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저(왼쪽)는 큰 경우 몸길이가 90cm, 고슴도치(오른쪽)는 30cm 정도로 호저가 훨씬 커요. /위키피디아·픽사베이 요즘 중국과 대만 관계가 심상치 않아요. 중국보다 영토도 작고 인구도 적은 대만은 중국이 섣불리 공격할 수 없게 군사 무장을 강화하고 있죠. 이런 방식을 외국 언론들은 '포큐파인 전략(porcupine strategy)'이라고 소개해요. 그런데 이를 '고슴도치 전략'이라고 번역하는 언론들이 있어요. 이는 옳은 표현이 아니랍니다. '포큐파인(porcupine)'은 고슴도치(hedgehog)가 아니라 '호저(豪猪)'거든요. 똑같이 온몸이 가시로 뒤덮인 두 동물이 자주 혼동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예요.
호저는 쥐·비버 등과 같은 설치류에 속해요. '산미치광이'라고도 불리죠. 천적과 맞닥뜨리면 날카로운 가시를 무기로 용맹하게 싸웁니다. 덩치 큰 호저는 가시 길이가 50㎝까지도 자란대요. 호저는 위협을 받으면 이 가시를 빳빳하게 세워서 몸집을 크게 만들어 천적에게 겁을 주지요. 그런데도 천적이 안 물러나면 소리를 내면서 위협하다가 직접 공격하기도 해요. 호저의 가시는 몸에 느슨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살짝만 건드려도 빠져서 천적 몸에 박힐 수 있어요. 그래서 호저를 잡아먹으려다 오히려 온몸이 가시에 찔려 후유증으로 죽는 동물도 있답니다. 이런 호저의 특징 때문에 가끔 애니메이션 등에선 호저가 온몸에서 가시를 발사하는 것처럼 그려질 때도 있어요. 실제론 발사하는 건 아니고 건드려서 빠져버린 거예요.
호저는 나무 열매나 풀뿌리 등을 먹는 초식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벌레나 작은 도마뱀 등을 먹을 때도 있어요. 또 죽은 동물 뼈를 이빨로 갉아먹기도 해요. 이빨을 날카롭게 갈고 염분도 섭취할 수 있거든요.
호저와 고슴도치는 얼핏 보면 비슷해 보여도 다른 점이 꽤 많아요. 우선 고슴도치가 호저보다 훨씬 작아요. 큰 고슴도치도 몸길이가 30㎝ 정도죠. 덩치가 작고 귀여워서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호저는 큰 경우 몸길이가 90㎝에 이르러요. 또 고슴도치 가시는 2.5㎝ 정도로 호저보다 훨씬 짧고 호저 가시처럼 쉽게 빠지지도 않아요. 그래서 고슴도치는 천적의 위협을 받으면 공격하기보다 가시를 빳빳하게 세우고 몸을 최대한 웅크려 자신을 방어하지요. 호저는 식물을 주로 먹지만, 고슴도치는 육식도 즐겨요. 나무열매뿐 아니라 개구리·도마뱀·지렁이·달팽이 등을 즐겨 먹어요. 독이 있는 뱀까지 사냥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