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이번 주 청지기로 섬기시는 이은혜 전도사님은
동화구연가, 시인이며 경남기독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100인의 문화예술인전, 남산 문학의 집 시화전을 했고
시집<상상나무 도서관>이 있습니다.
한 주간 청지기로 열심히 섬겨 주셔서 가슴깊이 감사드립니다.
/
가을 비
김선례집사
추수 계절에
천둥 비바람
온 하늘 덥는
우렁찬 빗소리
여리게 자란
시금치 상추
무사 할련지
걱정스럽다
아침 일찍
도랑밭으로
가보니 모든 것
쓰고간 가을비
잘 자란 배추는
밤세 내린 비에
잘 겯디어 주어
참 고맙구다
/
시가 내게로 오네
배효전목사
새벽부터 저녁까지
눈 뜨면서부터 눈 감을 때까지
시는 쉼 없이 내리는 안개
눈을 통해 나무와 풀들
하늘 파도 바람 구름
만물을 통해 시가 흐른다
귀로 들리는 모든 음성
모든 소리
그분의 음성 그분의 노래
변하여 시가 되고
그분의 뇌성 번개 변하여 시가 된다
시는 가슴에서 온다
울렁울렁 쿵쾅쿵쾅
가슴에 울리는 파도
시는 가슴을 적시고
폭우로 쏟아진다
/
비둘기 편에
보내는 편지
김선례집사
밤을 새워 쓴
님을 향한 엽서
날으는 평화의
비둘기에게
띄워 보네요
이 땅 전쟁과
기근으로 힘든
그대들을 향해
위로의 말로
기도한 시간
주여 살피소서
샛별같이 여린
슬픈 눈동자들
서러운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
시가 내게로 오네 3
안승기목사
어린
학창시절부터
시인을
부러워하며
시를 쓰려고
애쓰고
시에 다가갔었네
교직에
봉직하면서도
제자들
잘 되기만을
바라고
늘 가르치기에만
급급했었네
퇴직을 할 무렵
자유의 몸이 되어
안달복달하던
마음을 비우니
주님의 은혜로
어느 순간에
시가 내게로 왔네
/
시가 내게로 온다
황세정집사
체크무늬 남방
멜빵바지 입고
머리에 베레모 쓴
멋쟁이들에 둘러싸인
새하얀 살결
꽃무늬 원피스 입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요조숙녀 그 친구
주근깨 얼굴
똑단발머리
허름한 옷 입은 나는
먼 발치에서만 보다가
용기내어 부른다
같이 놀자고
시가 내게로 온다
/
시가 오는 날
박형호목사
아침부터
을씨년스럽다.
하늘의
미소는 찾을 길 없고
자꾸
옷깃만 여미게 된다.
시가 온댄다
맞이할 채비를 한다.
펜 하나
종이 한 장 준비하면서
/
시가 내게로 오네
이은혜전도사
투두둑!
신비로운 빗방울 시
가슴을 적십니다
고요한 바람
빼꼼히 응시하는 우수
세기의 시가
시간을 타고 내게로 옵니다
사람별 새벽에서
탐험과 지혜가 쏟아지네요
찬란한 영혼의 중력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떠납니다
디카시 / 배효전목사
/
꽃씨
김일연목사
공장 앞
도롯가에
곱게 핀 봉숭아
참 곱다
여보!
꽃씨 좀
받아가요
22
23
24
3년 만에
톡톡 터지는
꽃씨 받아
봉지에
담아 놓고
꽃 필 날
기다리고 있다
손톱에
내 가슴에
/
시가 내게로 오네
백지은집사
똑똑똑
마음문 두드리는 소리
시가 찾아 왔나봐
문 열고 바라본 너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스카프처럼 보드랍고
하얀 도화지 위에 적어볼까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끼적여볼까
설레이는 마음
언젠가 꽃이 되어
은목서 같은 향기 흩날리길
/
비둘기 편에 부치는 편지
김경희전도사
날아서 날아서
바다를 건너 가거들랑
무한한 날개짓으로
내 편지 입에 물고 가렴
맨발로 다니던
캄보디아 그 어린이
잘 자라고 있는지
한 푼 달라고 손 내밀던
눈이 커다란 계집애
어떻게 되었는지
내가 전해 주는 복음 듣고
예수 믿으면 좋겠다
기도하는 사람으로 변하여
가난도 이기고
힘든 환경도 견디는
놀라운 주님 사랑 맛보았으면
비둘기야
꼭 잘 될거야
포기하지 말고 날아가서
복음의 씨앗 전해 주렴
/
대학 도서관
배효전목사
신대원 입학시험 준비하던
대학 도서관
아내는 첫 애기 손잡고
또 배가 부른채
밥 해가지고 찾아오던 도서관
그 뜰에서 함께 밥 먹으면서
불 밝히던 도서관
신대원을 품고
교회를 품고
일생의 꿈을 품었던 도서관
/
디카시 / 배효전목사
/
도서관
황세정집사
인문 예술 철학
인간의 지혜가 넘쳐나는 바다
오래된 책 먼지 냄새
진한 커피향에
마음이 넘실댄다
허밍웨이는
청새치와 밤새 열정적으로 싸우고
고흐의 밤하늘의 별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이나지만
헛되고 헛되어라
찰나의 꽃이여
/
도서관
김대식집사
저
모퉁이를 돌면
조용히 앉아
소곤거리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그렇게
꿈 많던 동무들은
떠나가고
파뿌리
황혼들 넘기는
세월의 신문지들만
파문을
일으키며
시간을 넘고 있다
/
도서관
이은혜전도사
건물 모퉁이만 보여도
초입만 들어서도
마른 빵조각과 차 한 잔의
여유만으로도
사유의 아침은 행복하다
불식간 깨어나는
영혼의 최고선
/
국화차
김일연목사
찻잔 들고
창을 열면
가을이 뛰어온다
따끈하게
한 모금
서촌들판을 마시고
따뜻하게
한 모금
탱자 향을 먹고
어느새
식어버린 국화차
한 모금
외로운 할머니댁
진한 고독
금목서 향기를 마신다
/
일기장
배효전목사
수십 년 적어가는
나의 일기장
기쁨 슬픔 분노 탄식
수치 눈물과 후회
감사와 사랑
기쁨과 보람으로
수를 놓아 피륙을 짠다
어제도 한 땀 오늘도 한 땀
그분 앞에서
한번 보자 할 때까지
/
초가집
신광열목사
집은 초가집이었어
봄이면 초록바람
마음대로 드나들고
여름 지붕엔 하얀 박꽃이
밤마다 달빛과 만나는게
참 보기 좋았지
가을엔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홍시
만발했지
겨울밤 눈비오면
고드름도 꽁꽁
초가지붕 처마에
떨고 서 있었지
/
초가집
김선례집사
나의 어린 시절 초가 집은
늘 아버지께서
집단을 역어
지붕 위에 다
옷을 입히셨다
한 줌씩 짚을 역어 길다란
처마 밑에서
맨 위에 까지
빙빙 돌아가며
새옷 입는 지붕
맨위에 용머리
올려 고정하고
마지막 끝에
가지런히
잘라 주면은
초가 지붕 탄생
그안에 온 식구
도란 도란
가난과 어울려
알콩달콩
살았던 그시절
그리워진다
/
사진 이인우목사
/
기와집
김대식집사
처마엔
제비도 찾아와
노래하며 집도 짓고
우리는 온 동리를
쫓아 다니던 그때에는
대궐 같은 그림이었는데
새끼들 다 떠나고
지붕위로 새 길이
생기는 날 그즈음부터
구멍난 가슴을 메우려
기와집을 그리는
버릇들이 생겨났다
/
나의 정원
이영숙집사
나의 정원은
사계절 경계 없이 흐른다
봄비 내리면
아이들은 정원에 나가
개구리를 찾는다
첨벙 첨벙 숨바꼭질하며
환한 웃음소리가 정원에 스며든다
한여름 밤
풀벌레 노랫소리에
딸아이는 바이올린을 켠다
작은 음악가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가을이 오면
데롱데롱 매달린 과즙 머금은 배
새빨간 옷 입은 황금 사과
비타민 가득 단감까지
알록달록 정원을 물들인다
겨울이 찾아오면
정원은 고요히 안식에 든다
겨울잠을 잔다
/
초가집
최경선권사
초가집에서
튓마루에앉아
겨울 짧은 해 쏘이며 찐고구마에
홍시 몇개 수연이랑 먹고살고 싶다고
동화책 한페이지를 상상하는 그림을
머리속에 그려보았다
감나무잎이 다 떨어져 까치밥만 달랑
남아있어도 정겹고
닭장에 두세마리 닭이 새벽마다 깨어주면
좋겠고 계란은 보너스로 매일 생기면 신나겠지
초가집이 따뜻하다는데
어디에 있겠나 요새처럼 시멘트 철근뿐인 세상에
괜히 가을이 점점깊어지니 허허로운
마음탓에 별별 상념들이
이리저리 마음도 생각도
옛날로 미래로 끌고 다니고
초가지붕으로 단장한 매운 낙지집에서
낙지 비빔밥을 신나게 먹고
초가집에 앉아 밥먹고 사는 꿈 한번
잘 꾸어봤다
/
초가집
김일연목사
추수 끝나면
이엉 엮어
지붕 덮는 아버지
콩대
깻대 불 때고
잿물로 빨래하는 어머니
처마엔
메주가 주렁주렁
열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간식
수정 고드름
눈밭에
연 날리고
뒷동산
비료포대 썰매타던
혹한의 추위도
막을 수 없는
우리들의
순수 동심
/
/
초가집
김종진장로
울타리 덩그렇게
노오란 옛날 마음
포근한 초가삼간
사립문 열어 놓고
애호박 된장 끓이며
군불 때던
울 엄마
늙으며 바라보는
허전한 살던 땅이
개구져 흉터뿐인
굽이진 길이지만
처마 밑 달빛 꺼내어
밝히 피는
그 옛날
/
초가집
백지은집사
골목길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초가집 날 반겨주네
돌 부리 넘어져 아픈 상처 끌안고 가도
툇마루 밑 암닭 달려와 꼬끼오 외쳐 반기고
비를 흠뻑 젖어도 곱게 품어준 아버지 얼굴
도란도란 네식구 가난한 살림에도
나 그리워
/
청지기 순서 안내말씀 드립니다
이은혜 전도사님께서
10/14~10/19 이번 주간에
신학공부와 행사 등으로 매우 바쁘신 가운데서도 안부인사와 좋은 시제로 비둘기 편에 보내는 편지, 시가 내게로 오네, 코트 깃 여미고, 도서관, 나의 일기(나의 정원), 한옥집(초가집 기와집),
하나님만 바라보는 시간,
넘치는 은혜, 기적, 퇴근길, 가을비, 영원한 약속을 제시하셔서 연관된 시를 창작하게 하시고 세심하게 답글도 달아주시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간의
청지기 순서를
하종훈 목사님께서
한 주간 목회와 행사 등으로 매우 바쁘신 가운데서도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 10/21~10/26
한주간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많이 참여하셔서 아름답고 좋은 시를 많이 창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만사형통하시길 축원드립니다
경남기독문인회 사무국장
안 승 기 목사 올림
/
조손가정 ㅎㅅ이는
군대 가고
약속도 없이 지나다가
길에서 할머니를
만났는데
드릴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주운
감 하나를 주십니다
전부를 주신 사랑
이라는 생각에
감동입니다