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도회에서]
십수년전 검은 천이
이곳에 이사했네
50의 장년들이 60을 넘어갔네
필력이 오른 만큼 새치도 늘어가고
굵은 붓 사이사이에 새치머리 검은 머리
붓잡은 손목 힘줄은
오늘도 짱짱하네
[붓글씨 초보]
스승을 기자린지 한시간이 지났어도
고요한 서도실은 나그네 한사람뿐
붓을 잡기도 전에 마음 수향 쾌청하네
서예는 손가락 움직임이 아니라 마음의 정중함이라
머릿속 초서는 행서가 되고
흐트러진 생각을 모아 한일자를 건너가서
길영자를 쓰고 있네
족자병풍 사군자는
미수에도 못가겠으니
오늘도 잡은 붓을
그 끝만 흔들거리네
[묵향]
예가 어디이든 두시간째 고독이다
목요일 3시 모임 정한이는 누구일까
그시각 늦어도 지각이라 하지 않고
늦은 만큼 고요의 시간을 망각한다
묵향이 흐르는 고요한 공간은
삼각산 솟은 아래 춘화추실 만수
읽지 못하니 쓰기조차 어렵지
표구틀안 自勝自强
검은 천위에 검은 벼루
검은 붓 흰 낮에도 검음이 짙다
향다르니 인물이 다르다
수십년 돌고 돌아
제자리 잡아낸 듯
한번 자리한 곳에서
두시간을 묵상하네
선제 선생님은 아직도 준비하시니
서예는 기다리는 예술이라
오늘은 묵향만 쬐어보고
길이 들면 그때가서
다시오라 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