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나하나 버려야 할 때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않고 쌓아둔 것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부모님께서 생전에 쓰시던 70년 이상 된 음향기기들은 오랫동안 에어컨 실외기 옆 벽장에 처박아 둬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쇠로 된 부분이 녹슬기도 했다. 누가 봐도 쓰레기나 다름없는 고물이건만 지금껏 버리지 못한 건 대물림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20여 년 전, 집을 방문한 지인이 방구석에 놓여 있는 일산 파이오니아 전축을 보곤 겹으로 된 스피커가 특이하다며 어차피 쓰지 않을 바에는 자기에게 팔라며 떼를 썼다. 그러나 언젠가는 사용하게 될 것이라 생각해 벽장에 보관해왔다. 그러나 집안에 우환이 들끓어 음악감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사용해보지 못한 채 몇 해 전, 돈 주고 버려야 했다.
며칠 전, 에어컨이 고장 나 새것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외기 앞에 있는 벽장 속에서 일산 아카이(AKIA solid state) 릴데크.릴레코더(모델: Custom Dack X-150D)가 튀어나왔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쇠로 된 부분이 녹슬기도 했다. 예전에는 꽤나 귀한 음향기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버리기도 쉽지 않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으니 어쩌겠는가.
나이 60을 넘기면 서서히 주변 정리에 들어가야 한다. 아날로그시대의 것들은 아무짝에도 쓰잘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흔을 넘긴 터에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오늘은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일, 릴데크를 들고 가서 전자제품 버리는 곳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뒤돌아서는데 손때 묻은 것이라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첫댓글 어이구
아까워라
동대문 풍물시장에가면 하루일당이 뮙니까
한달 월급은 나올 물건인데ᆢ
속초에 음향기기 박물관이라도가볼걸 그랬나봐요
어릴 적, 아버님의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강원도 인제에서 장호원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인 깡촌 노탑리1구 개자위 새터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음향기기들이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그래서 레코드판이 쓸모 없게 돼 동리 친구들과 함께 당시만 해도 비싼 레코드판을 공중으로 날리며 놀았지요. 그러다 보니 동리에 레코드판 깨진 것들이 나돌아다니곤 했지요. 다 옛날 얘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