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나니
바다의 흰 갈매기 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인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명시의 감상, 사계]===
이육사 시인님이 5월 어느 날 골방의 커튼을 걷고
황혼과 바다와 갈매기를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짙은 외로움을 발견합니다.
본명은 이원록이며, 대구교도소 수감 시에 죄수번호가 264번이라 "이육사"라고 하였답니다.
1904년 5월 경북 안동에서 퇴계 이황의 14대손으로 태어나 1944년 1월 중국 베이징의 교도소에서 39세에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일제강점기의 많은 시인들께서 단명하심에 안타깝고 원통합니다.
강한 국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시와 작가를 생각할 때마다
애국하는 마음을 강하게 일으켜 세웁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