예...
(남숙이 들어가면 정식이 앞에 나선다)
강모 : (손 내밀며) 반갑다. 난 이강모야.
정식 : 치워... 더러운 머슴 새끼 주제에... (방으로 들어가고)
강모 : ... (씁쓸하게)
씬58. 동, 반지하방
(들어서는 강모, 방 안을 둘러보는데... 아직 덜 치워진 채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다.
강모, 벌러덩 눕는데... 정연이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인서트
(사무실에서 정전이 되며 정연이 강모에게 안기는 모습...)
- 다시 방안...
강모 : 왜 또 헛것이 보이지? 분명히 잘 먹었는데? 갈비도 먹구?
(강모,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보다가 다시 정연 생각... 미소가 번지며..)
씬59. 조필연 집, 전경 (밤)
(깔끔한 양옥집이다)
씬60. 동, 거실
(조필연과 재춘, 성모가 양주를 마시고 있다. 조필연의 아내인 양명자가 과일을 깎고 있고...)
재춘 : (술 따르며) 감찰부 실장님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필연 : .. (기분 좋게 술 받는데)
명자 : 감찰부가 뭐하는 데에요?
재춘 : 중앙정보부에서도 제일 무서운 곳입니다.
명자 : 위험하구 그런데 아니에요?
필연 : 당신은 알 거 없어. (성모에게) 너도 한 잔 해라.
성모 : 예... (술 한 모금 마시는데)
(이때, 조필연의 아들 조민우가 들어선다)
민우 : 다녀왔습니다.
필연 : 어, 민우 왔냐? 인사해라. 당분간 너하구 같이 이층을 쓸... (성모에게) 이름을 뭐라고 지었다고 했지?
성모 : 이성모입니다.
필연 : 아 참, 이성모라고 그랬지? (민우에게) 앞으로 친형같이 지내거라, 알겠니?
민우 : 예, 아버지.
성모 : 잘 지내보자.
민우 : (외면하듯) 저 올라가서 공부할게요. (간다)
성모 : ... (민우 보는데)
씬61. 이층, 방안
(성모가 들어선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책상 위에 가족사진 액자가 놓여 있다.
조필연과 명자, 민우가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고 찍은 사진이다.
성모, 액자를 들고 물끄러미 보는데 거실 쪽에서 조필연 웃음소리가 들린다.
성모의 눈빛이 이글거리며... 그 액자를 탁 엎어 놓는데..)
씬62. 황태섭 집, 반 지하방 (다른 날 아침)
(책상이 놓여있고... 말끔하게 치워진 방안...
강모가 교복차림으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멋들어지게 모자를 쓰며 흐뭇하게 보는데...
이때, 정연이 창문으로 내려다보며)
정연 : 야, 너 첫날부터 지각할거야?
강모 : 어, 금방 나갈게.
(강모, 급히 가려다가 다시 거울 앞에서 교복차림의 모습을 한번 보고는...)
씬63. 버스 정류소 / 버스 안
(등교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는 버스 안...
민우가 손잡이를 잡은 채 한 손으로 책을 보고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정식과 체육부장들..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강모가 올라타서..)
강모 : (차장에게) 누나, 잠시 만요..! 정연아 빨리 와. 빨리...
정연 : (달려 와 올라타며) 휴... 살았다. (강모 보고 씩 웃는데)
(이때, 급출발 하는 버스..!
정연,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민우와 부닥치더니 같이 엎어져서 포개진다. 민우가 정연 밑에 깔리고...
남자 아이들 휘파람 불고... 정식, 쌤통이다, 하는 표정으로...
강모가 얼른 다가와서 일으켜주며...)
강모 : 정연아 괜찮아?
정연 : 어... (얼른 옷매무새를 고치는데)
민우 : (일어나 옷 먼지 툭툭 털어내며)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정연 :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여자애가 조신?
민우 : (찌푸리며) 치마 입었으면 조심해야지. 아마 여기 있는 남학생들 니 빤스, 다 봤을 걸. (강모에게) 너도 봤지?
강모 : ... (당황하고)
민우 : 얼굴 빨개지는 거 보니깐, 봤네.
강모 : 너, 맞기 싫으면 입 다물어.
민우 : 니가 날 때려?
(민우, 가소롭다는 듯이 주변을 보면 아이들이 웃는다. 이내, 굳어지며 강모를 노려보는 민우...
지지 않고 바라보는 강모의 눈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