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동래역 인근에 그 '집'이 있다. 수제 고로케 전문점- 맛있는 고로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봤다. 과연! 서 있는 줄이 10m가 넘었다. 그날 준비된 고로케는 순식간에 동이 났고, 일부는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흔한 게 동네빵집이요 널린 게 고로케 빵인데 이 집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젊은 부부가 꾸리는 이 고로케 집은 운영방식이 독특했다. 영업시간은 낮 12시30분부터 다 팔릴 때까지. 한 명 에 8개 이상은 안 판다. 그날 만든 고로케(500개)가 다 팔리면 무조건 영업 끝-.
성공 비결은 어쩌면 단순했다.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선착순 한정판매. 판매 원칙은 주인이 정한다. 정해진 시간에만 판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사 먹도록 한다…. 고객의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한 고도의 스토리텔링 전략이다. 이를테면 '한정판매'라는 전략이 판매 대박을 이끌어낸 셈이다.
우리 주변에 입맛 당기는 이야기는 많다.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라틴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뜻)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하긴 인류의 역사가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효용과 가치는 현대사회에서 더 커지는 느낌이다. 장소(공간), 상품, 음식, 사람 그 무엇이든 이야기가 엮이지 않으면 팔리지도, 먹히지도 않는다.
통영 꿀빵, 경주 황남빵, 일본 나가사키 카스테라 등은 그 이름만으로 장사가 되는 빵들이다. 경북 예천군이 개발한 '토끼간빵'은 현대판 별주부 신화다. 예천군 용궁면에 전해지는 '별주부전' 설화를 끌어내 '용왕도 먹어보지 못한 토끼간을 용궁에서 맛볼 수 있다'고 풀어냈다. 2012년 여름 출시된 토끼간빵은 지금까지 5억원어치 넘게 팔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빵' 터졌다.
6·4지방선거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한 어윤태 영도구청장을 얼마 전에 만났더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도가 그동안 세 다리로 뛰었는데, 이제 네 다리로 뛰잖아. 저 봐, 영도다리, 부산대교, 남항대교 세 개에다 최근 부산항대교가 개통되니까 다리 네 개가 되었지. 옛 영도 국마장에서 자란 절영마(絶影馬)가 비로소 맘껏 달릴 수 있게 된 거야."
이런 게 스토리텔링이다. 듣고 있으면 빨려든다. 상상샘이 자극된다. 문제는, 이야기가 이야기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 이야기를 담을 그릇, 비빌 언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절영마를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든가 교육자료 또는 영화나 소설로 빚어내야 한다. 마을기업, 사회적기업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사회적 가치나 공유경제는 이야기를 통해 퍼져나간다.
풍수와 미신을 믿지 않는 편이지만 때로 혹할 때가 있다. 영도 봉래산을 갈 때마다 가지는 생각이다. 영도 사람들에게 봉래산이 발복(發福)의 원천이라는 것을 최근 알았다. 2009년 6월 봉래산 꼭대기에 박혀있던 일제의 쇠말뚝이 뽑혔다. 이후 주민들은 '좋은 일'이 생길 것을 간구하며 해마다 봉래산 발복제를 지내고 있다. 발복제가 지역 공동체 회복의 계기가 되고 새로운 지역문화가 된다면 봉래산 영도할매도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 영도할매의 영험은 영도 사람들의 삶 자체이자 그 너머다.
영도다리가 들리고 난 후 중구만 덕을 본다고 야단이지만, 영도에도 기회는 있다. 봉래산은 물론 영도 곳곳에 다양한 스토리 자원들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조엄의 고구마 전래를 모티브로 설립한 '조내기 고구마(주)'와 해풍 맞은 '개똥쑥 막걸리'(태종대식품) 등이 마을기업으로 쑥쑥 자라고 있는 건 희망이다. 한국 근대조선의 싹을 틔운 대평동의 깡깡이 골목과 굳센 금순이들이 살면서 장엄한 풍경을 지켜낸 영선2가 흰여울문화마을의 벼랑 위 꼬막집들은 때묻지 않은 스토리 원석들이다.
영도뿐만 아니라 부산 도처에는 요리만 잘 하면 경제가 될 스토리 원석들이 널려 있다. '스토리노믹스'(Storinomics·이야기 경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야기를 요리하는 솜씨가 떨어지고 이야기 그릇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자갈치빵(부산해물빵)'이 시판되고 있고, '해운대 하이빵' '달맞이빵'이 나온다지만 반응이 싱겁다. '이야기 한방'이 보이지 않는다. 달리 보면, 이는 부산관광의 현주소다. 부산을 대표하는 캐릭터나 기념품, 문화상품이 없다는 것은 이야기 산업, 관광산업이 부실하다는 말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일자리 시장'이 될 것을 역설했다. 어디서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대기업을 유치하고 공단을 세워야만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맛있는 고로케 하나, 참신한 캐릭터 하나, 이야기가 녹아든 빵 하나, 감동적인 문화상품 하나가 일자리를 만든다. 이야기를 파는 마을기업들이 늘어나야 공유경제의 웃음꽃이 핀다. 새 시장은 이런 데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부산이 살맛 나는 도시로 바뀐다.
첫댓글 고로케가 고로케 맛있는 집?
8개 이상 안파는 집...
누이애단팥빵집 - 천연발효종(?)을 이용한다던가요?
암튼 오랜시간을 줄서야 하고 8개이상 안팔고 크기도 좀 작고,
그럼에도 일반 빵집보다 비싸구요.
그만큼 맛있나요?
네
맛있어요(저만...)
우리집식구들은 뭐 그저 그렇다는반응이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