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10대 제자와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
제3강 두타제일 가섭 존자(현봉 스님)
오늘은 강의에 앞서 예불하며 외우셨던 제대조사(諸大祖師) 가운데 제 1조이시고, 영
산회상에서 부처님 법을 부촉 받으신 십대제자 가운데에서도 상수이셨던 마하 가섭
존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섭 존자는 부처님이 오래 머무셨던 왕사성에서 얼마 되지 않은 마하딧타라는 바라
문 마을에서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나셨습니다.
어렸을 때 비아리 성에 있는 가비리라는 바라문의 딸과 결혼해 여느 사람들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두 부부는 늘 ‘이 세상 모든 것이 덧없고 허망한 것’을 느껴 수행자가 되고자 했지만
부모님이 계셔서 출가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함께 출가하며 ‘먼저 스승을 찾는 이가 이끌어 주기’로 했습니
다. 가섭 존자 부부가 출가한 날은 부처님이 성도하신 날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느날, 가섭 존자는 큰 스승이 계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을 찾아갑니다. 죽림정사에
계시던 부처님도 가섭 존자가 올 줄 알고 나란다 대학이 있는 곳까지 직접 가셔서 기
다리십니다.
가섭 존자는 부처님을 뵙고 첫눈에 그분이 큰 스승이신 것을 알고 가르침을 받아 8일
만에 도를 깨닫습니다.
가섭 존자는 왕사성으로 오던 길에 부처님이 피곤해서 쉬시려 하자 입고 있던 옷을 벗
어서 자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섭 존자의 옷은 좋은 것이었습니다. 가섭 존자는 부처님
의 옷을 보며 누더기를 걸쳐야 하는 수행자로서 부끄러움이 생겼습니다.
그때 가섭 존자는 원을 세웁니다.
“나는 늘 누더기 옷을 입고 다니겠다. 그리고 모든 생활을 절제하면서 두타 행을 행하
겠노라”
이때부터 가섭 존자는 평생 두타 행을 행했기 때문에 부처님 열 분의 제자 가운데 두
타 제일이라고 알려져 오고 있습니다.
두타(頭陀)는 범어(梵語) dhuta의 음역으로 욕심을 적게 내고 만족할 줄 아는 삶, 모
든 집착 욕망 번뇌를 떨쳐버리고 스스로 고행하면서 도를 닦는 행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고행을 위한 고행이 아니라 수행의 한 방편으로, 보통 12가지 두타
행을 말합니다.
1 세속과 떨어진 고요한 곳에 머문다.
2 항상 빌어먹는다.
3 빈부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일곱 집만 걸식한다.
4 하루 한 번만 먹는다.
5 배고픔을 면할 정도만 먹는다.
6 오후에는 영양가 있는 것을 마시지 않는다.
7 옷은 분소의(糞掃衣)를 걸친다.
8 삼의(상의 하의 중의)외에는 옷을 갖지 않는다.
9 무상관(無常觀)을 닦기 위해 무덤가에서 산다.
10 나무 아래에서만 쉰다.
11 맨 땅 위에 앉는다.
12 앉기만 하고 드러눕지 않는다.
두타 행은 결국 자기 자신을 절제하는 것입니다.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고 환경이 비
켜주는 그 자리에 겸손히 자리하는 것이 바로 두타 행입니다. 가섭 존자는 이러한 두
타 행을 돌아가실 때까지 행하셨습니다.
하루는 늙은 가섭 존자가 무거운 분소의를 입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부처님이 안타
깝게 여기며 두타 수행을 말리셨습니다.
그러자 가섭 존자는 “두타를 행하면서 만족함을 알고 홀로 조용히 도를 즐기는 것이
좋으며, 후세 사람들에게 이렇게 도를 닦는 즐거움을 알리고 싶습니다”고 하십니다.
결국 부처님도 “마하 가섭이여! 그대는 후세 사람들의 등불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
대로 인해 대 안락을 얻고 큰 이익을 얻으리라”하셨습니다.
가섭 존자는 부처님으로 세 번에 거쳐 법을 받아 의발(衣鉢)을 물려받습니다.
바로 삼처전심(三處傳心)으로,
하나는 다자탑전 반분좌(多子塔前 半分座)입니다.
부처님이 다자탑 앞에서 설법하고 계실 때, 남루한 차림으로 가섭 존자가 그 자리에
늦게 도착하자 여러 제자들이 멸시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의 이러
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당신의 자리를 반쯤 내어 주어 같이 앉게 하고 “나와 같은 선
정에 머무르고 있으며, 나와 같이 번뇌가 다했으며, 나와 같이 지혜를 갖추었으며, 나
와 같은 광대하고 훌륭한 공덕을 갖추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사라쌍수하 곽시쌍부(沙羅雙樹下 槨示雙趺)로,
부처님께서 사라쌍수 밑에서 열반에 들은 뒤 늦게 도착한 가섭 존자가 부처님 관을 세
바퀴 돌고 합장하자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밀어 보인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염화미소(拈花微笑)입니다.
어느날, 부처님이 설법을 하시다가 아무 말씀 하지 않고 꽃을 한 송이 들어 보이셨습
니다. 대중들이 어리둥절했습니다.
오늘은 무슨 방편으로 중생들에게 일대사 크나큰 인연 법문을 하실지 궁금해 하고 있
는데 부처님이 말씀 없이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신 것입니다.
아무도 그 뜻을 모르고 있는데 한쪽에서 누더기 옷을 걸친 가섭 존자가 빙그레 웃었습
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正法眼藏)을 마하 가섭에게 부촉한다”
고 하셨습니다.
염화미소에 대해 후대에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육왕 심(育王
諶) 선사의 평을 소개합니다.
상효장공안이래(霜曉長空雁已來)하고
천림황엽위매태(千林黃葉委莓苔)이로다
동리적막일지국(東籬寂寞一枝菊)이여
불입왕손취후배(不入王孫醉後盃)로다
(서리 내리는 새벽 하늘가에 기러기는 날아오고
온갖 숲의 낙엽들은 이끼 위에 쌓여간다
적막한 동쪽 울 밑의 한 떨기 국화꽃은
왕손들의 취한 술잔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과거의 제왕들보다 더 많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풍요롭고 행복
을 추구하는 삶이라 하지만 이렇게 물질을 허비하면서 사는 삶 속에는 절대로 한 떨기
국화꽃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천하의 모든 왕들과 장자들로부터 귀의받고 공양 받아도 충분한 그 분이 어째서 두타
행을 했을까요?
요즘 우리에게는 공해, 환경문제가 큽니다. 우리는 소유하고 있는 만큼 쓰레기를 버립
니다. 그러면서 쓰레기 매립장이 자기 동네에 들어오면 벌 떼같이 반대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모습입니다. 모두 제왕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게 산다면 앞으로 히말라야 산에도 눈을 보기가 어렵게 될 것입니다. 냉장고에서
나오는 가스, 부처님 전에 공양하러 가면서 내뿜는 배기가스 등등 이런 것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가섭 존자는 이처럼 위기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두
타 행을 하셨던 것입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가섭 존자가 상수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가섭존자가 벽을 바
르기 위해 진흙을 밟고 있었습니다. 어린 사미가 지나가다가 “교단의 제일 어른이신
존자께서 어찌 직접 일을 하십니까?”고 말렸습니다. 그러자 가섭존자가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지 않고 누가 하겠느냐”하셨습니다.
가섭 존자가 후대에 들려주고자 하신 것은 바로 이 한마디입니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사리불과 목건련 존자는 부처님보다 일찍 돌아가셨기에 나이가
많고 부처님으로부터 세 번이나 법을 전해 받은 가섭 존자가 승단을 이끌었습니다. 가
섭 존자는 부처님 열반 후에 부처님 가르침을 모아 결집을 했습니다
가섭 존자는 일대사를 마치고 부처님 법을 아난존자에게 전해줍니다. 그 법이 달마 조
사로 해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2500년이란 긴 시간에도 부처님 법이 멸하지 않고 전해 오는 것은 부처님의 크나큰 원
력이기도 하지만 경전을 결집하고 후대 중생들에게 모범을 보이신 가섭존자의 두타
행 이라 하겠습니다.
가섭 존자같이 삶에 만족할 줄 알고 모든 바깥 경계에 대해 욕심을 적게 부리며 살아
야 하겠습니다.
<문>
가섭 존자는 부처님의 삼처전심을 통해서 선맥을 이었습니다. 참선에서 화두는 무엇
이고 재가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화두를 참구해야 합니까?
<답>
화두(話頭)는 멀리서 찾지 마세요.
어느날 남편이 집에 오면서 꽃을 한 송이 건네줍니다. 아내는 “이 사람이 왜 이래, 멋
대가리 없는 사람이 왠 꽃이야”하면서 의구심을 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맞아, 오늘
이 결혼기념일이네”하고 알아차립니다. 이처럼 진리의 요체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의구심을 내어 찾으면 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화두입니다. 부처님이 꽃을 들어 보이신 것이나, 남편이 꽃 한 송이를 들
고 온 것이나 아는 사람만이 아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이 설하신 경전은 그대로가 다 화두입니다. 조사 스님들은 그것을 압축
해서 말해 놓았는데 그것도 화두입니다.
어떻게 화두를 참구해야 하느냐면, 오늘 강의 주제가 사리불 존자이면 ‘지혜를 깨달아
야 한다’고 할 것이고, 목련 존자 같으면 ‘효를 해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오늘은 가섭 존자의 두타행인 ‘소욕지족으로 번뇌망상을 줄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절제 하지 않으면서 흥청망청 하는 사람이 참선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부
처님이 설해 놓은 진실된 뜻을 알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참선하는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