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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하남현
관심
‘고령화 대응 매뉴얼’ by 머니랩
고령화는 한국에서 상수가 된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72년 한국은 인구의 절반(47.7%)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잠재성장률 하락, 연금 고갈 등 암울한 우려가 넘치는 이유다. 고령 사회는 ‘예정된 재난’이 됐지만 정작 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구체적인 매뉴얼(지침·안내)은 많지 않다.
머니랩은 세대별로 고령화 대응 매뉴얼을 점검해 봤다. 20대라면 고령화 시대를 전제한 ‘100배 투자법’을, 40대라면 평생 마르지 않는 현금 흐름을 만드는 법 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인생에 아주 늦은 때란 없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고령화도 훌륭한 투자 기회가 되고, 은퇴 뒤에도 건강만 지키면 되는 ‘120세 시대’를 누릴 수 있다.
[목차]
1회 10억 모아서 은퇴 걱정 없다? 120세까지 살면 어쩔 겁니까
2회 딸아, 네가 살 세상의 절반은 노인이다…자산 900% 불릴 전원주式 투자법은?
3회 1억 모아 월 100만원 돈줄…4050 꼭 필요한 노후 설계법
4회 건강도 상속도 챙겨준다…은퇴 후 내 몸, 내 돈 맡길 곳 찾기
5회 22조 달러 글로벌 ‘장수 시장’ 공략법
인생 황혼기를 어디서 보내야 할까? 단지 연명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찾는 건 노후 준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엔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력을 지닌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등장으로 노후 주거지에 대한 취향이 달라지고 있다. 의료시설은 물론 각종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접근성도 좋은 도심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62.8%가 노후 거주 지역으로 도심지 혹은 도심지 근처 중소도시를 꼽았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시니어케어 시장의 확대와 금융회사의 대응』2023년)
이런 변화에 맞춰 머니랩 ‘고령화 대응 매뉴얼’ 4회는 (예비) 은퇴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주거 시설을 살펴봤다.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며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이 중심이다. 주거 시설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자산 관리와 자산의 세대 이전을 도와줄 신탁 서비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Point 1 도심에 보증금 3000만원 실버타운
-머니랩이 가본 ‘평창 카운티’
📍Point 2 내게 맞는 실버타운 찾기
-실버타운 선택 전 체크 포인트
📍Point 3 부자 전유물? 나도 활용할까
-은퇴자에 유용한 신탁 활용법
평창동에 보증금 3000만원 실버타운
지난 12일 찾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KB 평창카운티’. 언뜻 보면 고급 빌라 같은 이 건물은 164채 규모의 실버타운이다. KB라이프생명의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어 아직은 입주민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창카운티 전경. 사진 KB골든라이프케어
60세 이상이 입주하는 만큼 시니어를 고려한 여러 장치가 눈에 띄었다. 주거 공간에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침대 오른쪽 벽의 ‘응급콜’ 버튼이 있다. 또 침대 머리맡 위에는 건강모니터링 센서가 달려 있다. 거주자의 호흡과 맥박,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장치다. 이는 데이터베이스(DB)화 되는데, 상주하는 간호사와 건강 상담할 때 기초 자료로 쓰인다. 실제 이날 한 입주민이 이곳 부대시설인 헬스케어실에서 간호사와 상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관계자는 “지난달 한 방문자가 상담 도중 저혈당 쇼크에 빠졌는데 상주 간호사의 민첩한 대응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며 “그 손님은 그 자리에서 입주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평창카운티 내부 피트니스센터 모습. 사진 KB골든라이프케어
욕조는 높이를 낮추고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 소재를 썼다. 여기에 영양사의 맞춤형 식단, 전담 트레이너의 운동 코칭과 같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소규모 영화관람 시설, 옥상 정원 등 취미 활동이나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군데군데 있었다.
주거공간은 34.3㎡(10.4평)부터 124㎡(37.5평)까지 8개 타입이 있고 월 이용료는 월세와 공동관리비 포함 1인당 290만~429만원이다. 식비와 수도광열비 등은 별도다. 보증금은 3000만원으로 책정됐다(원한다면 상담을 통해 월세를 낮추고 보증금을 더 내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최고급 실버타운의 경우 보증금이 최대 10억원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보증금 문턱은 크게 낮고 월 비용은 고급 실버타운과 비슷한 수준이다.
차준홍 기자
한만기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 시설장은 “고령층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버타운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시설은 갖추되 실내 골프장과 같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시설은 빼는 식으로 비용을 합리화해 실버타운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실버타운 운영 주체가 부실할 경우 고객의 소중한 보증금을 날릴 수 있고, 노년 고객에게는 더 치명적”이라며 “믿을 수 있는 금융회사가 설립한 만큼 운영 안정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상의 이유로 고객이 필요할 경우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서울 위례와 서초 지역에 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다.
내게 맞는 실버타운 체크 포인트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년 기준)에 따르면 내년에 국내 65세 이상 인구수는 1051만 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선다. 65세 이상이 인구의 20.3%를 차지하는 ‘노인 1000만 명 시대’다. 그런데 국내 실버타운은 2022년 기준 전국에 39곳, 8840가구 규모에 불과하다. 정승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실버타운 시장은 분양형을 중심으로 설립이 늘었다가 2015년 분양형 제도가 폐지되면서 신규 진입이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이에 정부는 2015년부터 ‘임대’만 가능하던 것을 일부 지역에선 ‘분양’ 할 수 있도록 9년 만에 규제를 풀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부산 동구·서구, 경기 가평·연천 등 인구 감소 지역 89곳에 한해 분양형 실버타운을 허용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규제가 완화하면서 실버타운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신한라이프의 요양사업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는 서울 은평구 지역에 2027년까지 실버타운을 완공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어떤 실버타운을 골라야 할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실버타운 선택 전 확인해야 할 점을 정리했다.
💅세대수 : 세대 수가 적은 실버타운은 직원 수가 적고,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낮을 수 있다. 100세대 이상의 실버타운을 선택하는 게 좋다.
💅운영자 : 운영자가 누구인지, 그간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운영자가 경매·부도·파산과 관련이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는 것을 권한다.
💅식단 :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식사를 하지 않아도 정해진 식비를 지불하는 ‘의무식 제도’를 시행한다. 좋은 실버타운일수록 알찬 영양 관리를 수행한다. 식단 확인은 필수다.
💅추가 비용 : 실버타운마다 추가 비용이 조금씩 다르다. 난방비나 전기요금을 따로 청구하기도 하고, 한꺼번에 2년치 생활비를 선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갑작스러운 청구에 당황하지 않도록 추가 비용을 잘 살펴야 한다.
💅안전장치 : 임대형 실버타운 입주 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전입신고 후 구분등기가 돼 있다면 전세권설정 등기를, 구분등기가 안 돼 있다면 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을 권한다.
자산관리는 기본…유언·상속도 맡긴다
평창카운티를 비롯한 주요 실버타운은 다양한 문화 및 여가 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자산 관리 관련 프로그램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만기 시설장은 “고객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자산 관리”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산 관리와 함께 상속 등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졌다. 그런데 이를 일반 개인이 혼자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수요에 따라 국내 신탁 서비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탁은 위탁자(고객)가 법률행위(계약 또는 유언)에 의해 재산을 수탁자(신탁회사)에 이전시키고, 수탁자는 해당 재산을 신탁 목적에 맞게 관리‧처분하는 제도다.
차준홍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0개 신탁회사의 수탁고는 1310조7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86조8000억원(7.1%) 늘었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37조2000억원(50.1%) 증가했다.
이령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일반 대중도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증여와 상속 이슈가 생기게 됐고, 과거 막대한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탁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신탁 상품 종류도 다양화하고 있다. 배우자·자녀에게 재산 승계를 위한 신탁 서비스의 경우 고객 생전에는 본인을 수익자로 한 뒤, 사후에 생전에 정한 가족에게 재산을 승계하는 서비스다. 스스로 장례 비용을 마련해 자녀 세대 및 주변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조 서비스, 보호자 사망 시 남게 될 반려동물을 위해 새로운 부양자가 반려동물 돌봄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 받는 반려동물 신탁 상품 등도 있다.
금융회사 중 신탁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 신영증권이 꼽힌다. 신영증권은 2017년부터 자산 승계 신탁 솔루션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APEX 패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퇴자가 손‧자녀의 임신‧출산‧결혼과 같은 이벤트에 지원해 줄 자금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설계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그냥 주면 용돈이지만 신탁해 주면 손·자녀의 미래 자금이 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은행권의 경우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 KB국민은행의 ‘KB유산신탁’ 등이 주요 신탁 브랜드 및 상품으로 꼽힌다.
차준홍 기자
머니랩은 오영표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본부 전무에게 고령화 시대 신탁 상품의 쓸모에 대해 들어봤다.
고령화에 신탁 상품이 부각되는 이유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치매율도 올라가는 추세다. 평생 쌓아온 재산을 보호하고 본인을 위해 잘 활용하고 싶어하는 고객의 니즈(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배경이다. 이런 니즈를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신탁이다.
은퇴자의 자산과 상속 관련 고민은 주로 무엇인가.
은퇴자금 준비 계획을 세워 행복한 노후를 즐기려는 수요가 많다. 또 상속재산의 경우 절세 계획을 통해 자녀에게 상속 분쟁 없이 재산을 원활하게 분할 이전 되기를 바라는 분이 많다. 이런 고객을 위해 신영증권은 자산 분배 관리 및 인출 플랜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탁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란 이미지가 있는데.
고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은퇴 자산의 보호가 필요하다. 또 상속재산의 규모와 관계 없이 자녀에 대한 차등 상속을 원할 경우 상속 분쟁 예방을 위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탁 상품을 활용하면 질병 등의 이유로 의사 능력이 제한된 상태가 되더라도 은퇴 자산 또는 연금을 본인의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후견계약과 유언대용신탁을 동시에 체결하는 임의후견신탁을 통해 재산뿐 아니라 신상에 대한 관리도 가능하다.
후견계약
후견계약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 사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고, 대리권을 부여하는 계약.
유언대용신탁
누구에게 상속할지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위탁자)이 자산을 금융회사에 맡기면 금융회사가 계약에 따라 생전엔 운용수익을 지급하고, 계약자가 사망하면 계약자가 지정한 사람(수익자)에게 상속을 집행하는 상품.
알면 유용한 신탁 활용 팁은.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경우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전에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다. 기대수명과 은퇴자산 규모에 따라 여행·의료·거주 등에 대한 소비 계획을 세우고, 신탁 상품을 통해 상속 분쟁 예방을 위한 상속 계획을 수립‧이행한다면 삶의 가치를 높이고 의미 있는 은퇴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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