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에 서울에서 결혼식이 있다. 염색할 때가 되어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조금만 더 참고 있다가 하자고 벼르고 있었다. 염색하고 2주 정도면 벌써 희끗한 머리카락이 살짝 보인다. 조금 버티다가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거울을 볼 때면 지저분하고 낯빛이 어두워도 참고 있었다.
서울에, 첫눈이 내리고 기온도 내려가서 이제는 겨울이 왔구나! 느낄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얼굴이 까칠해 보인다. 염색할 시기도 지나고 머리도 정돈할 때가 지나서 지저분해 보인다. 주말에 시댁으로 김장하러 가는데 까칠한 모습으로 가는 것보다는 산뜻하게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시어머님은 며느리의 긴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어머니를 뵐 때는 머리를 질끈 묶는다. 구순이 훨씬 넘으신 연세에도 본인의 머리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새댁 때부터 지금까지 단발로 기르신다. 어머님도 여자라서 그런지 솔직한 속마음을 모르겠다. 가끔은 볼 때마다 그러시니까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미용실 가는데 이렇게 생각이 많아서야, 하면서 혼자 웃는다. 미용실에는 벌써 연탄난로를 설치했다. 따스한 온기가 마음까지 전해졌다. 연탄 한 장에 얼마인지 물었다. 850원이라고 한다. 요즘도 연탄 가게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올해 연탄 가게 하나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예전에 연탄가스를 맡고 병원에 실려 간 이야기며 연탄으로 밥을 해 먹고 연찬 집게를 놓고 밥을 뜸 들이던 자취생의 이야기까지 오래된 연탄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했다. 요즘은 한꺼번에 연탄을 들여놓는다고 한다. 겨울을 나려면 백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염색하고 머리카락도 정리했다.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기분까지 가벼워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떡집에 들려서 떡국을 사 왔다. 여름에는 더워서 가래떡을 뽑지 않았는데 이제 찬 바람이 부니까 다시 가래떡을 만든다. 떡국을 좋아한다. 특히 연말에는 더 생각나는 음식이다. 긴 겨울 동안 우리 집 식탁에 자주 오를 사랑하는 음식이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한층 싱싱하다. 계단을 오르는데. 아래층에 사는 이웃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예요’ 한다. ‘칭찬이 맞지요?’ 하니까 ‘그때보다 더 예뻐졌어요’ 한다. 언제나 예쁜 말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