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현란한 제목을 볼 때마다 확인 들어가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을거다. 그런데 분당 100원, 그거 만만한게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고, 삥만 가다가 오링 나는 원리 다들 잘 알잖아? 그래서 본지가 발작적으로 투자를 결심, 그 깊숙한 곳까지 후벼보았다.
자, 그럼 700 전자게임, 그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우리 힘차게 떠나볼까요?! (왼종일 700게임만 했더니 말투가 이렇게 변했다,씨바!)
취재에 사용된 전화기 취재에 사용된 손
'혼신의 힘'을 다한 취재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되겠다
700 전자게임이 뭔데?
예전에 '달려라 코바'란 프로 기억하시는지? 후천적 쌍꺼풀이 인상적이었던 여자가 진행하던 프로로 인기가 장난 아니었다.
코바.기억나지?
코바 카누(위)
코바 행글라이더(아래)
전화를 걸어 전화기의 숫자키로 캐릭터를 조정하는 방식이었기에 졸라 단순한 게임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초의 on line 멀티게임이 가지는 매력에 전 국민이 열광했었다.
웬 코바 얘기냐구? 지금의 700 ARS 전자게임이 대부분 이 '달려라 코바'의 컨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
전화기의 숫자키에 기능을 부여하고 그걸로 게임을 하게 된다. 한 마디로 '화면없는 달려라 코바'란 말씀. '어? 테트리스도 있던데?!' 그래, 나도 그게 제일 궁금하더라. 화면없이 어떻게 테트리스를 한다는 건지.
그래서? 직접 다 해 봤다. 그게 어떤 노가다였는지는 굳이 설명 안하련다. 그거 설명할 기운도 엄써..
700 전자게임,그 변화무쌍한 세계
앞에서 말했듯 700 전자게임은 단순할 수 밖에 없다. 전화기 숫자판 두들기며 하는 게임이 오죽하겠냐구. 이게 얘네들의 운명인데. 이 비극적 운명을 700 사업자들은 멋지게 극복해낸다. 팔자탓 하며 한숨만 쉬고 있는 못난 사람들! 그들의 가상한 노력을 보고 반성해라,졸라!
두더지
전화기의 숫자판이 튀어나올리도 없고. 망치도 없고. 게다가 화면도 없고. 도대체 어떻게 두더지게임을 하겠다는건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게임개시.
그랬더니....전화기 저쪽에서 두더지 목소리가 숫자를 부른다. 그게 튀어나온 두더지다. 그럼 그 숫자 누른다. 그럼 그게 망치다.
'지진아 재활프로그램'도 이것보단 어렵겠다, 씨바! 그걸 우려해서인지 흥미를 더해주는 한 가지 장치가 되어 있다.
두더지가 점점 빨라진다.
미소녀 잡기
오옷! 그래 이거야! 내가 이 나이에 두더지나 잡고 있으랴!
'여긴 미소녀들만 모여 사는 마을~ 자아, 미소녀를 네 것으로 만들어 봐!'
두근거리는 맘을 가다듬으며 홍조를 띈 채 게임 시작.
'아이잉~ 나 5번 방에 있는데~' '아아앙~ 1번방, 나랑 친구하기 싫어?'
미소녀가 자기 있는 방을 가르쳐주면 그 번호를 누른다. 그럼 그 미소녀 잡은 거다. 미소녀를 한참 잡으며 기뻐하다가 잠시 멈칫. 씨바! 이거 두더지잖아! 아니나 다를까 이뇬도 점점 빨라진다.
미로 찾기
그래, 좀 어려워야 할 맛도 나지. '미소녀 두더지'에 맘 상한 본 기자 본격 두뇌게임을 기대하며 게임을 시작했다. 방향조정은 그림과 같이 한다.
1 ↑2 3
←4 5 6→
7 8↓ 9
* 0 #
이내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왼쪽에 목욕탕, 오른쪽에 슈퍼, 뒷쪽에 약국!'
목욕탕이니 슈퍼니 중요하지 않다. 누르라는 방향만 누르면 된다. 그냥 '왼쪽! 오른쪽! 앞! 뒤!' 외치는 거랑 똑같다. '두더지'에서 두더지 네 마리만 나오면 바로 이 미로찾기 된다. '전후좌우'의 개념이 도입되었을 뿐.
이 '미로찾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게임의 예는 많다. '씽씽 킥보드' '환상의 모터싸이클' '아슬아슬 행글라이더' '급류 속의 카누' '마법의 스케이트보드' 등등. 앞에 수식어 붙이고 뒤에 탈 것 이름만 갖다 대면 된다. 아무리 이름이 현란해도 결국 이런 류는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두더지 네 마리'
인디아나 존스
쟝르를 굳이 구분하라면 '본격 1인칭 아케이드'정도일까. 게임이 시작되면 인디아나 존스는 달린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목소리가 알려준다. '앗, 앞에 무시무시한 절벽이!' 그럼 숫자키 2번 누른다. 그럼 점프한거다. '앗! 앞에 크리스탈 유리잔이야~' 그럼 숫자키 1번 누른다. 그럼 그거 먹은 거다. 그렇게 인디아나 존스는 하염없이 달린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그 영광의 순간까지. 한 마디로 '똥과 된장 구분 게임'이다.
'깜찍이의 대모험'에서는 죤스 대신 깜찍이가 달리고 '피카츄 마라톤'에서는 피카츄가 달린다. 지금 이순간 '이봉주의 보물대탐험'에서는 이봉주가 하염없이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깜찍이 테트리스
700 전자게임의 압권이다. 화면 없이 하는 테트리스.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으리라 믿는다. 700 ARS로 테트리스를 하려면 상상력과 기억력, 그리고 '고도의 인내력'이 필요하다. 이 게임을 시작하면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가로 4 줄, 세로 7줄의 네모칸을 상상해 봐.
어, 귀여운 토끼가 내려오네~'
뭐가 내려오는지 말로 가르쳐준다. 머리 속으로 상상해야 한다. 토끼를 좌우로 조절할 수 있다. 물론 눈에는 안 보인다. 네모칸 어딘가에 토끼 착륙.
'어머~ 이번엔 앙증맞은 다람쥐 친구~'
다람쥐도 내려온다. 잘 조절해서 아까 토끼 착륙지 말고 다른 곳에 내려 놓는다.(물론 토끼 위에 내려 놓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깜찍이들이 내려온다. 같은 종류의 깜찍이들이 두 개이상 붙으면 지워진다. 이게 700 테트리스다.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구? 걱정마시라. 1번키를 누르면 친절하게 안내 방송이 나온다.
1층부터 8층까지 각 5개의 방이 있는 드라큐라의 성. 그 방 중에 어느 한 곳이 탈출구다. 그 방을 선택하는 순간 드라큐라성을 탈출할 수 있다. '그냥' 선택하는 거다. 그야말로 복걸복. 실패하면? 다시 한다.
어떤 방에는 총이나 마늘, 십자가 같은 것이 들어있는 방도 있다. 드라큐라한테 걸렸을 때 쓰면 도망칠 수 있다. '회전판 돌려 표창 날리기'다. 재미있냐구? 그건 드라큐라성 3층 4번째 방에 살고 있는 박쥐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씨바.
이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결국 다 '두더지'다. 재미있냐구? 차라리 혼자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혼자 오목을 두겠다. 잠자리 정도의 아이큐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보니 공략타겟이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이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두더지나 잡고 있겠느냐 하시겠지. 해서 여기엔 또 이런 잔대가리가 굴러가고 있다.
700 전자게임의 잔대가리
영악한 애들을 상대하려고 대부분의 700 전자게임에는 '사이버머니'나 '전투력' 개념을 도입해 놓고 있다. 사용자에게 아이디를 부여하고 사이버머니나 전투력을 적립할 수 있게 해 놓은 것. 저 '두더지 변종 게임'을 열심히 하다보면 사이버머니나 전투력이 올라간다. 그리고 저걸 기반으로 다른 사용자와 '맞짱'을 뜰 수 있게 해 놓았다.
맞짱을 떠서 이기면 상대방의 사이버머니나 전투력을 빼앗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인데 요게 또 애들 미치게 하는 거다. 자, 어떤 식으로 결투를 벌이느냐. 일단 이렇게 설정이 된다.
전투력이 높은 쪽이 '선공'을 한다.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4번 발사하게 해 보자. 아주 '어려우니까' 열심히 배우자.
1 2 3
4 5 6
(X4)
7 8 9
* 0 #
에네르기파 네 번 발사!1
1 2 3
4 5 6
7 8 9
* 0 #
이렇게 손오공을 선택하여
수비는 어떻게 하느냐고? 상대방이 누른 그대로 '빨리' 반복하면 되는거다. 수비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공격권이 넘어온다. 이렇게 공방을 주고 받다가 세 번 먼저 실패하는 쪽이 패배하게 되는 거다. 알겠나?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그냥 두더지나 졸라 잡으면 되겠다.
본 기자가 전화했던 한 서비스에서는 초기 전투력이 500이 주어졌고 전투력을 50높이기 위해 8분 40초를 소비해야 했다. 내가 잠자리 아이큐라서가 아니다. 나 두더지 졸라 잘 잡는다! 수화기를 오래 들고 있어야 돈이 되니까 얘네들이 그 정도 시간은 투자하게끔 해 놨다.
어쨌거나 '550'의 전투력을 지닌 채 '천하제일무도회장'에 가보니 8명의 대기자가 대결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접속했을 당시의 랭킹 1위의 전투력과 전적을 함 보자.
"아이디 파이트볼, 전적 1118승 214패, 전투력 8550"
씨바! 무서웠다. 그는 너무 강해보였다. 힘겹게 올린 나의 전투력을 보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본연의 임무를 떠 올리며 그에게 도전장을 보냈다. 그 즉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독한 넘.. 이기면 상대방 전투력의 1/10을 빼앗올 수 있었다. 본 기자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의 에네르기파와 기공파가 어우러진 현란한 파상공격 앞에 처참하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알토란같은 전투력 50을 빼앗기고 떠나는 길은 몹시도 쓸쓸했다.
미지의 상대를 물리치는 쾌감, 그리고 상승하는 전투력. 그 전투력으로는 또 랭킹을 정하고 하이랭커에게는 경품이 주어진다. 이 얄밉고도 뻔한 놀음에 현혹된 우리의 많은 아이들이 '천하제일무도회장'에서 '초절정고수'가 되어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고수는 공짜로 되는 게 아니다. 그 얘기 함 해 보자.
700 전자게임에 소요되는 비용
700 전자게임을 하게 되면 30초당 50원, 많게는 30초당 80원의 이용요금이 부과된다. 그야말로 'TIME IS MONEY'. 본 기자가 만났던 '파이트볼'정도의 고수가 되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 그의 전적과 전투 소요 시간을 실마리삼아 계산해 보자. 일단 전투소요시간부터.
전화하여 대결장소까지 가는데
20초
결투상대 물색 및 결투방법 결정하는데
100초
실제 결투를 하는데
80초
토탈
200초
- 결투 소요 시간은 본 기자가 일방적으로 당할 때 소요된 시간 40초를 기준으로 1회씩 공방을 주고 받았음을 가정하여 2배하였음.
즉, 한 번 대결에 최소한 200초(약 3분 20초)가 소요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회사의 정보이용료는 30초당 80원이었고 이 아이의 총전적이 1118승 214패(총 1332회)였으므로 다음과 같은 계산이 가능해진다.
1332회(총 대결회수) X 200초(이용시간) X 2.66원 (초당 이용요금) = "703304(원)"
깜짝 놀랬지? 이는 최소값이다. 실제는 이것보다 더 큰 액수일 가능성이 높다.
한김에 이 아이가 이 전적을 보유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도 함 계산해 본다. 하루에 한 시간씩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이 아이는 하루에 18차례씩 '결투'를 할 수 있다. 1332회의 결투를 벌인 이 아이는 최소 74일을 투자했다는 얘기. 이는 또 한달에 27만8천원 가량의 이용요금을 지불했다는 얘기도 된다. 아찔하지? 이게 다 코 묻은 돈인데 이 정도 액수라면 코 묻히기도 힘들겠다. 왜 '코 묻은 돈'이냐구? 그래, 이제 그 얘기를 할 차례다.
700 전자 게임 운영자들에게
'나 전투력 8000이야!' 하며 흐뭇해하는 중년 남자는 상상이 되질 않는다. 한달에 30만씩 투자해가면서 '드래곤볼'을 찾는 가정주부도 상상이 안 되고. 결국 얘네들이 노리는 건 '코묻은 돈'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예 가입대상을 초등학생과 중학생만으로 한정지어 놓은 곳도 있다. 어린 애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향상시키는 것 좋다. '두더지' 하나 가지고 몇 십가지로 변신시켜 우려 먹는 그 재주 또한 높이 산다.
그런데 말이지, 그거해서 돈 벌려면 결국 '부모의 무관심'과 '아이들의 순진함'이란 아이템이 꼭 필요하다는 게 찝찝하다. '두더지'를 '미소녀 잡기'로 둔갑시키는 그 머리를 좀 더 건전하고 발전적인 쪽으로 써 볼 생각은 없는지.
700 사업자 양반들! 당신 아이가 '전투력' 높이려고 한 달에 30만원씩 날리고 있다고 한 번 상상해 보셔. 애한테 '에네르기파'랑 '기공파' 졸라 쏴서 애를 아작내겠지. 이제 치사하고 쪽팔린 일은 좀 그만하자. 사족으로 본 기자가 700기사 쓰느라 이곳 저곳 다니다가 가슴 뭉클했던 순간 하나 덧붙인다. '부끄러운 나만의 핑크빛 고백' '초특급 무한 대결' '팡팡 미팅게임' 이런 거 사이에서 이 번호를 본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들 해 봐.
시각장애인 음성정보 (700-1236)
정보이용료 없음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독서방, 소리우체통, 전화계산기 서비스 제공
뭐가 좀 느껴져? 700 사업하려면 최소 1500만원은 든다고 하던데 비싼 돈 들여서 좋은 데 쓰지는 못할망정 욕먹지는 말자 말이다.
마지막으로 700 서비스로 인해 가슴아픈 일을 겪었던 한 여성의 친필 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자 너거뜰에게 전화기 버튼만한 경각심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본 검열팀은 만족하노라.
(진술: 도 모씨. 여 23, 주거부정)
중3 때였습니다. 93년의 일이죠.
어느날 숙제를 하는데 방구석에 짱박혀있는 신문이 보이더군요. 근데 거기에 실린 쬐끄만 박스 광고가 눈에 확 들어오는 겁니다. 내용이 그러니깐, '퀴즈 풀면 상품빵빵' 뭐 이런 거였슴다.
순전히 숙제하다 심심해서 수화기를 들었던 검다. 이용료가 30초에 30원인가 그랬어요. 그러니 한 통 걸어봐야 몇 백원 안 될 거란 생각에 망설임 없이 바로 수화기를 땡겨뿌렸죠.
. . . . . . . . . . . . .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상식 퀴즈가 10 문제 연속으로 나오는데 보기가 주어지면 정답을 골라 눌렀슴다. 맞추면 빵빠레가 울리며 "대단하시네여!", 틀리면 유리 깨지는 소리가 와장창창 들려오며 "아이 안타깝네여~" 하더군요.
낭랑하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함다..
10문제를 다 맞추는 거 무지 어렵습니다. 평소에 이런 걸 알고서 살아야하나란 생각이 들만큼 별별 거슬 다 물어보더군요. 그런데 말임다, 그게 다름아닌 문제은행식 출제더라구요. 그러니깐 정해져있는 일정한 문제덜 중에서 골라골라 출제되는 거신데, 많이 풀어본 사람일 수록 그전에 풀었던 문제를 자주 접할 수가 있겠져. 당연히 하면 할 수록 열 문제를 다 맞출 수 있단 자신감이 마구 들고, 그래서 그만 둘 수가 없었던 검다.
그러나 드뎌 저에게도 다 맞추는 날이 오고야 말더군여. 아앙 기뻐라~ 상품 탈 수 있겠구나.. 저의 가심엔 희열이 넘쳤습니다.
바뜨..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와우! 상품을 타실 기회가 주어졌어요! 삐 소리가 나면 이름과 집주소를 남기세요"
-머 쓱-
그냥 다 주는 게 아니었심다. 다 맞춘 사람 중에서 또다시 추첨을 하여 주는 모양이었심다.
"저, 저기, 이름은 도ㅇㅇ구여 주소는ㅇㅇ구 ㅇㅇ동.."
멋적게 주소를 남기고 끊었슴다. 생각해보니 '상품'이라고만 했지 정작 무슨 상품인지도 말을 안 해주었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걸었슴다. 그렇심다, 저는 늪에 빠졌던 검다..
퀴즈만 손을 댔겠슴까. 더 재밌는 게 어디 없나 신문을 들춰보니 700 서비스는 무지 많았슴다.
노래 검색 서비스로 음악 감상을 하고, 운세 서비스에서 사주팔자를 듣고, 게임 서비스로 전화기 버튼 눌러가며 게임을 하고...
저의 중3 시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뒤,
학교에서 돌아온 저는 엄니의 싸늘한 표정을 발견하였슴다. 엉.. 성적표도 안 나왔고 애들이랑 싸운 적도 없는데? 찔릴 구석이 없는 저는 의기양양 엄니를 바라보았슴다. 그런데..
"오늘 전화국에 갔었다."
"엉.. 왜요?"
엄니가 제 앞에 던지신 거슨 한 장의 전화요금 고지서였심다. 제 눈에 들어온 숫자는 260,000원. 제 눈을 의심했심다. 7년 전의 26만원임다.
"전화 요금이 잘못 나왔다고 항의하러 갔더니 집에 자녀가 있냐고 묻더라. 요즘 애들이 하도 700을 해서 항의하러 오는 부모들이 많다고 하더라."
엄니는 다른 종이 한 장을 저에게 내미셨슴다. 그거슨 제가 몇일 몇시에 워디로 전화를 걸어 몇 분이나 통화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통화 내역이었심다. 전화국에서 알아오신 거시었심다. 발뺌할 구석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지 좀 개겨보고 싶었슴다.
"엄니 억울해유.. 많이 걸긴 했지만 나름대로 시간을 재어가며 이용했시유. 30초에 30원이랬시유. 이렇게 많이 나올 시간은 아니란 말여유.."
"그렇잖아도 물어봤다. 이거시 사용 시간관 상관없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자동적으로 30초로 계산되는 모양이더라."
오옷... 딴에는 시간을 단축한다고 안내말이 다 끝나기 전에 얼렁얼렁 버튼을 눌러 다음 단계로 넘어갔던 것이 오히려 요금만 부풀린 행동이 되었던 거심다.
"엄니 죄송해여.. 흑흑.."
"앞으로 전화 쓰면 죽음이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온 저를 반기던 거슨, 비누곽 뚜껑으로 번호판을 덮은 후 노끈으로 칭칭 동여맨 '수신 전용' 전화기였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