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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츠버그 팬들의 질문에 여유있게 답변해 나가는 강정호.(사진=이영미) |
피츠버그 취재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였던 아이템이다. 파이어리츠 팬들이 강정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과 관심, 호감을 갖고 있는 지 궁금했고, 그걸 직접 알아보기 위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찾았던 일주일 중 3일을 PNC 파크에서 팬들을 만난 것이다. 파이어리츠 팬으로 산 지 70년이 된 할아버지부터 리틀야구를 하며 메이저리그를 꿈꾸고 있다는 어린 팬들까지 그들은 ‘야구=파이어리츠’로 대동단결했다. 평소 식상한 질문을 ‘매우’ 싫어하는 강정호는 팬들이 전한 질문들에 진심과 재미를 담아 답변을 내놓았다.
# ‘론 & 탐’ 할아버지들, 강정호 통해 한국 야구를 알다
피츠버그의 시즌 티켓 소지자인 론과 탐 할아버지. 홈 경기가 열릴 때는 거의 빠짐없이 경기장을 방문한다는 야구 마니아들이다. 파이어리츠 팬으로 함께한 지가 70년이 넘는다고 하니 두 분의 나이가 짐작이 안 될 정도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을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파이어리츠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강정호가 처음 파이어리츠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반신반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팀에 합류한 강정호가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올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처음엔 강에 대해서도 몰랐지만 한국 야구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야구의 수준이 어떠한지, 전혀 관심이 없었죠. 그러나 강을 통해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을 강이 직접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곳 피츠버그에서.”
론과 탐 씨는 강정호에 대해 다양한 궁금증을 나타냈다. 주로 피츠버그에서 생활하는 데 대해 불편함이 없는 지를 묻다가 고심 끝에 선택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 파이어리츠 팬으로 산 지 70년이 됐다는 론(왼쪽)과 탐 할아버지(사진=이영미) |
“강정호가 3루수 혹은 유격수를 맡을 때 다른 내야수들과 어느 정도의 의사 소통이 가능한 지가 궁금합니다.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아니면 그들만의 사인이 있는지도 알고 싶고요. 강정호에게 통역이 있지만 필드 위에서는 혼자이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닐 워커가 정호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정호가 한국어를 닐 워커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네요(웃음).”
강정호는 뼛속 깊이 파이어리츠 팬인 두 할아버지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일단 내야수들끼리의 대화는 대부분 베이스로 누가 뛰어 들어갈 것이냐. 이쪽으로 타구가 왔을 때 어디로 던질 것이냐 정도의 얘기가 오갑니다. 그런 내용은 기본적으로 하는 얘기죠. 의사 소통이요? 그 정도는 가능하죠. (투수 교체시 마운드로 내야수들이 모일 때는 어떤 얘기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때는 자기네들끼리 얘기하고 전 그냥 듣고 있고(웃음). 닐 워커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건 힘들어요. 워낙 말이 빠르거든요. 좀 천천히 하라고 해도 안 들어 먹어요.”
강정호는 클럽하우스의 옆 짝꿍이자 쿠바 출신인 숀 로드리게스로부터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루키’를 의미하는 ‘노바투(novato)’. 그래서 자신은 ‘오빠’란 단어를 알려줬다고 하는데, 선수들에게 ‘형’이 아닌 ‘오빠’란 단어를 굳이 알려진 이유에 대해선 “한국에서 여성 팬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라고 숨김없이 말한다.
“가끔은 블랑코가 제게 한 번씩 ‘형’이라고는 불러요.”
론 & 탐 피츠버그 팬 할아버지는 강정호에게 피츠버그의 야경과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마운트 워싱턴의 몬터레이 시푸드 레스토랑을 추천하기도 했다.
![]() 중년 여성들의 야구장 나들이는 이색적으로 보였다. 왼쪽부터 테리, 캐시, 니키, 린다 씨.(사진=이영미) |
# 4명의 중년 여성들, 강정호에게 ‘지금 행복하느냐’고 묻다
다음에 만난 분들은 4명의 중년 여성들. 한국 야구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계모임을 하듯 아주머니들이 야구장을 찾아 수다를 떨고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관전하는 풍경이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4명의 여성들은 기자에게 자신들을 테리, 캐시, 니키, 린다라고 소개했다. 그들의 사연을 잠깐 들어본다.
“우리는 아이들 엄마 모임에서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같이 자랐죠. (아이들이 야구를 하느냐는 질문에) 노력은 했지만 아쉽게 메이저리그에 오지 못했네요.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응원한답니다. 파이어리츠 팬으로 살아온 지는 60년 정도 됐어요. 이렇게 4명이 종종 야구장을 방문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갑니다. 그런데 강(정호)이 파이어리츠에서 뛰는 데 대해 행복해 하나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린다라는 분이 갑자기 기자에게 질문을 건넸다. 강정호가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질문을 선수에게 꼭 전할게요.”(기자)
“강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경기들 중 3루수에서 보인 몇 차례의 수비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우린 강이 와서 매우 행복합니다. 파이어리츠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으니까요.”
파이어리츠 열혈 팬인 4인의 중년 여성들로부터 건네받은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강정호는 의미있는 대답을 전했다.
“솔직히 한국에서 피츠버그의 생활을 상상할 때는 행복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기사들도 피츠버그에 한국인도 별로 없고, 뭔가 기대할 만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 현재 리틀야구 '블루 삭스'에서 뛰고 있는 라이언. 포지션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사진=이영미) |
”# 유격수와 3루수 중 더 편한 자리는?
다음에 만난 팬은 ‘블루 삭스’란 리틀야구 팀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10세 소년이었다. 4살 때 아버지랑 야구장에 갔다가 그 후로 자연스럽게 파이어리츠 팬이 됐다는 라이언은 강정호가 유격수보다는 3루수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루에 섰을 때 강정호의 얼굴이 더 편안해 보인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파이어리츠에서 가장 좋아 하는 선수는 닐 워커이지만 그 다음이 강정호라는 기분 좋은 말도 잊지 않는다.
미래의 메이저리그 선수를 꿈꾸는 라이언의 질문! “수비하다 실수를 하면 순간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나요? 그리고 유격수와 3루수 중 어느 포지션이 더 편해요?”
강정호의 답변이다.
“포지션은 둘 다 편해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그러나 한국에선 줄곧 유격수를 맡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유격수 자리가 좀 더 편하겠죠. 그리고 수비하다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 순간적으로 ‘아, 시작부터 꼬이는 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계속 그 생각에 빠져 있으면 하루가 힘들어져요. 빨리 잊는 게 정답이죠.”
![]() 롭과 다니엘 부부.(사진=이영미) |
PNC파크의 관중석 중 3루 일반석이 아닌 프리미엄석 쪽 부근에서 만난 롭과 다니엘 부부. 마침 비가 오는 탓에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그들과 마주한 기자가 “한국에서 온 미디어”라고 소개하자 그들은 단번에 “정호 강 취재 왔어요?”라고 물었다. 파이어리츠 팬들에게 ‘정호 강’은 호기심과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남편 롭의 질문이다.
“강이 우리 팀에 온다고 했을 때 모두 조디 머서와의 경쟁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조디 머서와 경쟁 구도로 부각되는 데 대해 부담은 없었나요? 물론 지금은 3루에 더 자주 나가지만요.”
“그런 것보다 조디 머서가 더 잘해서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 잘해서 팀이 이기는 게 좋잖아요. (시즌 초반 조디 머서의 부진과 닐 워커의 부상으로 주전 출전 기회가 많은 것과 관련해서) 선수들이 계속 잘할 수는 없어요. 아플 수도 있고, 슬럼프가 있을 수도 있고요.”
인터뷰 영상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강정호는 다음과 같은 얘기도 덧붙였다.
“저도 사람이다보니 경기 결과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해지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제 명에 못 살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바꿨어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고요. 물론 어렵죠. 슬럼프가 길어진다고 생각하면 감정 조절도 힘들기 때문에.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제가 여기서 버틸 수 있어요. 그렇게 못하면 매일 얼굴 찡그리며, 속 태우며 살 거예요.”
![]() 해적 복장을 하고 나타난 제프 씨. 강정호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사진=이영미) |
# 해적 코스프레 팬, 그는 강정호의 그 ‘별명’을 알고 있었다!
PNC파크 좌측에 있는 원형 계단 통로에서 만난 제프 씨는 해적 코스프레를 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경기장 3루쪽 원형 통로에서 해적 분장을 하고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는 ‘로턴더(Rotunda) 반역자들’의 회원이고, 12명의 ‘선원’과 ‘선장’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프 씨는 해적기, ‘졸리 로저(Jolly Roger)를 들고 있었다(졸리 로저는 해골 머리에 대퇴골 2개를 겹친 해적 깃발을 말한다. 오랜 세월동안 파이어리츠의 상징이자 응원 도구로 사용된 깃발이다. PNC파크에선 경기의 중요한 순간이나, 승리의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깃발을 높이 올리고 흔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해설자나 아나운서들도 피츠버그가 승리를 결정짓는 순간, “졸리 로져를 치켜들어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프 씨는 깃발에 대해 “졸리 로저를 상징하는 해골 문양도 있지만, ‘원형 통로 반역자’들의 회원이기 때문에 노란색 무늬도 같이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전하는 강정호에 대한 궁금증은 차림새만큼 독특했다.
“전 강이 이곳에 온다고 했을 때부터 한국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그가 살았던 나라가 궁금했던 거죠.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중에 제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의 별명에 대해서인데요, 왜 한국에선 강을 가리켜 ‘강○○’라고 부르는 거죠? 실제 그렇진 않다고 알고 있는데, 왜 한국 팬들은 그런 별명으로 선수를 놀리는지 궁금합니다.”
제프 씨의 질문을 받는 순간, 걱정이 앞섰다. 이런 내용을 선수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재미있게 진행되는 인터뷰 도중 살짝 이 질문을 흘렸더니 강정호가 덥석 물었다. (땡큐, 정호 강^^)
“이런 질문 언제까지 받아야 해요?”
“왜요? 기분 나쁜가요?”(기자)
“아니요.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이젠 지겨워요. 저 남자 싫어해요. 남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요.”
“그런데 남자와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댓글에 그런 내용이 줄을 서요.”(기자)
“말이 나온 김에 정정할 게 있어요. 제 영어 선생님, 남자가 아닌 여자 분이에요. 어느 기사에 남자 선생님이라고 나가서 또 이상한 댓글이 많더라고요.”
강정호는 이제 그 ‘지겨운 별명’에 대해 초월한 듯 했다. 한국에서 이런 내용의 질문을 했다면 버럭 화를 냈을 지도 모르지만, 피츠버그에서의 강정호는 이 또한 별 일 아닌 듯 받아들였다. 그래서 기자가 한 마디 거들었다.
“이 별명이 사라지려면 결혼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름다운 여성이랑요(웃음).”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결혼은 진짜 빨리 하고 싶네요(웃음).”
![]() 튀는 외모와 발성, 그리고 포즈까지, '맥주맨' TC.(사진=이영미) |
# ‘정호 강’인데 굳이 ‘강호 강’이라고 발음하는 ‘맥주맨’
강한 아우라를 물씬 풍기는 맥주 파는 아저씨도 만났다. 그는 강정호를 계속해서 ‘강호 강’이라고 발음했다. 그 이유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피츠버그 PNC구장의 맥주맨 TC입니다. 처음에 ‘강호 강’이 온다고 했을 때, 제가 발음을 잘못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놀렸지만, 전 어려운 발음을 택하는 대신 ‘강호 강’으로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27번인 그는 제 마음 속의 ‘넘버원’입니다. 우리는 한국을 사랑하고, 강호를 사랑합니다. 그는 늘 좋은 타격을 보여줍니다. 파이어리츠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에겐 ‘강호 강’이 있으니까요. ‘강호 강’ 파이팅~!”
엄청난 보이스를 자랑하는 맥주맨 TC는 강정호에게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를 접수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고 믿느냐. 만약 믿는다면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있느냐”란 질문을 남겼다.
“그럼요. 플레이오프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전에선 파이팅 넘치는 어린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발, 중간 투수들도 좋기 때문에 마운드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고요. 모두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강호 강’ 아닌 ‘정호 강’의 답변)
![]() 왼쪽부터 브라이언, 사라, 사라의 남친 스캇.(사진=이영미) |
#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
이번엔 세 명의 젊은 남녀가 기자의 눈에 띄었다. 맥주를 들고 서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오케이’했다. 자신을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한 이는 20년 동안 파이어리츠를 사랑하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남성 스캇은 3년 전부터 파이어리츠의 열혈 팬이 됐고, 자신의 여자친구인 사라와 함께 자주 경기장 데이트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그 중 스캇의 여자친구인 사라가 강정호에게 남긴 질문이다.
“강은 한국인이면서도 동양적인 외모가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엔 그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죠(웃음). 강은 언제부터 미국에서 야구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는지 궁금해요. 언제부터 메이저리그를 동경했는지를 요.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정보를 드릴 게요. 이것은 꼭 강에게 전해주세요. 피츠버그에는 ‘프라만티’란 유명 샌드위치 체인점이 있거든요. 혹시 거길 가봤는지, 가봤다면 어떤 샌드위치가 맛있었는지, 만약 가보지 않았다면 꼭 가보라고 얘기해주세요.”
사라의 질문을 전해 들은 강정호. 대답을 이어나간다.
“초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웃음). 그러다 중・고등학교 올라가면서부터 점점 꿈이 꺾였죠.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그 시기를 말할 수 없겠지만 (프로 들어와)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꿈을 키워갔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생각하기 보단 해마다 제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해왔어요. 참, ‘프라만티’란 샌드위치는 잘 모르겠는데. (옆에서 통역 김휘경 씨가 같이 가본 곳이라고 설명하자) 어디 가서 뭘 먹었는지 잘 몰라요(웃음).”
![]() 피츠버그 한 교회의 목사라고 소개한 크레이그 씨.(사진=이영미) |
자신을 교회 목사라고 소개한 크레이그 씨는 강정호에게 교회에 나올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정호는 “우리 팀 선수들도 채플 시간을 갖는다”면서 “난 나를 믿기 때문에 교회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리고 또 크레이그 씨가 “‘킹캉 고릴라’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게 나쁘게 들리진 않는다”라고 답했다. 하긴 특이한 별명을 다수 갖고 있는 강정호한테 ‘킹캉 고릴라’ 정도의 별명은 애교 수준일 것이다.
![]() 강정호의 결혼 여부가 궁금한 래리 씨.(사진=이영미) |
# “한국에 강만큼 잘하는 선수가 또 있나요?”
애틀란타에서 왔다는 래리 씨는 거주지는 애틀란타이면서도 좋아하는 팀은 파이어리츠이고, 26년 째 파이어리츠 팬으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정호에 대해선 “피츠버그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팀이 이기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는 “야구는 매일 잘 할 수가 없어요. 맥커친도 기복이 심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주전과 대타 요원으로 나서고 있는 강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래리 씨는 피츠버그에서 싱글로 지내는 강정호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궁금해 했다. 특히 피츠버그에서 좋은 여성을 만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강정호는 “피츠버그에는 한국인이 많이 않아서요. 여성을 만나려면 한국 들어가서 만나야죠”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자가 한 가지 더 물었다. “연애를 언제 해보고 안 해봤느냐”라고. 강정호는 “좀 됐어요. 한국에 있을 때인데…(웃음)”라며 말끝을 웃음소리로 흐린다.
![]() 어머니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강정호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나타난 학생.(사진=이영미) |
3루수 쪽에서 강정호의 등번호와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학생을 만났다. 피츠버그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는 하누문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고 한다. 다음은 하누문 학생과의 짧은 대화 내용.
“이 티셔츠는 어떻게 구입했나요?”(기자)
“엄마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줬어요. (옆의 여성을 가리키며) 어머니도 강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오늘 시간이 없어서 킹콩 고릴라 그림이 들어간 King Kang 포스터를 못 만들어 왔어요. 그걸 갖고 와서 방송 한 번 타보려 했는데…(웃음).”
하누문도 강정호를 통해 한국 야구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혹시 한국에 강만큼 잘하는 선수가 또 있나요?”
강정호는 팬들의 질문 중 마지막 질문을 받아들고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박병호’를 거론했다.
“병호 형이랑 자주 연락해요. 병호 형도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다 보니 다양한 질문을 해오고요. 병호 형이 우리 단장님한테 얘기 좀 잘 해달라면서(웃음). 병호 형이 우리 팀에 온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무조건 좋아요. 여기 도미니카 출신의 선수들이 많은데 자기네들끼리 잘 뭉치거든요. 병호 형이 우리 팀에 오면 저도 편할 것 같고요.”
그리고 강정호는 영상을 통해 박병호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병호 형 잘하고 있지? 피츠버그에 얘기 잘 해놓을 테니까 피츠버그로 왔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워낙 열심히 하고 성실하니까 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파이팅!”
# 파이어리츠 맨으로 살아가는 강정호의 속마음
기자가 강정호를 찾았을 때는 주전과 대타를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또는 전날 라인업 명단을 받았을 때 자신의 이름이 없으면 속으로 실망감을 곱씹어야 했다. 그러나 실망만 하고 있기엔 그가 넘어야 하는 현실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쉴 때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충실하고, 충전하는 시간이라 위안 삼고 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대타로 나가서 잘 치기가 어려워요. 한국에선 ‘대타 인생’을 살아보지 못해서인지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대타로 나가서 투수가 초구를 스트라이크 잡으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거든요. 마치 프로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는데 처음엔 정말 정신없었어요. 그런데 메이저리그 첫 해 라서 그렇다는 변명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얘기를 해도 설명 아닌 변명 밖에 안 되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점점 말수가 줄어들더라고요. 지금은 초연해져서 많이 좋아졌지만요. 요즘 또 다시 실감했습니다. 세상에 넥센 염경엽 감독님 같은 분은 없다는 걸.”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느낀 어려움도 토로했다.
“여긴 볼넷이 거의 없잖아요. 볼 카운트가 타자에게 불리해지면 안타 칠 확률이 줄어들고요. 투수가 뭔가를 생각하기 전에 초구부터 공격해야 안타 칠 확률이 높지, 볼 카운트가 몰리면 힘들어요. 변화구 타이밍에 직구를 던지고, 직구 던질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는데 변화구 들어오고…. 3연전 정도 치르면 조금씩 감이 잡히는데, 그러면 또 새로운 팀을 만나게 돼요. 정신 못 차리는 거죠.”
그러면서도 강정호는 파이어리츠 팀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선수들이 정말 착해요. 재미있고. 전 이 팀이 정말 좋아요. 제 스타일과 딱 맞아요. 눈치 안 보고, 자율적이고. 여기 오길 백 번, 천 번은 잘했다고 생각해요.”
시즌 초반 관심을 끌었던 ‘레그킥’에 대해서도 강정호는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제가 여기에 온 여러 가지 이유들 중 ‘레그킥’도 포함돼 있는 게 아닌가요? 제가 레그킥 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못하게 하면 제 존재의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선 제 욕심을 내려놓고,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가려 해요. 아직은 데뷔 1년차이니까요. 내년에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땐 제 목소리를 많이 내야 하겠죠.”
종종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 경기를 챙겨본다는 강정호. 기자와 넥센 얘기를 풀어가다 한 마디 툭 던진다.
“그런데 넥센은 제가 없어도 잘나가더라고요. 제가 있으나 마나 했던 존재였던 거죠. 아마 지금 돌아가도 뛸 자리 없을 걸요? 그래서 최대한 여기서 오랫동안 버티려고요(웃음).”
지난 2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때의 강정호와 지금의 강정호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당시엔 ‘처음’이 주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대단했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에 처해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인정하려는 여유와 배짱이 눈에 띄었다. 그 짧은 시간에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생존법을 체득한 것이다. 원래 그곳에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 강정호를 응원하는 피츠버그 유학생들의 재미있는 플래카드. ⓒ gettyimages/멀티비츠 |
<피츠버그 진행=이영미 기자, 통역=박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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