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전의 부품납품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을 받고 납품, 중고품 납품, 짝퉁부품 납품, 훔친 후 재납품, 품질보증서 위조 후 납품, 시험성적서 위조 후 납품 등 비리의 유형도 6가지나 된다. 이렇게 원전비리가 만연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논의가 가능하고 다양한 진단들이 나온 바 있지만 필자는 다음 세 가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첫째, 국내 원자력계의 비밀주의이다. 원자력계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회의원이 요청해도 공개되지 않는 것이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바로 원자력의 발전단가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원전의 발전단가를 요청하는 국회의원이 있었으나 단 한 번도 단가가 계산된 근거가 공개된 적이 없다. 원자력의 경제성에 관한 증거는 밝혀본 적이 없으면서 답만 외우라는 식으로 홍보를 해왔던 것이다.
비밀주의의 또 다른 예는 방사능에 의한 인체 피해에 관한 정보다. 방사능에 의한 인체 피해 관련 정보 역시 답만 외우라는 식으로 홍보되어왔다. 원전 주변 주민에 관한 역학조사 결과에도 수많은 의혹이 있지만 그 의혹을 풀 수 있을 만큼 정보가 공개되어있지 않다. 또한 식품안전을 위한 방사능 기준치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어떤 근거로 정해졌는지에 관한 정보 역시 공개되어 있지 않다.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이 나오고 있는데도 그 방사능 수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안전하며 경제적이다” 라는 홍보에만 열을 올려왔던 것이다. 이런 비밀주의는 원자력계의 문화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납품과 원전건설 등에 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자랑했던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출 역시 수출 조건이 아직도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을수록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규제기관과 피규제기관 담당자, 반말하는 친구 사이도 많아
고리원전 1호기ⓒ뉴시스
원전비리의 두 번째 원인으로 필자는 회전문 인사를 꼽는다. 원자력 전공자 수가 적다는 한계도 있지만 원자력계는 규제기관과 규제받는 기관 사이의 벽이 너무 얇다. 대표적인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직원과 피규제기관인 한수원 직원들이 동창생들로 구성되어있다. 원전에 고장이나 사고가 발생하여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한수원을 방문하는 장면을 보면 마치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과 비슷하다. 서로 얼싸안고 반가워한다. 반말을 하는 친구 사이인 경우도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규제와 감시가 가능하단 말인가?
규제기관에 근무하다가 한수원으로 옮기고 한수원에 근무하다가 규제기관으로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체 예산 중 절반 이상이 한수원에서 지원된다는 사실 역시 규제기관과 한수원의 유착이 발생하는 이유가 된다. 비리사건 중 상당수에서 이런 유착관계가 드러났는데, 한수원 근무하던 사람이 퇴직한 후 납품회사를 차리고 기존의 인맥을 동원해서 납품을 유리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일본 원전 방사능 방출 이후 국내에서도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환경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핵의 얼굴' 가면을 쓰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민이 낸 전기요금이 원전 홍보비용으로
원전비리의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원인을 필자는 “원전홍보”로 판단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은 한해에 약 100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원자력을 홍보하고 있다. 한수원도 자체적으로 홍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전마다 독자적인 홍보관을 갖추고 수십억의 에산을 들여서 다양한 사람들을 원전에 초대하여 숙식을제공하면서 원전을 홍보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국책연구 기관인 원자력연구원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식약처 등 정부기관마저 원자력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홍보의 주된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력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원자력이 경제적이라는 근거도,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근거도 제시되지 않는다. 그저 외우라는 식으로 홍보를 한다. 교과서를 왜곡하기도 하고, 언론을 이용하기도 한다. 많은 전국, 혹은 지역언론들이 한수원과 방폐공단의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러한 홍보를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자력 홍보의 첨단에 서있는 원자력문화재단은 그 운영비가 국민이 내는 전기료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원자력 홍보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년간 약 100 억원의 돈을 국민의 동의도 받지 않고 전기요금에서 빼내어 원자력 홍보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기의 약 70%는 화력발전이 생산한다. 나머지 30% 정도를 원자력이 생산하고 있는데, 원자력의 홍보에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는 일이다. 원자력 홍보 예산은 순수하게 한수원의 예산으로 진행되어야한다.
필자는 원전비리의 해결방안도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정보공개를 철저하게 하고, 회전문 인사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원자력 홍보를 금지하거나 원자력문화재단을 폐지하는 것이 원전비리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비참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